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정인에게, 나의 오랜 벗 정인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난 아마 중기관총좌 안에서 빌어먹을 브룸베어가 다가오는 걸 보고 있겠지. 운이 좋아서 우리 대전차포가 먼저 도착한다면 이 편지를 마저 쓰겠지만, 솔직히 말해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 네가 내 손에 징집령 서신을 쥐여주며 "마! 여기 갈래, 건담 같이 볼래? 어!"라고 협박을 할 때, 난 차라리 그 트랜스포머 짝퉁을 보았어야 했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포근한 침대 안이 아닌, 지랄 맞은 플락피엘링과 비르벤빌트의 사거리 안이니까. 네 덕분에 난 매일 밤 잠도 못 자고 전선을 지키고 있어. 머리 위로는 폭격이 날아오지, 보급로는 끊겨서 밥차에는 똥국만 나오지. 옆 부대 아저씨는 엄폐물도 없는 지형에서 바주카 인해전술로 밀어버리면 된다니 뭐니 하면서 돌격하다가 삐라 전단지 몇 장 보더니 전향 의향서를 쓰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단다. 아, 나의 소중한 친구 정인아, 어째서? 이 지옥은 너 하나로 충분치 않았던 건가?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다오. 여기서 내가 죽는다 해도, 설령 내가 살아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널 원망할 거란 것을. - 아프리카 전선에서, 비숍을 모두 잃은 오랜 벗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