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들어가 남의 소재를 훔쳐서 되파는 도둑질을 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도 작가인데,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펜대 압수! 30년형에 처해서 동료 작가에게 은팔찌를 끊어줄 불법 조직을 소개 받게 됩니다. 그 조직에선 수갑을 풀어줄 수 있지만 대신 일을 해줘야 하겠다 라기에 주인공은 묠니르부터 엑스 칼리버, 불멸의 영약 등등 갖은 귀한 보물들을 가져다 바칩니다. 재미가 없진 않은데,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스팀 소개에는 소재를 훔친다 까지만 나와있어서 저는 역작을 꿈꾸며 작가인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창작물 속 소재들을 훔쳐다 쓰는 줄 알았거든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소재 훔쳐다가 Duck Detective : The Secret Salami 같이 추리물처럼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조합하여 조금씩 다듬어서 멋드러진 소설을 쓰는 그런 내용을 기대했는데, 첫 책 한 권(=챕터)를 끝내고 전혀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요. 한 권 한 권 아주 짧은 단편적인 부분만 보는 것이라, 흡입력이 아주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비유하자면 온전히 인테리어가 다 된 집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통해 보이는 부분만 꾸며 놓은 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건 책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 사는 현재 시점 배경도 또한 그래요. 설정들을 플레이 하는 유저가 잘 납득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아무튼 여기 세상은 이런 배경임~'으로 퉁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왜 굳이 책에 들어가서 소재를 훔쳐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으로 "그걸 만드는 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로 퉁쳐놨습니다. 소재를 떠올리고 생각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집필하는 게 오랜 시간이 걸릴 건 아니잖아요..? 이런 생각들을 일축 시킬 수 있는 무언가 한 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딱 저 한 줄밖에 없었어요. 또 내가 당장은 소설가로서 절필 해야 할 상황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곤 있지만, 적어도 남의 소설 속에서 나의 선택으로 인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되도록이면 바뀌지 않게 하고 싶었거든요. Detroit: Become Human 을 생각하며 직업 윤리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것도 상상해봤지만, 막판에서야 조금 신경쓴듯 하고 전체적인 스토리 곳곳에 고민한 흔적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묘사된 배경에 따르면 위대한 작가들이 살던 시기가 아니라면 어떤 글을 써도 표절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하는데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더더욱 책을 많이 읽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작가인데 그렇게 유명한 책들 속에 들어가서 소재를 훔치면서도 어느 것 하나 내용을 아는 게 없단 게 좀 웃기더라고요. 옆에서 Chat GPT처럼 책 전체 내용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읊어주고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데 매 챕터마다 불법 조직에서 임무를 준다. - 책 속에 들어 간다. - 모르는 건 Chat GPT 친구가 알려준다. - 훔쳐서 도망친다. - 납품한다. 이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내가 알던 내용은 이러이러한 내용인데 다른 책을 걷는 자들이 이미 내용을 훼손한 것인지 내용이 바뀌었다 처럼 내용을 비틀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텐데 어찌 이리 무지하게 나오는지.. 좀 많이 의아했습니다. 결말까지 도달하기 전에 주인공 자신의 얘기가 담긴 한 챕터, 불법 조직을 알려준 동료 작가 얘기도 짧게 남아 담아주고 주인공을 펜대 압수 30년형을 만든 인물의 이야기로 또 한 챕터, Chat GPT가 되어버린 친구에 관한 얘기 한 챕터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얽히게 되어 이 게임이 있게 된 가장 뼈대가 되는 얘기로 막을 내릴 챕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이 모든 걸 접어서 아코디언 만들어버렸어요. 끝날 때 얼탱이 없어 웃기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재가 참신하고 재미있지만, 그 소재를 가장 맛있게 끓여낸 작품은 아니다. 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덧붙여 한글화는 되어있지만, 검수를 안 해서 오자가 꽤 있고요, 리뷰 남겨주신 분들 말마따나 퍼즐 부분에서도 잘못 번역된 게 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즐기기엔 좋은 것 같아요. 정가 그대로 받으면 애매해요. 비추 폭탄 맞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