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ulacra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지만, 막상 전작들에서 매력적이었던 점들을 많이 상실한 게임. Simulacra 3 는 전작들이 핸드폰을 뒤져서 실종된 사람의 정보와 실종 이유를 찾는 데서 시작하듯이, 이번에는 시골 마을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실종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저널리스트 Ruby 와 일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임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조사하며, 이 때문에 화면도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설정을 살려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한다" 라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전제는 여전히 잘 살렸고, 여전히 B급 더빙 -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작은 억양의 문제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약간 어설픈 장면들이 몇몇 나온다 - 를 자랑하는, 내가 알던 그 게임 시리즈가 맞구나 ! 하는 건 게임 초반에 다 넣어 두었다. 다만, 이번 게임의 경우 게임의 스토리 서론이 전작들과는 좀 다르다 보니 무언가 이색적인 시도를 했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첫째는 게임 내 실종 사건의 규모 및 플레이어가 관련된 정도로, 1편과 2편의 경우 실종된 사람이 게임 시작시 한 명으로 알려지면서, 플레이어가 들고 있는 폰 또한 그 실종된 사람의 폰이라 중요한 정보를 찾는다는 몰입감이 잘 느껴졌다. 3편의 경우는 이미 마을 내 다수의 사람들이 실종되어 있는 상태에서, Paul 이라는 이 실종 사건에 대해 정보를 조사하던 사람이 Ruby 에게 보낸 폰을 조사하는 것이라 뭔가 거리감이 느껴졌다. 또한, 3편의 경우 디지털 공간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마을 내 실종 사건이 어느 정도 알려진 시점에서 게임을 시작하다 보니, 이 마을에서 살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주민들 (및 Ruby) 가 정보를 꽂아넣어 주는 듯한 진행방식 - 그리고 이럴 거면 플레이어가 굳이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사는 주민 붙잡고 몇 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기밀 정보를 제외한 배경지식을 얻어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방식 - 으로 진행이 되어 전작들보다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변경점들에 대해 좋은 말을 하나도 안 썼음을 알 것인데, 이는 Simulacra 3 는 전작들보다 변화점을 확실히 주려고 했는데, 그 변화로 탄생한 결과물이 그렇게 맛있지는 않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씁쓸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서술해 보자면 : A. 핸드폰 내 퍼즐들의 깊이감 부족, 그리고 핸드폰 내 정보가 숨겨진 방법 및 이유에 대한 불합리함 먼저 후자에 대해 설명하자면, 1편과 2편의 경우, 실종된 사람의 핸드폰이기도 하지만 이 실종된 사람들이 핸드폰 내 정보에 모르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실종 후 플레이어가 이 폰을 열게 되는 순간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지 않고 플레이어가 찾아야 한다는 전제가 어색하지 않다. 아니, 대놓고 말해서 평가를 쓰고 있는 내가 어떠한 이유로 실종되기 전에 "아 ! 다른 사람이 내 핸드폰을 주워서 도와주려 할 수 있으니 미리 핸드폰 내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해 두어야겠다 !"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3편의 경우, Paul 이라는 사람이 시골 마을 내 실종 사건을 핸드폰 및 디지털 공간에 정리해 두었고, 이를 플레이어 (정확히 말하자면 Ruby 지만, 플레이어에게 짬처리를 때린다) 가 풀어나가면서 진상에 가까워지도록 정보를 암호화 해 두었기 때문에 이 퍼즐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방탈출 카페도 아니고, 마을의 실종 사건이 달린 내용이면 개인 블로그에 써 두거나 아니면 내용을 그대로 이메일 해놓는 대신 백업본을 만들어서 소실되어도 문제가 없게 하거나 그래야지, 굳이 핸드폰 내 기초적인 정보들을 퍼즐 형태로 복잡하게 꼬아놓은 이유가 빈약하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 내 퍼즐들도 어색하다. 이는 전작인 2편과 비교하면 빨리 감이 잡히는데, 2편의 경우 형사와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보 한 가닥을 저장 해 놓으면 이를 기록함과 동시에 오류가 난 파일들을 복원하는 강력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두었다"는 설정이고,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이 앱을 게임 끝까지 사용하면서 "게임 내 숨겨진 정보를 찾는 과정 그 자체" 는 플레이어가 진행하기 때문에 퍼즐의 난이도 또한 수색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3편의 경우는 폰의 주인인 Paul 이 마개조를 한 어플리케이션 - 지도 앱이지만, 정보를 입력하면 숨겨진 지역을 밝혀준다 - 를 이용해서 퍼즐들을 푸는데, 퍼즐의 난이도가 매우 단순하며, 한 메커니즘의 경우 게임 내내 두 번밖에 안 쓸 정도로, 억지로 넣었다는 생각이 드는 퍼즐 요소들도 있었다. 아마 난이도를 낮춘 건 전작에서 진엔딩을 보는 난이도가 좀 있었어서 낮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진엔딩 보는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거기에서 난이도를 더 낮추어서 게임의 퍼즐 / 수색 난이도가 밍밍해졌다고 생각한다. B. 핸드폰이라는 환경을 잘 살린 시각적 요소들의 부재 Simulacra 3 는 갑툭튀라고 할 만한 구간이 2개의 구간 정도 있다. 그 중 하나만이 전작들에서 보이던 "핸드폰 화면으로 전할 수 있는 갑툭튀"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갑툭튀조차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이전 작들에서 보이는 "스마트폰이라는 환경을 이용한 연출" 이 거의 없어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특히, 1편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구간이나, 2편에서 핸드폰 화면이 조금씩 바뀌는 연출 / TRM 서비스에서 타로점을 보는 구간은 시각적 / 서사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그러한 연출들이 이번 작에서는 한 번도 찾을 수 없어서, 이럴 거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걸 그냥 전작들과 분위기를 맞추려고 억지로 끌고 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C. 과연 이 게임이 Simulacra 시리즈에 알맞은 관념을 끌고왔는가? Simulacra 시리즈는 사실 실종의 원인 및 흑막의 정체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는 시리즈였다. 2편에 평가 중 하나가 "1편을 했다는 것 자체로 이 게임을 이미 스포일러 당했다" 라는 말을 적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Simulacra - Simulacra Pipe Dreams - Simulacra 2 모두 실종 사건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근본적인 관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만약 1편을 했으면 다른 작에서도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 감이 빨리 잡힐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게임 시리즈 중 1편이 제일 흥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진상에 대해 하나도 감이 안 잡히기 때문에, 엔딩을 보았을 때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2편에서는 1편과 완전히 똑같은 결말을 내지는 않기 위해, 진상을 알아도 "그래서 누가 이 흑막과 손을 잡았지?" 라는 2차적인 질문을 스토리 내 심어두긴 하였다. 3편의 경우, 솔직히 말해서 엔딩에서 말하려고 하는 건 나쁘지 않았는데, 이가 게임 내 너무 급박하게 치고 들어옮과 동시에 제대로 진상을 빌드업하는 게 모자라서, 억지로 Simulacra 라는 관념을 끼워 넣었다는 찝찝한 결말처럼 느껴지게 된다. 다른 평가에서도 "Simulacra 시리즈가 아니라, 단순한 마을 전설 / 유령 이야기 같다." 라고 느껴진 게, 엔딩을 향한 토대를 쌓는 과정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괜찮을 수 있었던 관념을 게임의 분량 부족으로 그냥 버려지게 놔두었다는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D. 그 외 - 게임 내 소리 조절이 들쑥날쑥하다. 게임 진행 중간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구간에서 소리가 갑작스레 커지고, 통화 중간중간 FMV 게임처럼 뚝뚝 끊길 때의 구간마다 소리 볼륨도 다 달라서 갑자기 배경음이 커지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엔딩 부분 연출에서도 소리 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배경 소리 볼륨이 10초마다 바뀌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 캐릭터들에 대해 정감이 안 간다. 심지어 2편의 경우 게임 내 주인공들이 인스타 유명인들이라 허세충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주요 캐릭터들보다 더 개성이 넘치고 플레이어의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면들이 있었다고 느낄 정도. 3편의 경우는 Ruby 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화 한 번 나누고 끝이라 주연급이어야 된 캐릭터들이 조연으로만 느껴졌다. - 영상 통화 구간도 전작들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서 넣은 것 같은데, 전작들의 엔딩에서 나온 동영상 연출보다도 긴장감이 안 느껴진다. 심지어 이 구간에서 억지로 이벤트를 실패해도 그냥 탈출시켜 줄 정도로, 분명히 멀티 엔딩에 큰 영향을 차지했을 수 있을 구간인데 막상 연출이나 게임플레이 면에서 너무 허술하다. 오히려 전작 진엔딩 분기로 갈 때 실패하면 안 되는 구간들이 (오로지 텍스트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더 긴장감이 더 느껴질 정도. 결론적으로, Simulacra 시리즈 중 스토리 및 비주얼 면에서 가장 빈약하다고 느낀 게임이자, 시리즈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시도를 제일 많이 하였지만 그 시도들의 결과가 그리 좋다고 느끼지 못한 게임이라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약 3시간 정도인데, 1편보다 약간 더 긴 수준이니 솔직히 말해서 그냥 이 시리즈를 즐기고 싶으면 (Simulacra 팬이긴 하지만) 1편만 사고 거기서 마치는 걸 권장한다. 그 게임은 50% 이하 세일도 많이 하는 편이여서 엄청 싼 값에 살 수 있으니 말이다 ....... 여담) 업적 100% 달성을 위해서는 2.5번 플레이해야 한다 - 2번은 엔딩까지 보고, 하나는 엔딩까지 안 보고 중간에 업적만 딴 뒤 하차하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게임은 전작들에 비해 캐릭터들이 문자를 보내는 속도는 초고속이라 / 게임 내 퍼즐들이 해답만 알면 바로바로 풀 수 있는 수준이라 2회차부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