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안 존재하는 문양들의 규칙을 알아내고, 화면에 보이는 어떤 타일들을 켜거나 끌지 결정해야 하는 퍼즐 게임 Cipher Zero 는 시각적으로 깔끔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비주얼에 규칙 또한 비교적 직관적이고 단순한 퍼즐 메커니즘을 결합한 논리 기반 퍼즐 게임으로, "퍼즐이 간단해 보인다고 쉬운 게 아니다" 라는 걸 다시 한 번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는 게임이다. 이 게임 속 퍼즐들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타일이 켜져야 하는지 선택한 뒤 자신의 해답을 제출하면 되는데, 타일을 켜고 끄는 조작 말고 추가적으로 퍼즐을 풀기 위해 필요한 조작이 없다 보니 게임 진행이 꽤 깔끔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퍼즐의 해답을 어떻게 유추해야 하는가? 크게 두 가지, "문양의 해석" 및 "문양에 따른 타일 배치 생각해 내기" 를 통해서다. 후자의 경우 너무나 당연하니까 설명을 생략하고, 전자의 경우, The Witness / Taiji / Understand 같은 게임처럼 플레이어에게 퍼즐 규칙을 직접 알려주지 않고 "자 여기 여러가지 예시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제 각각의 문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 이 퍼즐의 규칙이 무엇인지 잘 알겠지요? 이제 당신이 생각해 낸 퍼즐 규칙이 맞는지, 심화 문제들을 풀며 확인해 봅시다." 의 방식으로, 퍼즐 게임이 규칙을 간접적으로만 알려주고 플레이어가 알아서 퍼즐 메커니즘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Taiji 와 Understand 를 직접 플레이 해 본 입장에서는, 이 두 게임들은 문양 해석과 퍼즐 해결이 균형잡혀 있었다면, Cipher Zero 는 퍼즐 해결이 문양 해석보다 확연히 어려운 편이다. 퍼즐 난이도가 어려워서 그런게 아니라 - 게임 난이도 자체는 Taiji 가 훨씬 더 어려웠다 - 게임 내 문양 해석이 쉽기 때문이다. Cipher Zero 내 타일 기믹들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며, 규칙 유추 또한 게임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뾰족한 삼각형 꼴의 타일 빼고는 (만약 이 타일 규칙 파악이 어렵다면 스팀 토론을 참고하는 걸 권장한다) 매우 쉬운 편이라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기본 튜토리얼 퍼즐들을 2 ~ 3개 정도 풀다 보면 헷갈릴 일 없이 바로 특정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 해석이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뭔 타일에 불을 밝혀야 퍼즐을 깰 수 있는지, 즉 "게임이 나에게서 뭘 원하는지는 100% 알겠는데 그걸 하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의 정신 상태에 처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퍼즐 게임들을 하다 보면 다 이와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플레이하게 되기 때문에, 이 게임만의 개성과 독특함은 퍼즐 메커니즘 및 난이도 면에 있어서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Cipher Zero 가 무지성으로 풀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쉬운 게임은 아니었고, 게임 속 퍼즐들의 설계 및 플레이어에게 퍼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대충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전자의 경우, 게임의 초중반은 확실히 쉬운 편이지만, 게임의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의 넓이가 늘어나며 이에 따라 문양의 수 또한 늘어나기 때문에 혼자서 푸는 건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중반부까지는 외부의 도움 없이 무난하게 풀 수 있었지만, 마지막 월드의 경우 까다로운 퍼즐 규칙 및 문양들이 마구잡이로 나와서 결국 절반 정도는 공략을 보면서 게임의 엔딩을 보게 되었다. 후자의 경우, 게임 내 문양이나 숨겨진 퍼즐 규칙의 수가 많지 않다고 위에서 이야기 하였으나, 이러한 퍼즐 메커니즘과 문양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건 잘 해내었다. 몇몇 퍼즐 게임들의 경우 후반부에 너무 난잡한 규칙을 넣어 두어서 초반부에 소개해 준 퍼즐 메커니즘과 잘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나오는데, 이 게임의 경우 그런 사례는 없었으며, 게임의 맨 처음에 나오는 문양이 후반부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동안 쌓아 올린 새로운 퍼즐 규칙들과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이전에 배웠던 문양의 의미에 대한 확장이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퍼즐들이 설계되어 있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플레이어에게 퍼즐 풀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과정 또한 꽤 친절한데, 단순하게 해답이 맞았는지 혹은 틀렸는지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떤 문양을 만족하지 못해서 해답이 틀렸는지 정확히 알려주며, 이 과정은 은근히 시청각적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어서 오답노트를 확인하는 부분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을 마치고 난 뒤, 스팀 페이지에 적힌 평가의 한 문장을 보고 공감하게 되었는데, "Cipher Zero 는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는 동안 꺼내서 잠깐 풀다가 집어넣고, 그렇다가 다시 생각이 나면 꺼내서 풀 수 있는 종이 스도쿠 책처럼 느껴진다." 였다. 확실히, 이 게임은 퍼즐 게임의 도파민 농도 (?) 로 따지면, 매우 신선한 퍼즐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던가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신박한 퍼즐들을 던져 주지는 않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맛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잠깐잠깐 가벼운 두뇌 자극을 원할 때 켜서 몇 개의 퍼즐을 풀고 끄는 용도로 게임을 느긋하게 즐긴다면, 이 게임의 고점이 높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점이 낮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퍼즐의 개수도 300개가 넘어서 절대 적은 것도 아니며, 소코반 기반 퍼즐들처럼 하나의 퍼즐을 푸는 데 수많은 방향키의 입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마우스 클릭 및 드래그의 간단한 키 입력으로 퍼즐들을 풀 수 있기 때문에 - 참고로 타일 위를 드래그하면 타일 하나하나를 클릭할 필요 없이 드래그한 타일들의 불을 켤 수 있다 - 어릴 때 구매해서 플레이했던 종이 네모네모 로직 책처럼, 적당하게 난이도가 있으면서 규칙 자체는 간단한 퍼즐들이 땡길 때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간다는 마인드로 이 게임을 시작하면, 잔잔하면서도 두뇌가 심심하지는 않은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규칙과 난이도가 과하게 어렵지 않은 퍼즐들, 그리고 시각적으로 깔끔한 배경 및 퍼즐 레이아웃이 잘 결합되어서,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입이 심심할 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자와 같은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은 엔딩을 보기까지 약 10시간이 걸렸는데, 범위를 느슨하게 잡아서 8 ~ 15 시간 정도 걸려서 모든 퍼즐들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퍼즐 게임이 그렇듯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은 좋으니, 직접 해보고 싶다면 가벼운 할인을 할 때 구매해서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대부분의 스팀 업적은 게임 내 모든 퍼즐을 풀기만 하면 딸 수 있다. 놓칠 수 있는 업적들을 적자면: 1. Defeat / Begin again / Another step forward : 말 그대로 해답 제출 시 오답을 많이 제출하면 달성할 수 있다. 나처럼 감으로 퍼즐을 풀면서 오답을 자꾸 제출하다 보면 저절로 딸 수 있고, 반대로 답을 제출하기 전에 꼼꼼하게 확인을 하고 제출하는 성격이라면 놓칠 수 있는 업적이다. 2. Learning / Preparation : 평가를 적을 때 안 적은 게임 내 기능이 있는데, 마우스 우클릭을 하면 선택한 타일의 우측에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표시를 할 수 있다. 논리 기반 퍼즐들을 풀 때 몇몇 고정된 정보들을 기록하는 것 처럼, "이 타일은 이번 퍼즐에서 불을 켜야 한다 / 켜면 안 된다" 를 화면 위에 바로 표시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좋은 기능이다. 해당 스팀 업적들의 경우 이 색깔 표시 기능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뜨는 업적으로, 빠르게 따고 싶다면 그냥 타일 하나 위에 마우스를 올리고 업적이 뜰 때까지 오른쪽 버튼을 연타하면 된다. 3. Quiet : 레벨 선택 화면에서 (퍼즐을 푸는 화면이 아니다!) 약 1분간 아무것도 안하다 보면 달성되는 업적. 참고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다 보면 레벨 선택 메뉴가 흐릿해지면서 배경 사진만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두뇌를 식히기 위해 배경을 감상하거나 스크린샷을 찍고 싶을 때 잠깐 마우스에서 손을 놓고 멍 때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