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가 일궈낸 타워 디펜스의 작지만 치명적인 혁신
매 턴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고블린 무리로부터 기지를 무사히 방어해내야 하는 타워 디펜스 스타일의 캐주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기지를 막아내기 위해 매 턴마다 작물을 심어 골드를 벌고 건물을 짓고 노움을 고용해야 하며, 일단은 고블린 우두머리가 나타나는 16일까지 버티는 것이 목적이다. 80년대 게임을 보는 듯한 레트로풍의 픽셀 그래픽, 고전 게임에서 볼 법한 화면 인터페이스 구성, 타워 디펜스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독특한 게임 디자인이 돋보인다. 한국어 지원은 없지만 그래도 영어가 크게 어렵진 않다. 이제 한국어를 공식으로 지원한다!
몰려오는 고블린 무리를 막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고블린에게 직접 데미지를 가하는 노움을 고용할 필요가 있다. (선인장 같은 일부 식물도 고블린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노움 고용이 우선이다.) 여기서 다른 타워 디펜스 게임과 차별되는 지점이 드러나는데, 바로 고용한 노움을 매 턴마다 자유롭게 움직여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매번 고블린 텐트의 위치와 기지로 몰려오는 동선이 달라지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한 노움과 일부 오브젝트를 잘 배치해 고블린 무리의 동선을 틀고 최적의 방어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매 턴마다 한정된 골드와 보유한 기물을 바탕으로 최적의 전선 배치를 고민하는 게임 플레이가 대단히 흥미롭다.
전반적인 게임의 진행 또한 흥미롭게 흘러간다. 단 30골드와 몇몇 시작 기물만 지닌 초반에는 한두마리 남짓의 소수의 노움으로 어떻게든 고블린 무리를 막아내는 한편 각종 작물과 유물을 구매해 골드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져나간다. 이후 작물과 유물을 차츰 늘려가며 매 턴마다 확보할 수 있는 골드의 양을 점차 늘려나가는 한편 고블린 무리가 침략해오는 동선을 파악해 지속해서 기지를 방어한다. 마지막 16일에 다다르면 고블린 무리가 대량으로 침략해오고, 이를 막기 위해 그 동안 쌓아둔 골드와 기물을 최대한 퍼부어 우두머리를 처치하고 기지를 막아내야 한다. 이러한 초중후반 게임 흐름의 변화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절로 빠져들게 된다.
게임의 무대가 그리 넓지 않은 데다가 고블린 무리의 침략 속도가 빨라 게임의 템포는 타워 디펜스 게임치고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덕분에 단순 클리어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한 판이 아주 빨리 끝난다. 최대 3배속까지 게임의 속도를 올릴 수 있는데, 이걸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게임의 속도가 제법 빠르게 느껴진다. 여기에 매번 달라지는 상점 아이템과 고블린 무리의 침략 동선으로 로그라이크 특유의 변수 요소까지 제대로 충족시킨다. 타워 디펜스 장르에 로그라이크의 요소를 절묘하게 도입한 시도가 돋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재미를 창출해낸 게임 플레이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클리어 이후 엔들리스 모드로 접어들면 게임의 양상이 또 다시 변화한다. 이 때부터는 몰려오는 적들의 수와 스펙이 대폭 상승하는데, 최대한 한방향으로 몰려오게끔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또한 4일 주기로 고블린 우두머리가 나타나며 이 우두머리를 처치하고 나면 적들의 스펙이 대략 네 배씩 상승한다.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지만 그만큼 적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도전하는 재미도 향상된다. 최대한 전선을 갖추고 난 뒤 게임 화면을 저장해보면 꽤나 그럴 듯한 광경이 펼쳐져 나름 보람도 느끼게 된다.
게임을 여러 번 클리어하다보면 다양한 길드와 스테이지가 차례차례 해금된다. 각 길드마다 시작 기물이 달라 강점과 약점이 뚜렷이 나뉘어 초중반 운영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각 스테이지마다 지형지물의 특성이 다르고 고블린 무리의 종류가 달라 또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극단적으로는 아예 노움 없이 식물로만 게임을 풀어나가는 길드도 있고, 역대 모든 지형이 뒤섞여 나와 게임의 양상이 복잡해지는 스테이지도 있다. 그래도 이런 다양한 길드와 스테이지 덕분에 리플레이 가치는 꽤나 높게 잡히는 편이다. 그 밖에 1000골드 확보나 모든 아이템 확보/제거, 10골드 수익 이내로 클리어 같은 일부 도전과제가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타워 디펜스 장르에 로그라이크 요소 도입이라는 발상을 아주 멋드러지게 풀어내 완벽에 가까운 재미를 창출해낸 훌륭한 인디 게임이다. 적을 공격하는 '타워'에 해당하는 노움을 움직여 적의 침략 동선을 비트는 과정, 그리고 게임의 빠른 흐름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게임 플레이가 대단히 흥미롭다. 여기에 수많은 종류의 길드와 스테이지, 그리고 엔들리스 모드의 존재로 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할 가치도 충분하다. 다른 타워 디펜스 게임과 차별화되면서도 빠르게 마칠 수 있는 이색적이고도 신선한 타워 디펜스 게임을 찾는 이들이라면 대단히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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