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키타이인 여자가 모험을 떠난다. 코카서스 산맥애 위치한 봉우리 'Mingi-taw', 그 어느 기슭을 배회하는 사악한 영적 존재를 물리치려는 모험이다. 봉우리 아래 살고 있는 소녀와 나무꾼, 개의 도움을 얻어 스키타이인 여자는 사악한 영혼이 지닌 힘의 근원인 마법서 'Megatome'을 탈취해 내지만, 그녀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분노한 영혼이 온 산맥을 먹구름과 천둥번개로 뒤덮어 버린 동안에, 스키타이인 여자는 현실과 꿈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녀의 남은 과업을 끝내기 위한 도전을 마주해야 한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 게임으로서 "Sword & Sworcery"는 매우 단순하고 짧은 구성을 지녔다. 아주 길게 플레이해 봐야 10시간 정도면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소품이다. 하지만 깊게 몰입하여 플레이할 수 있다면, 투자한 시간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미적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서 굳이 '미적 경험'이라 언급한대로, 본 게임의 장점은 사실 게임의 아케이드식 조작감이 주는 쾌감에 있지는 않다. 이 게임의 제작자들은 영화와 같은 종합 예술로서의 게임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강화해 보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플레이하는 내내 우리는 충실한 미술적, 음악적, 문학적 미감과 접하게 된다. 픽셀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게임 세계는 몹시 아름답다. 점묘법을 동원한 인상주의적 표현 방식을 마치 전통적인 2d 게임 그래픽 스타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이다. 단순한 점들의 배치와 움직임만으로도 주인공이 여행 중인 공간의 느낌을 비교적 장엄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픽셀 그래픽의 미술적 본질로의 회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캐나다의 싱어송 라이터 '짐 거스리'의 아름다운 전자음악을 사용한 배경 음악 및 효과음의 연출 역시 매력적이다. 게임의 부가적인 미적 요소로서 음악을 배치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음악 그 자체에 게임적 연출을 맞추어 설계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이 게임에서는 음악과 화면이 일체감을 주며, 이러한 일체감이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 게임의 문학성이었다. 플롯 자체만 보면 다섯 문장 안에 정리가 될 정도로 간단한, 고대 설화 수준의 원시성을 지닌 이야기인데, 어떤 대단한 문학성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막상 플레이해 보면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본 게임의 이야기는 총 세 차원의 이야기 구조로 짜여 있다. 첫째는 젊은 스키타이인 여자의 모험이라는 기본 이야기 구조이다. 둘째는 (마치 개발자-작가를 대변하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는) 신원미상의 인물인 'Achetype'의 이야기 구조이며, 마지막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본인의 이야기 구조가 있다. 이 이야기 구조 각각의 주체들로서, 주인공인 스키타이인 여자, 해설자인 'Achetype', 그리고 플레이어, 이 셋의 상호 인식과 작용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젊은 스키타이인 여자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와 자신이 함께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언제나 '나'라는 주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라는 주어만을 사용한다. 스키타이인 여자는 '이야기 내부'의 영역에서 플레이어와 모험을 함께하는 파트너 관계에 있다. 반면 해설자인 'Achetype'은 스키타이인 여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이야기 외부'의 영역에서 플레이어와 교섭하는 관계에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에게 게임 진행을 위한 튜토리얼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때로는 맥락과 전혀 상관없는 말들을 건네기도 하며, 자체적으로 이야기 내부의 스키타이인 여자의 행동을 평가하기도 하는 등, 단순히 플레이어를 보조하는 위치를 넘어 자신만의 입장과 견해를 지닌 독립적인 인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이야기의 내/외부에 위치한 각각의 주체들에 의해 세 차원의 이야기 구조가 중첩되면서, 그 중첩된 경계면 사이에 모호하게 위치해 있는 플레이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고정되어 있고, 선택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나 플레이어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게임 그 자체와 많은 내적 대화를 벌일 수밖에 없다. 마치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독자와 텍스트 사이에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대화의 과정을 모두 거쳐서야 이야기는 진실로 완결된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결국 본 게임을 미적으로 체험하는 일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세 겹의 이야기 구조에 플레이어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몰입하고 반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스키타이인 여자는 이 모험을 왜 하는 것인가? 그녀의 행동을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끌 것이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Achetype'의 목적과 태도는 우리가 느끼기에 어떠한가? 나는 그에게 동의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 상상력을 발휘하며 이러한 질문들을 만들고, 스스로 답해가다 보면 이 게임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에게 작용한다. 누군가에겐 귀찮고 시시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이들에겐 최상의 재미를 주는 방식이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플레이어들은 이야기의 끝에서 나름대로의 숭고한 의미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Now we are cosmic friends forever... Ok?" 게임의 영역을 협소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작품들이 자꾸 나오고 있어 좋다. 게임을 통한 새로운 미감을 경험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추천한다. 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