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마법서 “Lexicon” (사전) 을 들고 영단어를 만들어 나 자신도 통제가 힘든 마법을 시전하는 무명 마법사 Leximan 의 여정 Leximan 은 이 게임의 제목이자 게임 속 주인공의 기본 이름 – 이름을 바꿀 수 있으나, 주인공의 기본 이름 및 게임의 엔딩에 나오는 호칭은 Leximan 이다 – 이며, 게임의 메인 메커니즘은 단어를 만들어서 마법을 시전하는 미니게임에 그 외 다른 게임들의 패러디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미니 게임들이 합쳐진 어드벤처 / 퍼즐 장르의 게임이다. 스토리의 서론에 대해 간략하게 적자면, 주인공 Leximan 은 마법 학교인 Academy Elementinia 에 입학을 하기 위해 교장인 대마법사 Elementine 를 학교 앞에서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원소 마법도 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가르칠 필요가 없는 학생이라는 취급을 받다가, 주인공이 들고 있는 Lexicon 및 그 책의 독특한 마법 능력을 눈여겨보고 입학을 허가한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평균 이하의 마법 실력을 보고 결국 다른 “부적절한 학생들” 이 있는 아카데미의 지하실로 쫓겨나게 된다. 그렇게 지하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던 중, 적대적인 마법사의 습격으로 인해 아카데미에 난리가 나고, 이후 “마법 학교의 붕괴 > 아카데미라는 공간 밖의 세상 탐험 및 마법사를 싫어하는 세력들과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 주인공의 비밀이 밝혀짐 및 여정의 진정한 결말 > 그 동안 등장했던 우호적 인물들에 대한 가벼운 후일담” 순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스팀 페이지의 인기 태그를 보면 알겠지만, 스토리의 대부분은 진중하기보다는 가볍고 유머 넘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다른 게임이었다면 절대로 희망차게 끝나지 않았을 것 같던 일들이 개그로 소비되거나 어찌저찌 해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의 결말 부분에서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지해지며 게임 속 뿌려져 있던 떡밥 몇 개를 회수하는 양상이 보이긴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우정과 동료애의 힘으로 해결을 하는 걸 보면 역시 스토리의 기본 방향성은 밝고 유머에 치중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스토리가 가볍다고 해서 비추천을 내리는 건 아니다. 코미디의 비중이 컸는데도 재미있게 즐긴 게임의 예시를 들자면, There Is No Game 처럼 유머에 치중되어 있고 스토리의 깊이가 그렇게 깊지 않은 게임이어도, 플레이어에게 큰 부담이 가지 않는 가벼운 포인트 앤 클릭 / 퍼즐 구간들을 풀어 나가는 재미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패러디 및 개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Leximan 은 아쉽게도 스토리의 애매한 방향성 및 주체성 없는 게임플레이가 눈에 밟히는 게임이었다. 왜 이렇게 느꼈는지, 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 보자면 : A. 스토리 >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주인공의 여정과 엮이게 되는 여러 등장 인물들이 나온다. 위에서 말한 아카데미의 교장 Elementine, 아카데미의 지하실로 쫓겨났을 때 처음으로 반겨주는 Wressa, 학교를 깽판치러 온 화염 마법사 Sparx 등등 약 6 ~ 7 명의 “조연 인물” 을 만나게 된다. 각 인물의 개성 및 사연은 잘 갖춰져 있고, 주인공의 조력자로써의 역할 및 스토리 내 처음으로 주인공과 만났을 때 대적하는 부분들은 나름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스토리에 잘 녹아 들어갔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를 복원하는 과정 및 마법 학교 밖의 세상에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벌어지며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주변 등장 인물 간 소소한 상호작용이 나오기는 하나, 스토리의 주축 중 하나인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Lexicon 을 손에 넣게 되었는가?” 에 대한 내용은 후반부에 모두 때려 넣어서, 진상이 풀려 나가는 과정이 정보 주입으로 변질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연 인물들의 경우도 각 캐릭터에 대한 관심 및 게임의 처음에는 적대적이었던 캐릭터가 어떻게 서로 협력하는지가 마지막 챕터에서 크게 고조되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 접점이 있었던 Wressa 와 Sparx 사이를 제외하면 다른 인물들이 친해지는 과정은 성급하게 진행된 것처럼 느껴진다. 즉, 스토리의 방향성 (아카데미의 재건축 + 주인공 Leximan 과 관련된 비밀 밝히기) 은 명확하나, 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샛길로 빠지다가 결국 후반부에 모든 게 해결되는 과정을 몰아넣으니, 스토리를 따라가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지루한 갤러리를 걸어가다가 마지막에 명화 딱 하나를 10초간 보여주고 갤러리에서 쫓겨나가는 느낌이다. B. 게임플레이 > 게임플레이는 주인공이 게임 속 세상을 걸어 다니며 여러 NPC 에게 말을 걸며 스토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단순한 미니게임들을 통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 게임 속 고유한 미니게임은 위에서 말한 단어 만들기 인데, 화면에 떠 다니는 단어 조각들을 합쳐서 말이 되는 영단어를 만들어야 한다. 예시를 들자면 화면에 “F” 랑 “IRE” 가 둥둥 떠 다니면 이 두 조각을 “FIRE” 로 배열해, 주인공이 불 마법을 쓰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식이다. 당연히 정답에 해당하는 단어들만 떠 다니지 않고, 말이 안 되는 조각들 및 다른 단어로 조합할 수 있는 조각들이 떠 다녀서 일종의 단어 퍼즐을 푸는 재미를 준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단어를 넣어서 게임이 당황해 하는 걸 볼 수 있고, 깨알 같은 유머도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초반에 “MAGIC” 과 “MISSILE” 을 조합해 주인공이 기초적인 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시전하는 걸 볼 수 있으나, 이를 반대로 조합하면 말 그대로 미사일 매직이 되어서 ICBM 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유머의 기준은 상대적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영단어 맞추기 미니게임에서 나오는 개그 연출들 / “잘못된 선택” 에서 나오는 유머들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일부러 오답을 넣어서 어떤 텍스트가 나오는지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고, 오히려 이렇게 오답 같은 단어를 넣었는데 게임이 정답으로 인정하는 걸 보고 “이게 맞다고???” 라고 느끼는 황당한 순간들도 있었다. > 다만, 게임의 핵심 기믹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이 단어 미니게임들이 등장하는 순간이 의외로 많지 않다. 단어 만들기 미니게임이 등장하는 순간들 및 여기에 쓰여진 텍스트에는 공을 많이 들였지만 – 반대로, 만약 여기 나오는 단순 개그들 및 문제가 취향과 맞지 않고 이 게임을 순수 퍼즐 게임으로 생각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면, 이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못 느낄 가능성이 크다 – 몇 개의 단어들은 개발자가 따로 상호작용을 만들어 놓지 못해서 좀 더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볼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이 시스템이 “완성도가 높다” 라고 하기에는 1차적인 컨텐츠 – 단어를 조합하여 게임의 반응 지켜보기 –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적은 경우가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게임에 대한 정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 그러나, 이러한 영어 단어 만들기 기믹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들에서는, 단순하게 어디서 많이 본 게임들의 패러디 (클리커 게임류, 포인트 앤 클릭 게임류,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등등) 미니게임이 등장하거나, 큰 모티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조작 방식은 다른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에서 따온 듯한 미니게임들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 나오는데, 이 미니게임들이 순수하게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나마 재미만 없고 조작은 단순한 미니 게임들은 괜찮은데 – 클리커 게임 미니게임의 경우 시간이 약간 걸리며 재미는 없지만 적어도 조작이 난해하지는 않았다 – 재미도 없는데 조작도 끔찍한 우편 배달 미니 게임 및 자신만의 매력이 부족하지만 메인 스토리의 일부분이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감옥 탈출 / 포인트 앤 클릭 미니게임들은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게임의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 내 단어를 만드는 미니게임들에 힘이 빠지게 되고 아예 다른 미니게임들에 힘을 더 들이는 게 느껴지는데, 개발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때보다 차라리 게임 초반에 이상한 단어를 만들면서 게임을 골탕먹이는 게 더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마지막 챕터인 4챕터에는 아예 턴제 RPG 미니게임으로 성향이 바뀌면서 단어 만들기 기믹은 자잘하게 나오는데, 과거에 플레이했었던 Buddy Simulator 1984 의 PTSD 가 차 오르면서 “왜 순수 턴제 RPG 게임이 아닌 인디 게임들은 자꾸 재미없는 턴제 전투 미니게임을 넣으려 하는가” 에 대한 고찰에 빠지게 되었다. 가독성도 떨어지는 턴제 전투 때문에, 전투의 난이도 자체는 (캐릭터 별 스킬의 다양성이 좋아)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구간으로 머릿속에 박혔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아이디어 및 중간중간 나오는 몇몇 농담들은 마음에 들었으나, 게임플레이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지 않았으며, 스토리의 흐름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서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많이 갈리던데, 10시간을 넘긴 사람들이 평가에 많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약 7시간 걸려서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대충 빠르면 6시간 ~ 느리면 13시간 정도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의외로 분량이 좀 되는 게임이라, 만약 직접 해보고 싶다면 가볍게 할인할 때 해 보면 괜찮을 것이다. 여담) 업적의 경우 이론상으로는 1회차 안에 모두 딸 수 있지만, 놓칠 수 있는 업적이 많아서 특정 업적들을 놓치면 눈물의 2회차를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특수 아이템인 “이스터 에그” 의 경우 게임의 튜토리얼 구간에서만 얻을 수 있는데, 만약 이걸 놓쳤다? 즉시 2회차를 시작해서 3챕터까지 진행해야 업적을 딸 수 있다. 그나마 대부분 업적의 경우 업적 설명을 잘 읽으면 + 게임을 꼼꼼하게 진행하면 다 딸 수 있기는 한데, 그래도 업적 100% 가 (업적 가이드가 없는 지금 시점에서) 조금 난해한 편이라는 게 업적 광인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