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이 장악한 폐쇄적인 도시의 미해결 사건들을 세계 각지에서 파견된 탐정들이 해결한다는 설정의 추리 액션 게임이다. 어둠의 역전재판이라 여겨지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제작진이 만든 게임으로, 후속작이 나오기 힘든 단간론파 시리즈의 실질적이고 정신적인 후속작이라도 봐도 좋을만큼 단간론파 시리즈의 색채가 짙은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의 장단점은 단간론파 시리즈와 일부 공유하나, 다른 IP의 다른 게임인만큼 이 게임만의 차별화된 점도 있기에, 단간론파 시리즈와의 비교를 곁들여 이 게임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써볼까 한다.
👍좋았던 점
이 게임의 타겟 플레이어는 십중팔구 단간론파 시리즈의 팬들일 것이다. 장르 자체도 마이너한데, 단간론파 시리즈 자체가 특유의 씹덕스러움과 병맛, 잔혹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꽤 갈리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그 마이너함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시 말하면 단간론파 시리즈의 후속작이나 비슷한 게임을 바라던 사람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유의 씹덕스러운 그림체와 캐릭터들, 병맛스러운 대사와 유머, 그 와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는 잔혹한 연출이나 설정, 배경음악의 느낌까지 단간론파 시리즈와 매우 비슷하다. 캐릭터 디자인은 심지어 단간론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디자인만 살짝 손 본 수준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느낌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림체나 배경음악은 게임 이름만 가리면 단간론파라고 해도 믿을 정도.
단간론파의 초고교급 설정과, 폐쇄된 키보가미네 학원은 각각 세계탐정지부의 초탐정 설정과 거대기업이 장악한 폐쇄적인 디스토피아 도시로 변경된 것으로 보이며, 능력자들 사이에 홀로 끼어있는 보잘것 없는 능력을 가진 기억상실 주인공, 일련의 사건 사이에 숨어있는 거대한 비밀, 씁쓸한 뒷맛과 여운이 남는 스토리는 전부 단간론파가 떠오르지만 이 게임만의 스타일로 잘 각색했다.
특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는 충격적인 정도로 보나 스케일로 보나 여운으로 보나 단간론파 특유의 색채가 가장 짙지만, 또 가장 이 게임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 이 게임의 이름이 왜 레인코드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한다.
👎아쉬웠던 점
우선 클로즈드 서클이 배경이라 정해진 등장인물만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단간론파 시리즈와 달리, 매 사건마다 등장인물이 새롭게 등장한다.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조금씩 줄여나가는 단간론파의 방식은 처음엔 이름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번잡하고, 캐릭터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사건을 연관된 캐릭터에 맞춰서 짜야하지만, 씹덕 게임 특성상 개성있는 다양한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좋고, 게임하는 내내 캐릭터를 관찰하면서 사건에 휘말린 캐릭터에 몰입하기 좋다.
반면에, 이 게임처럼 사건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사건에 캐릭터를 맞추면 되기 때문에 사건을 구성하기는 쉽지만, 대부분 해당 사건 한정인 캐릭터들이 많기 때문에 캐릭터성이 얕은 경우가 많고, 캐릭터의 행동이나 감정에 몰입하기 어렵다. 몇몇 캐릭터를 제외한 대부분은 해당 챕터에서 1회용 캐릭터로 써먹고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씹덕 게임에서 흔히 보던 캐릭터성을 지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조연급 캐릭터들이 많지만, 이 역시도 한두챕터를 제외하곤 활약이 거의 없다. 메인 악역들은 최종 보스를 제외하고는 역시나 1회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캐릭터 소모가 심한 편이다.
또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는 좋았다고 앞에도 썼으나,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매우 아쉬웠다. 스토리 전반부와 중반부는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면 없어도 되는 별개의 사건이라는 느낌이고, 후반부에 갑자기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도전과제의 비율을 보면 초중반부 챕터별 클리어 비율이 꾸준히 줄어들며, 이는 큰 진전없이 단순히 사건 발생 해결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호불호 요소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는 호불호 갈릴 요소라서 여기에 적는 미니 게임들을 빼놓을 수 없다. 단간론파의 학급재판은 여러가지 미니 게임으로 정적인 추리게임들과 차별화를 뒀으며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의 미니 게임들은 단간론파와 방식은 거의 비슷하고 이름과 디자인만 다른데, 문제는 추리 액션 게임이라고 강조한 만큼 액션성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게 문제다.
특히 단간론파의 논스톱 논의에 해당하는 추리 데스매치가 개인적으로 제일 별로였는데, 단순히 증거 탄환을 발사해 발언을 논파하던 단간론파의 방식과 다르게, 발언을 상하좌우로 회피하면서 앤서 소드라는 칼로 발언을 부수거나 튕겨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바뀌면서 액선성 자체는 크게 증가했지만 문제는 검을 휘두르는게 정확히 일직선이 아니라 발언에 맞지 않을때도 있으며, 발언들이 패턴없이 페이크 무빙까지 해서 짜증을 유발한다.
한술 더 떠서, 이 게임은 추리 게임임에도 범인을 특정하는 것과 트릭을 찾기는 엄청 쉬운 편인데, 답을 다 알고도 미니 게임의 방식 때문에 진행이 막히면 그 짜증이 배가 되었다. 미니 게임은 물론 챕터 내내 질리지도 않고 등장하는 QTE, 시간 제한내에 버튼 누르기 남발도 역시 짜증에 한 몫했다. 하지만 기존 추리 게임들이 정적인 텍스트 게임이라 싫었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리-
단간론파 시리즈의 그늘을 못 벗어난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만큼, 단간론파 시리즈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익숙하거나 반가운 요소들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단간론파 시리즈 자체가 씹덕 요소나 병맛, 잔혹성에 면역인 사람이 아니면 입문하기도 어려운 만큼 이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좋게 말하면 액션성, 나쁘게 말하면 반응속도 측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입문도 어렵지만 엔딩까지 끌고가기도 상당히 벅찬 게임이다.
씹덕과 병맛, 잔혹성에 면역이라면 전체 스토리 자체는 단간론파 시리즈가 그렇듯 꽤 충격적이면서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만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하지만, 초중반의 개별 사건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줄이는 것이 좋다. 도전과제 비율 상 10명이 시작해 첫 챕터를 8명이 클리어했고, 중반부를 지나면서 4명으로 줄었지만, 그 4명이 결국 끝까지 마무리했다. 초중반부가 길고 지루해서 후반부까지 끌고갈 동력이 부족한게 아쉬운 점이며 후반부로 접어들었다면 어지간하면 사건의 진상과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플레이하게되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