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다만 장점으로 단점이 가려지지 않는다. 트러블슈터의 기본 골자는 XCOM 스타일의 전투시스템 + 파고 들 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육성시스템의 조합이다. 이 조합은 현재로써는 트러블슈터 외에 대체제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 덕분에 많은 단점이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본인도 게임을 하면서 여러 불만이 쌓였지만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가 정말 커서 계속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장점으로도 단점이 커버되지 않는 게임이다. 1) 극도로 루즈한 초반부 이건 심지어 얼리엑세스 시절부터 나오던 문제점이다. 제작진들은 그 때 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는 하는데, 인지한 것과 별개로 25년도인 지금에도 딱히 뭘 고치진 못했다. 지나치게 넓은 맵과 별다른 특수능력이 없는 주인공들, 떼거지로 나오는 아군 경찰들과 적군. 아이템 습득이나 특성 습득, 상자 열기 등 각종 상황 발생시마다 천천히 화면에 내용을 띄워주며 몇초씩 템포도 끊어진다. 옵션에서 애니메이션 속도를 최대로 올리지 않으면 극초반부에도 한 맵에 엄청난 시간을 쏟게 만든다. 2) 굉장히 늘어지는 동료 합류시점 SRPG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딱 2명, 어느정도 인원이 합류해도 아주 오랜 기간동안 제대로 된 광역기도 없는 4명으로 몸비틀기를 해가며 싸워야 한다. 타 SRPG들과 비교해도 굉장히 큰 편인 맵과 쏟아지는 적군들을 별다른 특성도 갖추지 못한 초반부 상태의 4명으로 꾸역꾸역 상대하고 있으면 한 맵 클리어하는데 한세월이다. 이후 5번쨰 동료부터는 합류 템포가 빨라지긴 하는데... 게임 본편이 절반이상 지나고 나서 빠르게 합류해봐야 :( 3) 지나치게 넓은 맵과 너무나도 많이 쏟아지는 적 5번쨰 동료부터 제대로 된 광역기를 들고 와서 숨통이 좀 트이는가 싶다가, 그만큼 맵을 또 키워버리고 적들을 더 많이 배치시킨다. 여타 SRPG, CRPG류에 비해서도 적들이 나오는 양이 매우 많은 편으로 후반부로 갈 수록 이 현상은 더 심해진다. 4) 적들의 오버스펙화 이렇게 적들이 마구잡이로 나오는 경우 쉽게 쓸어버릴 수 있는 다수의 잡몹들과 개성있는 스킬셋을 가진 정예들을 섞어서 나와야 하는데, 뒤로 갈수록 잡몹 하나하나가 골떄리는 막강한 특성들을 들고 나온다. (웃긴 건 정작 정예몹들은 잡몹에 비해서 특출난 면이 없는 경우가 많다. ) 이건 기나긴 얼리엑세스 기간을 거치며 수년씩 게임을 붙잡고 있는 기존 고인물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이 꼴이 난게 아닌가 싶다. 5) 난이도 스파이크 위에서 말한 문제점의 연장이다. 위에서 말한 괴랄한 특성조합을 가진 적들이 일종의 야리코미(파고들기)플레이를 할 때나 마주하게 되는 적들이었으면 모르겠는데, 그냥 메인 스토리에 잡몹부터 오버스펙으로 튀어나온다는 것. 물론 특성판을 부여잡고 머리를 싸매거나 공략을 찾아서 파해법을 알아내면 깰 수는 있다. 다만 그 난이도가 스무스하게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내 머리통을 후려갈기는 식으로 다가온다. 보통 플레이어에게 난관을 주는 특수한 타입의 적들은 처음 등장시에는 한 맵에 극소수 있는 정예몹으로 등장하고,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더 흔하게 나오는 흐름을 가져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트러블슈터에서는 맵에 널려있는 잡몹들이 전부 초강력한 신규 특성을 달고 튀어나온다. 이 난이도 스파이크는 본편부터 DLC2까지 꾸준히 등장한다. 6) 특성의 고착화 트러블슈터의 장점 중 하나는 특성판을 통한 아주 다양한 세팅을 갖추는 재미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 수록 별별 욕나오는 특성을 달고 나오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효율적인 특성들 위주로 고착화가 이루어진다. 특성조합 무관하게 상대할 수 있는 잡몹들 + 기상천외한 특성을 달고 있는 정예들의 조합이었으면 몰라도, 특정 컨셉의 특성조합이 아니면 잡몹들에게조차 쓸려나가는 난이도 구성이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7) 무지막지하게 복잡하고 노가다가 심한 시스템 파고들 거리가 정말 많은 게임인데, 그 파고들 거리 하나하나를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어 장비 제작의 경우 게임 초반에 많이들 손을 대보다가 게임 극후반부까지 거의 손을 놓게 된다.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같은 재료 라인에서도 등급이 나뉘고, 심지어 재료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다른 재료가 들어가는 식이다. 거기다 필요로 하는 재료의 양도 매우 빡빡하게 책정되어 있다. 아이템의 등급은 또 어떤가, 랜덤 접두사 시스템과 장비에 붙는 수치 랜덤화의 2중 랜덤 시스템이 걸려있다. 정말 디아블로2 시절 감성인데, 덕분에 원하는 옵션을 얻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가다가 들어간다. 트슈는 디아2같은 핵앤슬래쉬도 아니고 시간 잡아먹는 턴방식 SRPG인데 이런 노가다를 극도로 요구하는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다. 트켓몬이라고 부르는 야수 시스템도 꽤나 꼬여있다. 시스템 자체도 게임 후반부에 들어오는 동료와 함께 풀리는거라 한참 나중에나 열리는데, 야생의 야수를 조련하는 난이도 자체도 상당히 어렵고, 그렇게 조련한 야수의 특성조차 랜덤이다. 거기다 조련한 야수를 특정 분기로 진화시킨다음 직업레벨 만렙을 찍어야 해금되는 특성까지 있다. 게임을 하면서 특정 특성조합은 야수 조련을 빡세게 하지 않으면 겜 끝날 때까지 구경도 못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어떻게든 유저의 플레이타임을 최대한 늘려보려는 느낌이다. 마치 2000년대 초 K-온라인게임에서나 할 법한 치사한 방법인데... 이 게임은 2020년대에 나온 패키지 게임이라는 것. 대체 왜 이런 방향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이 역시 기나긴 얼리억세스 동안 고여온 고인물 유저의 입맛에 맞추려는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까지는 게임성에 대한 문제점이고, 이 이후로는 스토리전개 측면의 문제점이다. 8) 어설픈 군상극 트러블슈터의 스토리전개 방식은 군상극에 가깝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에만 집중되지 않고 여러 시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문제는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 군상극은 인물이 아니라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러 인물들의 시점이 사건에 얽히고 엮여서 이야기를 뽑아내는 것이 군상극이다. 그런데 트러블슈터의 군상극은 그냥 이야기의 파편이다. 게임 초반에 주인공 서사를 쥐똥만큼 풀었다가, 들어오는 동료의 서사를 모래알만큼 풀었다가, 주인공이 상대하는 범죄조직의 이야기를 했다가, 스푼교라는 신흥 종교단체의 서사를 잠깐 이야기하다가...각 이야기들을 잠깐잠깐 할 때마다 뭔가 떡밥이 나오고, 또 나온다. 게임을 할 수록 이 이야기들이 뭉치는 게 아니라 찢어진 종이조각마냥 여기저기 널려있게 된다. 9)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 그렇게 쌓인 이야기와 수많은 떡밥이 이야기의 후반부에 하나로 모여 충격적이고 굉장한 피날레를 이루게 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시즌10까지 예정되어 있는 미드의 시즌1처럼, 떡밥만 무수하게 뿌리고 딱히 마무리되는 이야기 없이 끝난다. 그래서 주인공의 비밀은 안 밝혀짐? 그래서 그 등장인물은 어떻게 되는거임? 쟤는 그래서 목적이 뭔데? 아니 그냥 이러고 엔딩이라고? 하는 의문만 가득한 채로... :( 이건 시즌제 드라마도 아니고 라이브서비스 게임도 아니고 패키지 게임이다. 적어도 본편 엔딩 시점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깔끔하게 완결되며 이후 이야기를 위한 떡밥이 일부 남는 정도여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떡밥만 더 만들어내고 끝나버렸고, 심지어 이후 나온 DLC1, DLC2에서는 남은 떡밥들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 현재 트러블슈터 2가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사전 공개된 정보들을 보면 트슈2는 1편의 주인공 일행이 위치한 바람장벽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는데, 이대로 아무 떡밥도 안 풀린 채로 주인공 알버스 일행의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면 정말 허무할 듯 하다. 2에 등장한다고 해도 더 이상 주인공의 위치는 아닐텐데... 10) 주인공들의 캐미 부족 군상극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가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려고 애쓰다 보니, 정작 주인공들의 서사가 부족하다.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주된 세일포인트인 SRPG인데도;; 주인공들간의 관계는 소위 말하는 '캐미스트리' 가 굉장히 부족하다. 스토리전개 중 아주 가끔 뜨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긴 하나 전체적인 느낌은 그냥 트러블슈터 회사 사장님과 직원들에서 끝이다. 웃긴 건 잠깐 스쳐지나가는 범죄조직 악당들이나 종교단체, 심지어 야수들까지 꼬박꼬박 할애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 수백시간동안 조작하게 되는 주인공들과 스쳐지나가는 악당들에 부여되는 서사 비중이 그닥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건 웃긴 일이다. 11) 기존 주인공들의 병풍화 본편 엔딩 이후 DLC1, DLC2은 신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해당 캐릭터와 적대세력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인공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 관찰자에 가깝게 되는데... 문제는 아까 말했듯 본편 엔딩시점까지도 주인공들의 서사가 뭐 풀린 게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서사가 다 끝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주인공들의 1차적 목표가 뭐였다는 건 명확히 제시해주고 그걸 이룬 정도는 되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DLC1, DLC2에서 아예 다른 얘기만 하고 있으니 기존 주인공들이 붕 떠버리게 된다. 12) 밋밋한 기승전결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얕다. 정확히는 전-결. 클라이맥스 부분이 밋밋한 편이다. 본편 엔딩미션의 경우 플레이하면서 이 미션이 엔딩 미션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크나큰 위기가 닥쳐와 내가 강대한 적들의 위협에 맞서 싸워나간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사건이 생겨서 여기저기 출동하다보니 엔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DLC1, DLC2는 그나마 나은 편이나 어디까지나 본편과 비교해서다. 스토리 미션 진행 시 상황판에서 미션을 클릭할 때 미션 브리핑이 있으면 어떨까 한다. 쓰다 보니 단점만 엄청나게 적어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강해서 긍정평가를 준다. 내 입맛에 맞는 특성판을 구상하고 다양한 시스템으로 캐릭터를 기상천외하게 강화하는 재미는 정말 끝내준다. 처음에 말햇듯 이 방면으로는 대체제가 없다. 다만...트러블슈터 2에서도 위에 나열한 단점들이 지속된다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나열한 단점들이 모여서 게임 피로도를 상당히 가중시킨다. 다른 리뷰들에 달린 답변 중 과거 게임들처럼 재미를 느끼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구조의 게임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게임의 구조가 고전적이라 그런 게 아니라 재미를 느끼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정말 많아서 그렇다고 본다. 여러 스팀 리뷰글이나 국내/해외 게임 커뮤니티(dc, 레딧)를 돌아다녀 보았는데, 수 년 전 부터 게임을 호평해왔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의견의 비평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얼리엑세스부터 지금까지 단점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게임의 틀 때문에 크게 고칠 수 없는 경우거나... 제작사의 고집일 것이다. 부디 후자가 아니었으면 한다. 트러블슈터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고 더 끝내주는 게임이 될 포텐셜이 있다. 앞서 말한 문제점들은 새로 2편을 만들어가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디 1편에서 받았던 다양한 피드백들을 수용하여 더 나은 2편이 나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