치밀한 레벨 디자인, 그리고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노말 엔딩을 볼 때 까지 이 게임은 탐험형 플랫포머로서 완벽에 가까운 경험이었음. 하지만 엔딩 이후 마주하는 뇌절 퍼즐들은 매우 아쉬움이 큼. 게임 내부의 단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 추론의 영역을 넘어서, 커뮤니티의 집단 지성이 필수적인 퍼즐들이 배치되어 있음. 이런 집단 지성을 요구하는 퍼즐은 발매 직후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즐기는 극소수의 코어 게이머에게만 유효한 경험임. 이후에 진입한 대다수의 플레이어에게는 단지 타인의 공략 발자취를 따라가는, 공략 없이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벽이 되어 성취감보다 불쾌감만을 유발할 뿐이며 훌륭했던 본편의 경험마저 퇴색시킴. 가장 악질적인 건 규칙의 일관성 붕괴임. 플레이어는 게임 초반에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풀린다는 규칙을 학습함. 하지만 후반부에는 이제부터는 암호 해독과 외부 커뮤니티 검색이 필요해라고 규칙을 바꿔버림. 특히 공략 없이 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작위로 섞여 있어, 눈앞의 퍼즐이 내가 더 고민하면 풀리는 논리 퍼즐인지, 아니면 내 머리로는 절대 못 푸는 암호 해독(ARG)인지 명확하게 구분조차 안 됨. 결국 이런 경험이 쌓이면 플레이어는 새로운 퍼즐을 봐도 도전 의지보다는 이것도 ARG 뇌절 퍼즐 아니야? 하는 의심부터 들게 되고, 바로 공략을 찾게 됨. 잘 만든 게임이 결국 공략 없이는 풀 수 없는 암호 해독으로 변질되는 이 과정은, 예전 FEZ에서 겪었던 불호 포인트와 판박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