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로대로 건담 겉핥기를 한 뒤 처음 들어온 시리즈인데 슈로대와는 은근히 많은 점에서 다르더라. 일단 슈로대처럼 오리지날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원작 스토리를 스테이지 형태로 클리어해가며 따라가는 구조. 원작의 전투 구도에 플레이어가 독자적인 부대를 편성하여 끼어드는 구조를 띠고 있으며, 스토리에서는 그냥 없는 부대 취급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로 느껴졌다. 원작의 전투를 재현하는 이벤트 형식의 미션 스테이지가 본 스테이지 전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으며, 파일럿과 기체 등에 따른 전용대사도 꽤 구비되어 있다. 원작이 전체적으로 긴 흐름의 작품이라 그런지 스테이지 하나를 시작했을 때에도 전투 시작 전까지 나오는 스토리가 꽤 길다. 이것도 원작 스토리에서 많이 쳐낸 거라는 게 놀랍다.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 사람은 장르부터 이미 좀 고역인데 스토리까지 꽤 긴 흐름으로 진행되니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원작 애니를 보지 않고도 스토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며, 간간이 이벤트용 컷신도 마련되어 있었다. 스토리를 쳐내가며 진행한 덕에 원작 평이 좋지 않더라도 여기서는 악명에 비해 크게 심각하다고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볼륨은 내가 느끼기엔 엄청난 수준이었는데 정작 시리즈 팬덤은 볼륨이 이게 뭐냐고 혹평하는 무서운 수준. 나는 전투 연출을 웬만하면 다 스킵하지 않고 배속만 누른 채로 진행했는데 올클까지 플탐 160시간 정도가 찍혔다. 전투 연출은 3D라서 슈로대와 퍽 다른 느낌이라 신선했다... 가 중복 모션이 엄청 많은 걸 보고 좀 김이 새긴 했다. 특히 빔 무기. 그래도 화려하거나 속도감이 있는 연출을 보여준 것도 꽤 많아서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것 같다. 뭣보다 나는 전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전작에서 가져온 모션인지 아닌지를 모른다. 다만, 적 메카가 터졌을 때 시간이 유독 질질 끌리고 맵 타일에 유닛이 배치되거나 움직일 때도 무조건 1기씩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게임 템포가 엄청 느리다. 난이도는 좋게 평가하긴 어렵다. 처음에는 노말 난이도로도 제법 쫄깃한 맛이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그룹 파견이라는 스테이지 외의 육성 수단이 또 있더라. 현실 시간을 태워가면서 보상을 받는 형식인데 이게 병행되면서 부대가 자리가 잡히다 보면 본편 1회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난이도인 엑스트라조차도 너무 쉬워진다. 게다가 스토리 클리어 순서나 스테이지 선택에 전혀 제약이 없어서 극장판처럼 스테이지가 적고 보상이 강력한 걸 먼저 공략해버리면 더욱 쉬워진다. 확장팩 인페르노 난이도는 안 사봐서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고통받으면서 할 생각도 없고. 처음엔 시스템을 전혀 모르겠는데 알려주는 것도 딱히 없이 꽤 불친절하다. 전함이 출전 인원도 더 많고 연계 공격도 강해서 전함 부대 위주로 하다가 나중에 다 갈아버리고 유격 부대로 바꿨다. 유격부대는 진짜 장편 시리즈 마지막 스테이지 정도 아니면 전 부대원이 다 출전하기조차 힘든데도 코웃음치며 깬다, 오히려 더 쉽게 깬다. 최소한 엑스트라 난이도까지는 이렇다. 고난도는 전함 쪽이 더 좋긴 할 듯. 육성 자유도가 슈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전함-유격 연계로 적을 공략해가면 보상이 부대 전체에 잘 배분되기 때문에 끌리는 캐릭터나 기체가 나올 때마다 바꿔가면서 진행해도 전력에 큰 누수가 없다. 그리고 총 4그룹을 편성할 수 있는데 실제 스테이지에서 쓰는 건 무조건 2그룹 고정이라 육성에 대한 부담이 더욱 낮다. 나머지 2부대는 그냥 그룹파견 보내는 용이라. 음악은 원작에 나오던 곡을 어레인지하여 배치한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이었다. 대사 더빙은 그렇게 풍부하진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DLC는 좀 실망스러운데 DLC 1~4는 그냥 기체, 파일럿 추가 참전 정도로만 보면 된다. 그 수도 가격에 비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마저도 바로 뚝딱 주진 않고 위에서 말한 그룹 파견을 돌려서 얻는 방식이라 불편했다. 그나마 확장팩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선에서 구성품이 좀 더 낫다. 하다 보면 좀 많이 졸리고 지루하기 마련이라 장르가 취향에 맞고 건담 팬이거나 또는 관심이 있는 유입이어야 해봄직한 게임인 것 같다.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이라서 시리즈 지식은 크게 문제는 안 될 것 같고 장르와 소재를 보고 판단하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