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확실한건 다크페이트 개봉과 우연히 발매가 겹쳤지만 전혀 상관이 없고 여타 영과 기반 게임이 그렇듯 마케팅의 일환으로 영화팬들을 등쳐먹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리지널 소재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저도 환불할까 생각했었습니다. 모두들 람보를 만든 전적이 있는 개발사를 보고 우려했던것과 마찬가지로 첫인상은 허접 그 자체였습니다. 모션캡쳐는 했는지 안했는지 모를정도로 수작업 같아보이고 무게감없는 컷신, 립싱크도 안되는 인물묘사와 모자란 성우연기는 확실히 거대자본을 업은 대기업의 게임 퀄리티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눈에 조악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게임자체도 다른 게임의 여러요소들을 한데 섞어다 놓으려 했지만 조화롭지 못합니다. 세기말 배경때문인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메트로를 많이 닮아있고요, 진행 방식은 허브 구역과 미션구역을 넘나드는 울펜슈타인 2009나 영블러드 느낌입니다. 그리고 직선적이지만 여러가지 접근 가능성을 열어둔 맵디자인은 "굉장히 허접한" 데우스엑스나 디스아너드 같았구요.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것은 폴아웃을, 잠입요소가 있는것도 방금 언급한 게임들을 닮았고, 레벨업을 하며 스킬을 찍는것도 여러 게임에서 봐왔던 요소입니다. 해킹도 있고요, 심지어 아이템 크래프팅도 있습니다. 다만 이 부페같은 만찬이 전부 학식 수준에 그칩니다. 경험이 부족한 개발사가 의욕이 앞서 많은것을 한번에 해내려다 일을 그르친 느낌인데 몇가지 요소만 강조해서 가져왔어야 했어요. 특히 탄탄한 스토리를 지탱할 확실한 대화지문 연출, 긴장감있는 전투를 위한 심도있는 AI 행동양식, 그리고 기본적인 FPS의 액션감 같이 말이죠. 위에서 말했다시피 디스아너드같은 레벨 구조라 함은 어떤 잠긴문이 있다면 그 문을 따고 가거나 혹은 딸필요없이 고레벨의 스킬로 우회하는 루트가 존재하는 등의 복합적인 접근성을 의미한다면, 터미네이터가 "굉장히 허접한" 레벨 구조를 가지고있는 이유는 이렇게 일차적을 접근이 제한되는 장소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 손쉬운 개구멍을 마련해놨다는 점입니다. (물론 입체적인 접근법 자체만으로 환영할만한 부분이긴 하지만요.) 특별한 노력없이 장애물을 뛰어넘으니 김이 새버립니다. 자물쇠 따기는 심지어 스킬 레벨에 따라 일정 확률로 한번에 푸는 기능도 있습니다. 락픽은 제작하면 차고넘치고요. 누가 일일이 돌려가며 열고있겠습니까? 자물쇠따기가 시간낭비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시간낭비라 여겨진다는 것부터가 게임진행에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거나 그에따른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반증이겠죠. 그만큼 재료파밍과 크래프팅의 존재 이유가 매우 부족합니다. 동시에 게임을 너무 쉽게 쉽게 흘러가도록 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쉽다는 겁니다. 미니게임도 쉽고, 해킹 실패는 플레이어를 벌주지도 않습니다. 탄약은 넘쳐나고 구급약도 넘쳐납니다. 스팀팩은 써보지도않았네요. 이런것쯤이야 안하면 그만이긴하지만 AI가 위협적이지 않은건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영화에서 처럼 터미네이터들은 육중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플레이어를 죄어오지만 그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엄폐 이외에 특별한 전술행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운드 디코이는 활용도가 떨어지고 터렛의 뒤를 잡기도 너무 쉽습니다. 이것들을 반대로 해석한다면 슈팅비중이 클것같아 보이죠 . 플라즈마 무기가 나오는 시점부터 전투는 형형색색의 빛줄기로 가득찬 파티같습니다. 사운드는 또 어떻구요. 잠입시스템이 있다고하지만 오히려 정면충돌하는게 더 즐겁습니다. 아니, 즐겁고 싶습니다. 왜? 사실 로봇들을 쏴갈기는게 너무 시시하니까요. 적군의 개체수라도 대폭 늘려줬으면 이정도로 심심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런건 그냥 콜오브듀티라도 적극 모방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더욱 안타까운게 스토리는 영화로 내도 손색없을정도 거든요. 1,2편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미래전쟁을 그렸고, 4편같은 반전도 노렸습니다. 쪼끔은 뻔했지만요. 놀랍지만 같은날 구입한 스타워즈 제다이보다 캐릭터들이 더 다양하고 개성넘치고 뚜렷합니다. 거기에 주요 캐릭터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이야기, 영화에서 못했던 미래전쟁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경험해볼수 있습니다. 대화지문에 따라서 조연들의 이야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앞서 일차원적인 레벨구조에 대해 불평했지만 미술적인 부분에서 레벨 디자인은 꽤 섬세하게 되어있습니다. 인간vs로봇 구도여서 그런진 몰라도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건, 제너레이션 제로의 복사붙여넣기 일색인 실내디자인이 여기선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너레이션 제로는 준-AAA 제작/배급사인데도요. 터미네이터의 구석구석은 한땀한땀 만든 느낌이 듭니다. 그거하나는 인정해야합니다. 저는 터미네이터의 팬도 아니고 그저 헐리우드 SF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터미네이터 레지스탕스가 선사한 가능성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이렇게 재밌게 즐기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영화에 대한 재현도와 존중도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수준이지만 결과물이 도전욕구라고는 불러일으키지 않는 완성도가 치명적이네요.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