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어둠이 깔린 스프리틀링의 숲
깊은 숲으로 도피한 어린 소년 웨이크와 어린 소녀 커비, 그리고 스프리틀링 무리를 조종해 진행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동화책 삽화를 보는 듯한 따뜻한 색감의 그래픽과 어둡고도 포근한 자연을 묘사하는 듯한 배경음악이 꽤나 매력적이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깊은 숲은 장소가 넓고 다양해 스케일이 은근히 크고, 수십마리의 스프리틀링을 한 번에 조종하는 군중제어식 게임플레이는 닌텐도의 피크민(Pikmin) 시리즈와 굉장히 비슷하다. 한편 웨이크의 가족사와 깊은 숲의 사악한 어둠을 토대로 한 스토리는 맥락이 썩 부드럽게 이어지진 못해도 나쁘지 않은 몰입도를 보여주고, 한국어 번역은 (커비의 '꽉 짜기' 같은 괴상망측한 번역이 있긴 해도) 나름 깔끔한 편이다.
거스트버스터를 활용하는 웨이크와 더불어 스프리틀링 무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임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스프리틀링 무리를 던져 몬스터 퇴치, 물건 옮기기 같은 지시를 내리고, 이를 통해 상황을 풀어나가게 된다. 여기에 중반쯤에 합류하는 커비와의 콤비플레이도 흥미로운데, 작은 통나무 통로를 지나갈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서로에게 스프리틀링 무리를 전달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퍼즐성 구간의 완성도가 높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깊은 숲 도처에 자원과 아이템이 널부러져있는 데다가 조금만 휩쓸거나 부수고 다니면 온 맵에 자원과 아이템이 부스러기마냥 흩뿌러져있어 화면이 금새 난잡해진다. 그에 반해 아이템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보니 나중가면 왠만한 아이템은 전부 창고에서 썩어버린다. 또한 밤이 되면 등장해 두 아이와 스프리틀링을 괴롭히는 네버의 경우 스토리 상의 개연성을 충분히 확보했으나, 캠프에서의 휴식을 강제하다보니 게임의 템포를 끊는 부작용이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프리틀링 무리 조종은 확실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총 다섯 종류의 스프리틀링을 조종하게 되는데, 다섯 스프리틀링의 특성이 각기 달라 상황에 맞는 스프리틀링을 적절히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 대체로 스프리틀링 무리가 두 주인공을 잘 따라오기도 하고,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잘 움직여 스프리틀링의 인공지능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여기에 캠프를 통해 스프리틀링 무리의 구성을 자유자재로 바꿔줄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이런 군중제어류 게임이 늘 그렇듯 스프리틀링의 수가 많아지면 새거나 놓치는 상황이 발생해 무리 제어가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스프리틀링 무리의 구성이 깨지거나 하면 일일히 다시 캠프로 들러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도 종종 생긴다.
의외로 탐험과 발견의 재미가 준수한 게임이다. 깊은 숲이 은근히 넓고 각기 다른 기후를 보유한 다양한 장소가 준비돼있는 데다가, '종이비행기'를 통해 지도를 구매하면 한 번 다녀온 장소는 지도를 통해 한 눈에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보물 상자와 고대 유물, 일기 페이지, 고양이 같은 수집거리도 다양하게 준비돼있고, 사냥 같은 서브퀘스트도 깨알같이 갖춰져있다. 고대 유물의 경우 스프리틀링 무리를 활용해 옮겨야 해서 살짝 번거로운 감이 없진 않다만, 어쨌든 엔딩 이후 즐길거리는 꽤나 알차게 준비해둔 셈이다.
스프리틀링 무리를 이끌고다니는 게임플레이는 확실히 신선하고, 깊은 숲을 돌아다니는 탐험의 재미도 좋다. 다만 여러 측면에 있어 정돈이 덜 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사춘기 청소년의 어질러진 방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게임이기도 하다. 깜찍한 스프리틀링과 무리를 이끄는 신선한 게임플레이가 마음에 든다면 한 번 즐겨볼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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