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원숭이의 소중한 터전을 지켜주세요
올드 맨즈 저니(Old Man's Journey)를 개발한 Broken Rules의 신작으로, 인간들의 무분별한 밀림 파괴를 피해 자유를 찾아 떠난 긴팔원숭이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gibbon이라는 단어에는 긴팔원숭이라는 의미가 있어 말 그대로 긴팔원숭이 게임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긴팔원숭이의 특성과 동남아 밀림의 생태계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소견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이다. 밝은 색감의 비주얼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며, 사운드는 대체로 무난한 편.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어차피 말 못하는 긴팔원숭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라 언어가 큰 의미는 없다.
조작이 꽤나 단순하고 간결한 편이다. 긴팔원숭이가 자동으로 앞으로 움직이고, 긴팔원숭이의 위치에 따라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인식하고 버튼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하는 방식이다. 두 팔을 분주히 움직여 매달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광경이 꽤나 역동적이고, 버튼 인식도 그럭저럭 괜찮아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다. 팔이 긴 만큼 다리가 덜 발달해서 그런지 도리어 뛰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매달려 움직이거나 지형 사이를 뛰어넘는 것에 한정해서는 속도감이 제법 좋다. 단순하고 간결한 버튼 액션으로 긴팔원숭이 특유의 움직임과 속도감을 이만큼 구현했단 점이 인상적이다.
긴팔원숭이 가족의 탈출 과정을 담은 스토리는 대체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밀림에서 오순도순 화목하게 살던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인간들의 난개발로 인해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갖은 고초 끝에 새로운 터전을 향해 떠나는 과정은 전형적이면서도 알기 쉬운 전개를 보인다. 이렇듯 스토리 자체는 무난하지만 스토리텔링이 그다지 좋지 못한데, 긴팔원숭이와 배경 사이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다시피한 데다가 스토리 파트의 내용이 지나치게 짧아 몰입도가 떨어져 위화감이 상당하다.
한 차례 엔딩을 본 이후에는 보라색 아기 긴팔원숭이를 조종하는 해방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다. 지형이 무작위로 뒤섞여 등장하는 일종의 무한 모드라 할 수 있는데, 지형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움직일 수도 있고 작은 우리에 갇힌 야생 동물을 풀어줄 수도 있다. 설령 놓치는 야생 동물이 있어도 이후에 또 등장하니 수집에 대한 걱정이 필요없고, 어느 정도 야생 동물을 풀어주면 이후 지형에 풀어준 동물들이 등장하거나 함께 달리기도 해 자잘한 재미 요소가 된다. 다만 이걸 감안해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긴팔원숭이가 날고 기는 선에서 그쳐 수집 이외에 동기가 다소 약하다는 점이 아쉽다.
긴팔원숭이라는 멸종위기종과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대한 경종이라는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은 게임이고, 그런 의미에 있어서는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긴팔원숭이를 직접 조종해 밀림을 누비는 게임 플레이 역시 그럭저럭 흥미롭다. 다만 스토리텔링이 다소 경직돼있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알바 : 야생의 모험(Alba : A Wildlife Adventure) 같은 자연 보호를 테마로 한 게임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
P.S! "캐너발트"라는 도전과제를 획득하기가 무지막지하게 까다롭다. 해방 모드에서 마을 지형의 가장 높은 크레인 위를 건너야 하는데, 이것 자체로도 난이도가 몹시 높은 데다가 지형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해방 모드의 특성상 운이 나쁘면 시간이 무지막지하게 소요된다. 순전히 도전과제로 게임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만, 솔직히 이런 도전과제를 넣는 건 좀 많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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