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가 3일동안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신기루를 탐닉하고 영원한 여름을 쫓는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게임. Mediterranea Inferno 는 2020 년에 일어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적 봉쇄 (lockdown) 을 처음으로 실행한 이탈리아를 시대적 / 지리적 배경으로 하는 게임으로, 바이러스에 대하여 강제된 정책이 어느 정도 완화된 시간 – 즉, 격리 조치가 실행된 지 약 2년 후 – 그 동안 못 만났던 세 친구들이 며칠 동안 휴가를 내어 같이 시간을 보내는 약속을 잡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은 2020 판데믹으로 인해 많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마음의 병이 든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주인공 3인방은 최근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과거를 공경하며 그와 닮고 싶어하는 “Claudio” / 셋 중에서 가장 문란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Andrea” / 과거에는 차갑고 냉소적이었지만 판데믹이 벌어진 시기에 나름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제일 역변한 “Mida”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Claudio 의 할아버지의 집에서 3일 동안 여름 휴가를 보내며 우정을 다시 찾는 훈훈한 휴식을 취하기로 약속을 잡는다. 물론, 게임이 그렇게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줄 리가 없다. 할아버지의 저택으로 먼저 가서 준비를 해 놓으려는 Claudio 는 우연히 Madama 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환상을 생생하게 겪을 수 있게 해주는 “신기루의 열매” 를 준다. 열매 속 과육을 먹으며 자신이 원하는 환상에 빠져드는 주인공에게, Madame 은 “3일 동안 너와 네 친구들에게 이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 열매를 열심히 먹어서 휴가의 마지막 날에 승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라는 말을 해 준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예상이 가겠지만, 이 열매를 가지고 등장인물 간 관계가 깨지면서, 그들의 과거 – 정확히 집자면 판데믹이 벌어진 동안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 – 이 밝혀지고, 점점 파국으로 흘러가는 내용이 이 게임의 주 스토리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게임의 스토리는 매력적이었는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이 개발자의 전작인 Milky Way Prince – The Vampire Star 과 비교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게임에 대한 평가를 읽어 보았다면 알겠지만, 전작의 경우 주제 자체는 “불안정한 연인 관계” 라 매우 생소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서 스토리 이해가 힘들어 호불호가 꽤 갈린 게임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이 게임도 이러한 큰 특징들은 전작과 어느 정도 공유한다. 주제의 경우, 크게 스포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의 흐름 및 특정 사건으로 인해 달라진 세 인물의 양상, 및 이에서 오는 허무감과 공허감” 이라서 낯설거나 공감이 가지 않는 소재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각 등장인물이 보는 신기루들은 각 인물의 욕망 및 내면 상태를 표현하는 주요 소재로 쓰이며, 당연하지만 이 환상들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면 스토리가 개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작보다 은유 표현들의 난해함은 꽤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스토리 전달은 이번 작이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게임 내 과거 회상 / 악몽 구간에서 그 동안 숨겨져 있었던 진상이 밝혀지며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리고, 모든 분기점과 엔딩을 보는 과정에서 각각 고유한 환상 / 디테일이 펼쳐지는 연출들은 꽤 매력적이었다. 게임 내 분기점들은 휴가 기간 동안 어느 장소에 들를 것인가로 인해 정해지는데 이로 인해 어떤 인물이 더 많은 열매를 먹느냐에 따라 갈라지며, 당연히 각 등장인물이 열매를 먹을 때마다 보이는 신기루도 다르기 때문에 다회차의 동기 및 보상이 확실하다. 또한, 한 번 엔딩을 보고 나면 컷씬들을 5배속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 안타깝게도 여전히 대사들은 수동으로 클릭을 통해 넘겨야 하지만, 새로운 회차마다 이전에 보지 않은 분기점을 보는 데 집중하여서 그런가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 이미 본 부분들은 빨리 넘길 수 있었다. 전작의 경우에는 스토리를 스킵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 및 특정 분기점 이전에는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어서 다회차를 하기가 귀찮았던 점 때문에 비추천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부분은 발전한 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Mediterranea Inferno 가 모두를 위한 게임이라는 건 절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전 작품을 해 보았다면 알겠지만, 이 게임은 절대 친절하거나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작에도 간접적인 섹스 / 동성애 묘사 및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들의 행태를 보여 주었지만, 이 게임은 이러한 요소들의 강도를 거의 2배로 증가한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건전한” 게임을 하고 싶다면 즉시 찜목록에서 삭제하는 걸 권장한다. 또 다른 다듬어지지 않은 면은, 전작보다는 약간 발전하였지만 어느 정도 장단점을 공유하는 그림체인데, 좋게 말하면 독특한 그림체이고, 나쁘게 말하면 중간중간 몰입을 해치는 방향으로 인물들이 그려져서 게임의 몰입을 조금씩 방해한다. 즉, 이 게임은 시작부터 플레이어의 눈을 안정화한 뒤 소화하기 쉬운 이야기를 풀어주는 게임이 아니라, 초현실적이면서 어찌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비주얼 / 연출과 버무려 놓은 스토리를 곱씹을 수 있는 내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리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전작보다 – 위 문단에서 서술한 소재와 특징들로 내 관심을 잡는 데 성공하였고 – 충분히 깊이감이 있으면서 묘한 방향으로 공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볼 수 있게 되는 “트루 엔딩” 은 (자세히 스포일러하지는 않겠지만) 이 게임이 보여주려고 했던 소재에 대한 불만과 동시에 조소가 담긴, 이중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이 게임에 걸맞은 엔딩을 보여주기에, 꽤 여운이 남는 결말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결론적으로, 기묘한 시각적 표현 안에 담아 놓은, 무겁고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솔직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스토리를 잘 풀어 놓은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첫 회차는 약 2시간이 걸렸고, 모든 분기 확인 및 트루 엔딩 감상까지는 4시간이 걸려서, 비주얼 노벨 치고는 그렇게 분량이나 텍스트의 압박이 심하지는 않은 편이다. 게임 내 배경이 이탈리아여서 (이 평가를 쓰는 사람처럼) 외국어라고는 영어 하나밖에 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몇몇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 / 배경지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 이해에 크게 방해를 하지는 않으므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담) 의외로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분기점 및 엔딩을 볼 필요는 없다. 각 신기루 (분기점) / 엔딩에 1장씩 카드가 숨겨져 있고, 총 8장의 카드를 모으면 트루 엔딩을 볼 수 있는데, 게임 내 약 13장의 카드가 존재해서 몇몇 카드를 놓쳐도 되기 때문. 다만, 각 신기루와 엔딩에 나오는 대사 / 연출들을 감상하는 맛이 있어서, 한 번씩은 다 경험을 하고 트루 엔딩을 보는 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