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 게임으로 꽤 유명한 것 같아서 해봤습니다.
여기에는 결론만 말하자면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고, 추구하는 메시지는 그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던 것 같아요. 뭔가 현학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작품이지만 참고 결말을 보면 건질 경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이 가격에 이 시간이면 상당히 괜찮은 수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만 철학적인 게임을 기대하고 플레이하시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솔직히 1~4장은 상당히 별로였어요.
꽤 괜찮게 본 건 겨우 1장의 배경 연출이였고요.
제법 철학적인 주제!라는 의도로 스크립트가 구성되어 있지만 가만 읽어보면 작법적으로도 그닥이고 문장들도 그닥 실속이 있지는 않아요.
이미 어느정도 유명한 논리들의 일부를 그냥 적당히 설명하는 느낌이고요.
게다가 처음 나오는 스크립트 그대로 선택지가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이 모든 건 5장의 재료에 불과했던 것 같아요.
5장을 들어가면 그제야 이 불필요한 제4의 벽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거에요.
그동안의 몰입을 방해하고 맥락이 완성되어 있지 않은 챕터들이 오히려 2장의 그 rpg와 겹쳐보이면서 진정으로 제4의 벽을 깨게 되죠.
만약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거에요.
이 게임이 진짜로 내가 잊은 '나의 톨파'가 만들었고, 내가 그걸 이렇게 플레이하는 과정까지 유도한 거 아닐까? 같은 얘기 말이에요.
불편하고 현학점임 자체가 5장을 통해 의도된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점을 정말 고평가하고 싶어요.
이런 구성 자체가 처음 1장의 케이크를 만들던 과정과도 비슷하게 볼 수 있겠죠.
철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없지 않은 입장으로는 차라리 툴파라는 주제를 더 깊게 파고들면 훨씬 짜임새 있고 완성도 있는 게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케이크를 조금 태워버렸죠.
그럼에도 과정이 의미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 게임은 메시지보다도 이 구성 자체만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는 거에요.
이제 메시지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결국 이 메시지라는 것도 5장만 보면 된다는 점이 참 간편하네요.
집중할 내용은 두 가지에요. 개인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릴리스(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아마 사람들은 전자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철학적인 게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고요.
다만 저는 이 어중간하게 비유하는 것도 직접 설명하는 것도 아닌 상태의 전자에 대해서는 소재라고 느꼈어요. 차라리 온전히 비유로 채우고는 그 열쇠를 끝에 주는 게 좋으니까요. 비유하는 척 직접 현학적인 문장들을 적어두고는 5장에서 다시 모아서 설명하는 건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죠.
게다가 개인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정도 개발자의 언어와 철학으로 커스텀되어 있지만 이미 꽤나 대중적인 내용이라고 느끼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후자의 메시지란 뭘까요.
'릴리스(진정한 사랑)'이란 뭘까요.
주인공은 아마도 자기애의 부족, 혹은 결핍을 겪고 있을지도 몰라요. 몇몇 선택지는 그걸 암시하거든요. 툴파인 '릴리스'는 결국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향이자, 자신을 향한 사랑인 거에요. 그런데 관계라는 건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할 때 생긴다고 했죠?
그렇다면 결국은 '나(플레이어)'인 '릴리스(툴파)'는 우리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나를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걸까요? 그리고 이상향(릴리스)라는 건 실제할 수 있는 걸까요?
여기서 개발자의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엔딩의 종류마다 대답이 다르거든요.
어떤 엔딩은 그것이 실제할 수 있고 자기애란 존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요.
어떤 엔딩은 그것이 실제하지 않고 관계란 자신과 타인 사이에 존재한다는 창백한 말을 해요.
그리고 또 어떤 엔딩은 그것의 실제에 대한 대답을 내지 않고 되려 외부 세계에 대한 부정의 말을 해요.
어쩌면 개발자는 그 모든 대답을 긍정하는 걸지도 몰라요. 적어도 릴리스는 그러잖아요.
후속작은 릴리스를 긍정하는 결말 이후의 이야기라고 알아요. 그건 현실적인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개발자는 적어도 그 이후의 이야기의 존재를 긍정했어요.
또 '당신(릴리스)'과 나의 존재불명. 제목과도 이어지는 내용과 이 게임에서 가장 좋은 문장이라고 느낀 자신과 미지의 타자에 대한 이야기. 그건 전부 외부 세계에 대한 부정의 이야기를 의도한 것처럼 보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퀄리티가 그렇게 뛰어난 게임은 아닌 것 같아요.
저것들의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있지도 않아서 어쩌면 그저 유저의 새로운 해석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이런 기분을 느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꽤나 즐거운 망한 케이크 만들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럼 다들, 오늘 당신들이 마주한 세계는 당신의 세계였나요? 아니면 당신이 부딪힌 타인의 세계였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그저, 또 하나의 게임 이벤트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