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게임 설계와 제목 선정. 솔직히 게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모순이 그리 주요한 주제가 아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리뷰를 남겼듯이, 모순보다는 "재귀"가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의 주축이 된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제목은 왜 "Parabox"인가? 이렇게 잘 빚어진 퍼즐게임을 플레이할 때 우리는 제작자가 만든 세계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물리법칙 하에서 걷고 뛰는 것처럼,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만든 규칙 안에서 캐릭터를 조작해야만 한다. 좋은 퍼즐 게임일수록 그 규칙은 참신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처음엔 낯설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익숙해지게 된다. 그렇게 제작자의 규칙을 학습한 채로 제작자가 만든 놀이터에서 뛰노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러한 규칙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참신한 규칙은 플레이어를 끌어당기지만, 그만큼 참신한 오류들을 야기한다. 그러기에 제작자는 섬세하게 규칙을 다듬으며 그러한 오류들을 다듬어야만 한다. 이는 단순히 버그를 잡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규칙과 규칙이 맞닿으며 부딪히는, "모순"이 생기는 부분들이 존재하며, 제작자는 그러한 모순이 생기지 않게 규칙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도입한다. Baba is you라는 게임으로 예시를 들면, BABA IS WIN과 BABA IS NOT WIN이라는 두 문장은 통념상 공존할 수 없는 문장이다. 즉, NOT이라는 규칙을 도입하려다가 모순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러한 경우 제작자는 NOT이라는 규칙을 도입하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맵 디자인 상에서 두 문장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생기지 않게끔 할 수도 있다. 허나 만일 그랬다면 Baba is you는 지금의 명성만큼 훌륭한 게임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제작자가 전자와 같이 대처했다면 (NOT 규칙 포기) 현 Baba is you에 존재하는 수많은 레벨디자인들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자와 같이 대처했다면?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전부 다 시도해보고싶은 것이 플레이어의 심리인 법인데 , 이를 못하게 하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러한 경우 좋은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직관적인 규칙이 몰입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Baba is you에서는 아주 간단한 규칙을 추가함으로써 이러한 모순을 극복했다. 이는 아래와 같다. "NOT을 제외하고는 주어와 서술어가 모두 일치하는 두 명제가 있을 경우, NOT이 포함된 명제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즉 NOT이 없는 명제는 무효처리된다.)" Baba is you를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뭐이리 지저분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한 두번의 시행착오만으로도 거부감없이 체화가 되는 규칙이다.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Baba is you만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으며, 머리가 (과할 정도로) 비상한 제작자는 이 규칙이 빛을 발하는 수많은 레벨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Parabox는? 박스 안에 박스가 들어가는 "재귀"라는 개념을 정말이지 맛깔나게 차용했지만,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모순)가 생겨버리는데... 바로 재귀박스가 직접 재귀박스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 재귀박스는 재귀박스 밖으로 나가는 과정(연산)을 무한히 반복하게 된다. 재귀박스는 재귀박스의 밖으로 나가고 이 액션으로 인해 재귀박스 다시 재귀박스의 밖으로 나가고....... 고등학교 수학 극한에서 배웠듯이 무한이라는건 수가 아닌 현상이자 과정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무한히 반복되는 연산과정에 의해 과부하되어 게임이 꺼져버렸거나, R을 눌러 게임을 다시 시작하라는 오류메세지가 화면에 나타났다면 이 게임은 지금과 같이 훌륭한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짓궂은 플레이어는 그게 무엇이 됐든 간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법이고, 훌륭한 개발자는 자신도 그러한 플에이어임을 알기에 이러한 욕구를 해소시키고 싶어하는 법. Parabox의 개발자 Patrick 역시 훌륭한 개발자였고, 그는 호기롭게 이 난관을 넘는다. "무한마저 박스로 표현하는 것". 그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lim x->infinity을 어디 한 구석에 숨겨둔 채, 과감히 무한을 x(박스)로 표현한 것이다. 개발자는 여기에 한 술을 더 떠서, x를 거듭제곱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x의 지수는 차원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되어 게임에 메타적인 재미를 더하였고, 나아가 무한소(입실론)라는 개념까지도 과감하게 선보일 수 있었다. 무한이라는 개념에 반항하는 듯 하면서도 수학적으로 그 논리가 타당해보이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과감하고 멋진 해결책인가!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도 게임의 이러한 paradox(어찌보면 '이 게임만의 제멋대로인 규칙')는 아주 직관적으로 우리의 뇌에 받아들여진다. 너무 직관적이여서, "왜 이 게임의 제목에 Paradox가 들어갔을까" 라고 리뷰를 남길만큼.. 필자가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Patrick's parabox라는 놀이터 안에는 그대만 준비되었다면 얼마든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을 훌륭한 게임이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