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짜릿하고 빠직빠직한 무언의 전기 퍼즐 전류를 통하게 만드는 전도체 로봇을 조종해 곳곳에 숨겨진 칩을 모아 정해진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해야 하는 퍼즐 플랫포머 게임이다. 2016년 일본 게임 대상의 수상 경력으로 보아 일본의 인디 개발사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6년에 선보인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버전을 오래도록 다듬어 완성해낸 듯하다. 특유의 픽셀 그래픽과 레트로 풍 사운드는 무난히 좋은 가운데, 전기를 통하게 만드는 로봇의 특성을 십분 반영한 퍼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게임을 끝마친 뒤 흘러나오는 크레딧을 제외하면 게임 상에 아무런 텍스트가 없다. 그 흔한 대사 한 마디 없고 조작 설명도 오로지 키 조합과 그림으로만 이루어지며 메뉴 창도 온통 아이콘으로만 가득하다. 심지어 도전과제를 살펴봐도 아이콘만 있을 뿐, 설명이 단 한 글자도 적혀있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알아서 해금되는 도전과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살짝 무섭게 다가온다. 하필 요 직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이 인스크립션(Inscryption)이었던 탓도 없잖아 있고. 아무튼 퍼즐 게임으로써는 상당히 과묵한 편에 속하는 게임이다. 그래도 전류를 통하게 만드는 로봇의 특성을 활용한 퍼즐은 독특한 구석이 있고, 간결한 설명으로 게임의 모든 조작을 플레이어에게 숙지시켜 게임의 직관성이 제법 뛰어나다. 쉽게 말해 하나의 그림과 약간의 시도만으로 모든 조작을 이해할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게임 초반에 로봇의 몸체와 머리를 분리하는 스킬을 획득하게 되는데, 전류가 통하는 머리와 전류가 통하지 않는 몸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야 하는 퍼즐이 꽤나 흥미롭다. 전류의 흐름 여부를 잘 파악하고 해결책을 궁리해야 하는 퍼즐은 각 구역마다 퍼즐의 구성과 매커니즘이 미묘하게 달라져 두뇌를 굴려 상황을 해결하는 재미 하나는 충분하다. 총 두 가지 엔딩이 준비돼있는데, 두 엔딩을 감상하기 위해선 곳곳에 숨겨진 20개의 칩을 전부 획득하거나, 숨겨진 스킬과 숨겨진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 다만 일부 칩과 지름길은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단서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아 공략을 참조하지 않는다면 꽤 오래 헤메야만 한다. 칩이라는 수집 요소와 두 가지 엔딩을 통해 조금이나마 컨텐츠의 폭을 넓힌 것은 좋았지만, 이를 너무 은밀하게 숨겨둔 점이 아쉽다. 칩이나 지름길이 있는 곳을 살짝 부스러뜨리는 식으로 표시를 해두거나 별도의 지도 기능을 갖춰뒀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전류의 흐름을 활용하는 컨셉을 준수한 직관성과 더불어 다양한 매커니즘을 활용한 퍼즐 디자인으로 풀어낸 상당히 괜찮은 퍼즐 게임이다. 플레이 타임 자체는 조금 짧기도 하고 후반부에 살짝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퍼즐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무난히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662172&memberNo=40601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