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만약에 콜롬버스 이전에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이 있었다면?"
"소설을 쓰네. 차라리 흑사병이 진짜로 신의 징벌이었다고 하지 그래?"
독특하고 시각적으로 잘 채워진 세계관, 충격적이고 몰입력있는 스토리,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54,800원짜리 항공권. 할인하면 개혜자지만 본전도 나쁘지 않은 갓겜.
저렴한 운임료에서 엿볼 수 있듯 현지 가이드는 없습니다.
영어가 안 되시는 분은 조용히 뒤로를 눌러주세요.
라고는 했지만, 이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알트머들이나 길드워2의 아수라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단순하고 쉬운 어휘를 구사하므로 도전욕이 있다면 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대략 어떤 게임인지 아주 과격하게 축약해보자면, 위쳐3 +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해본 게임이 많은게 아니라서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여러 개로 분할된 맵들이 최소한의 구색을 단 오픈월드를 갖추고는 있지만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몬스터와 스토리를 제공하는 엔피씨, 스킬 포인트를 주는 제단을 제외하면 맵의 동선 퍼즐을 푸는 것이 재미의 전부입니다.
위쳐와 같은 어메이징한 오픈월드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전투는 나쁘지 않습니다. 막강하고 절륜한 화력을 자랑하는 총기는 탄약을 소모하기에 초반에는 얼마 쓸 수 없고, 마법은 마나가 차있는 동안은 쓸만한 원거리 공격을 제공합니다. 이렇다할 패널티가 없는 근접전도 패리와 회피를 통해 꽤 박진감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총기의 타격감이 정말 어메이징 하다고 해두겠습니다. 드래곤 에이지처럼 동료가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다크소울처럼 천장 뚫고 치솟지는 않아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습니다.
스토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미션을 수행하고, 편지를 읽고, 엔피씨를 추궁하면서 실마리를 얻어 한커풀 한커풀 벗겨가는 묘미가 일품입니다. 빈약한 오픈월드와 그럭저럭 그냥 할만한 전투를 스토리의 예술성으로 전부 커버하는 게임입니다. 각 퀘스트는 유저가 충분히 빠져들만한 시나리오를 제공하며, 완료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엔피씨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협박', '매수', '감화' 등의 선택지가 플레이어의 스탯에 따라 해금됩니다. 전 다른 선택지를 택했을 때가 궁금해서 세이브 로드를 통해 모든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중입니다. 이런 점은 드래곤 에이지를 강하게 연상시킨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세계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제작사가 공들인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주인공의 국가인 Serene은 상업과 교역으로 먹고사는 상인공화국입니다. 중세 지중해 교역망의 왕초였던 도시국가 베네치아의 별명이 La Serenissima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하죠. 근데 이 Serene은 중동문명을 모티브로한 과학덕후 The Bridge Alliance와 서유럽 분위기를 풍기는 태양숭배 종교꼴통 국가인 Theleme사이에 낀 애매한 위치에서 중립외교 줄타기를 하는 중입니다. 베네치아도 오스트리아와 오스만 제국 사이에 껴서 둘 모두에게 뻐큐를 날리다가도 상납금을 내는 등 스탠스를 갈아탔다는 것이 연상되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 작중의 신대륙에 해당하는 섬인 Teer Fradee의 원주민 캐릭터들의 호주 억양과 Serene출신 주인공의 영국 억양이 두드러지게 대비되는 점, 모든 단어를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읊어주는 친절한 주인공과 인후파열음을 하도 많이 섞어서 걸레 같이 들리는 하층민 캐릭터들의 발음 등등도 세계관에 빠져들도록 하는 요소입니다.
요약 :
오픈월드는 없는거나 마찬가지.
전투 꽤 재밌음. 회피, 패리있음.
세계관 나쁘지 않음.
시나리오 예술.
긴가민가하면 한 2년 뒤에 확팩 나오고 60퍼센트 할인할 때 사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