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게임에 218시간 날린 소감
<장점>
1. 석기시대 단순 레벨업 시스템에서 조금 탈피한..유저가 좀 더 관여할 수 있는 성장 시스템
레벨 오를 때는 기혈(HP)과 내혈(SP)만 오릅니다. 권법, 검법, 도법 등의 수치 상승과 무공 습득, 무공 강화는 각 무공서 안에 스킬트리 형식으로 앙증맞게 들어가 있다고나 할까요. 경험치를 얻어서 무려 좌클릭 오브 더 마우스 권법으로 스킬트리를 쾅쾅 찍으면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거죠.
별도로 6가지 감오가 있는데 이건 특성 시스템과 비슷한듯? 각 감오마다 패시브 스킬을 습득할 수 있고 연격률, 폭격률, 상태이상률 등을 강화하여 혼합시키면서 캐릭터를 점점 변태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공략을 보고 감오를 매우 잘 찍는다면 오버파워되서 혼자 적들 썰고다니며 동료들은 병풍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회차는 공략 안 보고 하는게 재밌는듯..
아무튼 굉장히 많은 무공과 감오 시스템이 있어서 어떤 무기 스탯을 키우고, 어떤 무공을 익히고, 어떤 감오를 찍는지에 따라서 같은 캐릭터라도 다르게 키울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218시간 날리면서 가장 좋은 점이었습니다.
2. 약자의 짐을 덜어주는 정의로운 주인공의 소소한 취미.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소문 시스템
소문을 말해주는 npc가 있는데 입이 가벼운지 누가 어떤 무공서를 얻었다더라.. 어떤 아이템을 얻었다더라..하고 일일이 보고를 해줍니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가서 훔치면 됩니다. 게임 세계 속의 아저씨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NPC들이 그 귀한 걸 얻고서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훔쳐줍시다.
매일 아침 8시에 소문이 갱신되는데 소문 말해주는 NPC 앞에 가서 8시 직전에 세이브 해놓고 원하는 무공 나올 때까지 로드 신공을 해줍니다. 약간 복권 긁는 소소한 재미를 누린다고나 할까요.
원하는 무공이 나왔다면 삶에 지친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봉사정신을 발휘합니다. 가서 주머니를 털어 가볍게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많이 하면 밸붕이니 게임이 무료해질 때, 또는 어떤 놈을 손봐줘야 하는데 주인공이 한방에 나가떨어질때, 한두번 해서 무공 얻고 강해지면 좋습니다.
좋은 무공이 안 나왔는데 로드가 귀찮다? 그럼 트레이너 받아서 한시간 앞으로, 즉 7시로 당겼다가 다시 한시간 뒤 8시로 되돌리면, 또 8시가 되었으니 AI가 소문NPC를 갱신 시켜 새로운 소문을 넣어줍니다. 알파고 AI의 허점을 노린 이런 고급진 방법을 사용함으로서, 길 가다 한대맞으면 죽는 허접한 1레벨 주인공의 주머니를 천하제일 무공서들로 채울 수 있는 것이지요. 밸붕의 지름길이니 많이 하면 재미가 삭제됩니다.
참고로 선악 게이지가 있어서 많이 훔치면 사악해지는데... 선 루트를 타고 싶은데 도둑질도 하고 싶은 범죄자들..아니 즐겜유저들에겐 걸림돌이 됩니다. 이건 금단의 비법인데 트레이너 버튼 한방이면 악100%에서 바로 선100% 됩니다. 저는 트레이너로 능력치 올리는 건 거의 안 하고 밸런스 붕괴 안시키는 선에서 이런 소소한 기능들을 쓰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거 쓰는 거에 거부감을 가진 분이 있으실텐데 2~3회차 해서 볼장 다 보고 조금이라도 가성비 뽕을 더 뽑고 싶은 경제관념 투철한 분들은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질 겁니다..멀티가 아닌 이상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재미를 다 짜내서 삶의 스트레스를 날려줘야 생산성이 오르고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인류가 발전합니다.
3. 기타 자질구레한 장점들
오픈월드에 여러 문파와 마을과 많은 퀘스트들이 널려있으며 순서없이 아무데나 싸돌아댕기며 이것저것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퀘스트 분기도 있어서 2회차도 가능.. 한마디로 스카이림의 심한 열화판이죠. 발매한지 10년 넘었어도 각종 모드 떡칠과 트레이너질로 유저들이 계속 새로운 재미를 연구 개발, 지금도 팔리면서 금융치료 받아 무병장수 하고 있는 스카이림처럼 되고 싶었는지, 하락군협전이 여러 모로 발버둥 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점>
단점이라기 보단 제 취향에 안 맞는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 공략 없이는 막히는 퀘스트가 많다.
똥자루 굵은 사람이 수돗세 아껴보겠다고 절약 변기 설치하고 매일 변기 막혀서 뚫어뻥을 옆에 두고 살아야 하는 심정과 같습니다. 막히는게 한 두개 여야지요.
그리고 선택지 잘못 선택해서 동료가 영영 손절치거나 좋은 아이템을 못얻거나 하는 폭탄이 군데군데 있어서 이 지뢰밭을 피해가기 위해 공략을 보고 싶어 집니다. 이게 뭔 소리냐면 공략으로 스포당하고 하는 거라 재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2. FIRE 친절한 보상 시스템
서브퀘스트는 무공서 주는 퀘스트 위주로 하고 싶은데 퀘스트 보상이 안 적혀 있어서 완료하기 전에는 뭘 얻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아쉬웠네요. 바쁜 현대인이라면 시간 쪼개서 노잼 퀘스트를 뭐줄까 싶어 시간들여 완수했더니 똥템이나 돈 조금 나오면 시간이 아까울 겁니다.
3. 관심없는 그들의 일상
무협물 좋아하는 분들은 맵 여기저기에 있는 강호인들의 대화와 시시콜콜한 그들의 사정을 듣는게 재밌을 겁니다. 무협세계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주겠죠. 근데 오픈월드RPG만 좋아하고 무협엔 별 관심이 없는 저같은 사람은 얘 잡으면 아이템 뭐 뱉냐에 관심이 있지, 각 마을의 많은 무의미한 npc에게 일일이 말걸기도 지루합니다. 근데 이게 또 말 안걸면 뭔가 완벽히 이 게임을 즐긴게 아니라는 알 수 없는 찜찜한 완벽주의가 발목을 잡습니다.. 4차 산업으로 AI가 라이벌로 치고 올라오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일자리가 줄어들 조짐이 보이고 있는 이 세기말 다크니스 월드에서, 나 먹고 살기도 버거운데 허접한 그래픽으로 아장아장 걷고 있는 NPC 사정 듣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을까요..
음.. 저의 짧은 소감은 여기까지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점을 저리 적어놨지만 저는 세일 안할 때 20500원 정가 주고 샀는데 돈이 안 아까웠습니다. 취향 맞으면 재밌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