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Ship of Theseus)' 전작인 Fox Hime보다 50년 정도 이른 시기의 내용을 다루는 프리퀄이 되는 작품. 스토리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키워드는 '환생'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함께 할 약속을 지킬 거라면, 저는 그 약속을 위해 당신의 다른 생애에도 함께 할 거예요.' ...라는 의미심장한 마무리 멘트를 남김으로써 전작에서 부족했던 개연성이 설명이 된다. 전작의 남자 주인공(얀)은 부모님의 발원 덕분에 여우 여신(모리)을 만나게 된 게 아니었고, 그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얀, 이름도 같다)의 영혼이 전생하여 환생한 존재였기 때문에 모리와 인연이 생겼던 것이다. 모리의 입장에서는 '전생의 기억 없이 환생하게 되는 영혼은 전생의 영혼과 같은가?'의 고뇌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짜장면 그릇인데 지난주에 짜장면을 담았을 때와 이번 주에 또 짜장면을 담았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분명 다른 내용물이 담겼으니 그때랑 지금이랑 다르지 왜 같아요 ㅎㅎ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틀린 말 아니다. 문제는 다른 시간대와 다른 장소 일지라도 '같은 그릇'에 담겼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저 두 짜장면에는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 그릇'이 갖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개별성(individuation)'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플루타르크 선생님의 수 천년 묵은 퀴즈인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 이야기랑 연관 지을 수 있다. 이 남자에 대한 '정체성'을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모리에게는 큰 고민거리이다. 스토리에서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의 예지력과 지혜'... 와! 편리한 설정!) 함께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는 모습에서 모리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어볼 수 있기는 하다. 으레 철학적인 해법이 그렇듯 하나의 모범 답안을 딱 찝어내는 게 아니고, 생각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방향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