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쏴죽이는 파시스트들과 돼지 한 마리. 거미로 변해버린 사람들과 망가진 여성들. 근-자살(near-suicide) 상태에 빠진 발전소와 개조인간들. 이상한 세상에서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찾기 위해 석유 시추 로봇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빨간 니캅을 쓴 여자 두쟈나의 이야기. -------------- '비정치적인(apolitical)'이라는 간단한 소개문구가 어처구니없이 느껴질 정도로 다분히 정치적인 <Dujanah>는 자전적인 <Beeswing>를 만들었으며 <Experiment 12>에도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출신 Jack King-Spooner의 게임이다. 전쟁에서 폭력적으로 변해 돌아온 할아버지에게서 영감을 얻은 그는 중동 국가들의 붕괴를 야기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을 우화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클레이메이션 게임으로 표현했다.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면서도 묘한 슬픔과 때로는 우악스러운 분노를 낳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미니게임들, 다양한 그래픽 스타일과 머리가 깨질 듯한 색감, 결정적으로 환상적인 음악이 매우 인상적이지만, 불편한 조작감과 심하게는 지리멸렬해 보이는 장면들, 거의 나르시시스트적으로까지 보이는 제작자 본인의 우스꽝스러운 등장과 (다분히 의도적인 듯한) 깨진 스코티쉬 억양이 진행에 방해가 된다. 가장 아쉬운 것은 초현실적 장면들과 현실적 사건들 사이의 얼개가 부드럽게 맞춰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는 건데, 이 때문에 그 장면들이 단순한 정신병적 후까시인지, 아니면 비극의 섬세한 일부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장면들 자체가 흥미롭고 아름답기는 하다) 새로운 경험에 환장한 나는 가뭄에 오줌이라도 내린 듯 열심히 받아먹었지만, 확실히 다수에게 어필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엔딩 도전과제 외에 게임 내에 숨겨진 난해한 도전과제가 하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Inscryption> 마냥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이를 해결하는 평행세계를 꿈꾸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하지만 스팀 평가 200여개를 끝으로 잊혀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게임이라는 건 확실하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트스타일과 주제의식, 그리고 <Space Funeral>과 <Hylics>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추천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