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알고있다. 그 집안에서 벌어진 일을,
저택에 살고 있던 애완 고양이 에스펀의 입장이 되어 저택에 깃든 과거의 이야기를 관람하고 파괴되기 직전의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이다. 어딘가 불협화음 같은 배경 음악과 더불어 디테일을 잘 살린 픽셀 그래픽이 돋보인다. 내러티브의 비중이 매우 큰 게임이긴 하지만, 고양이의 습성 하나만큼은 스트레이(Stray) 못지 않게 잘 살린 모습이다. 또한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인데, 번역의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미숙한 번역 특유의 어색한 문장은 거의 없고, 한국어의 어감을 굉장히 잘 살렸다.
고양이를 직접 조종해 스토리 전개를 위한 알맞은 행동을 취하고 인간들의 대화를 구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적절한 타이밍에 가야할 곳의 문을 열어두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던져두거나 인간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해야할 일을 넌지시 알려주는 등, 은근한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행동을 잘 유도하고 있다. 덕분에 꽤나 부드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인간들에게 몸을 비비거나 스스로 그루밍을 하는 등 액체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고양이의 습성을 아주 잘 살렸다. 이래저래 고양이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게임이라 고양이 애호가라면 상당히 익숙하게 다가올 만한 순간이 많다.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구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고양이 에스펀은 저택의 인간들과 꽤나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간들은 때로는 고양이를 신경쓰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할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하면, 고양이와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장면의 시작과 끝을 알리기도 한다. 즉,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스토리 주도권을 마치 티키타카 패스를 하듯 주고 받는데, 이 과정에 상당히 자연스러워 스토리에 빠져들듯이 몰입하게 된다. 스토리를 직접 이끌어나가고 인간들과 소통한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스트레이(Stray)보다도 더 적극적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고 탄탄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어린 윌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택의 인간들은 가족간의 불화에 대한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으며, 이 불화의 원흉이라 할 만한 버나드의 사연은 기구하기 이를 데 없다. 죽은 버나드의 유산과도 같은 저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가족간의 불화가 극한으로 치닫고 각자의 감정 또한 격해지는데, 이 과정을 충분한 개연성과 더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 그리고 중간중간 과거의 이야기를 실루엣의 형태로 풀어내 스토리의 이해를 돕는다. 인물 간의 관계가 워낙 얽히고 설켜있어 막장 드라마 같은 일면도 없진 않은데, 그래도 최소한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잘 지킨 모습이다.
다만 가족들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는 마지막 3장은 전개가 조금 급하게 흘러간다. 스토리를 매듭짓는 데 필요한 일부 서술이 뒤늦은 타이밍에 해명하는 듯한 느낌이라 마무리가 살짝 어색한 감은 있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좀 더 확실한 서술과 결말을 보여줬어도 괜찮았을 듯하다. 그 밖에 챕터 선택이나 자동 저장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라, 한 번 엔딩을 보면 이후 남은 도전과제를 회수하기도 꽤나 까다롭다.
그래도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으로써나 가족의 불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게임으로써나 높게 평가할 만한 게임인 건 확실하다. 특히 고양이의 시선과 입장을 아주 잘 반영하면서도 인간들과의 소통으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의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픽셀 그래픽으로 구현된 푸짐한 덩치의 고양이가 아주 귀엽기도 하고 높은 완성도의 스토리를 훌륭한 한국어 번역으로 손실 없이 잘 전달하기도 하니, 고양이 애호가들이나 내러티브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나 아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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