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언저리였던 것 같은데, 3.12였나, 3.02였나. 버전을 복돌이로 했었어요. 몇백시간은 가볍게 박았구나. 싶을 정도로 했었는데, 한동안은 묻어뒀었지요. 결국은 다시 찾았어요. 스팀에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보자마자 샀구요. 그 오랜 시간동안 게임을 붙잡고 발전시켜준 제작자에 호의 표시라도 해야겠다. 하는 마음에서요. 아. 모르겠다. 게임 이야기나 합시다. 언리얼 월드입니다. 역사는 잘 몰라서 대충 때려맞추지만, 중세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생존 위주의 로그라이크 게임. 주인공은 성별, 부족, 배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적은 생존으로 똑같습니다. 생존도 그냥 한두번 깔짝이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겨울 한번 나려면 몇날 며칠을 나무를 하고, 움막에서 자는게 지겨워서 집 한번 지어보려니 계절 하나는 우습게 지나갈정도로 도끼질만 해야하고, 겨울은 다가오는데 먹을걸 구할 길이 없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결국에는 뭔지도 모르는 버섯을 집어먹고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그런 게임이에요. 목적도 생존이고, 하는 활동들도 대부분 생존을 위한 것들이에요. 낚시를 하고, 사냥을 하고, 농사도 짓고, 하는 것들. 사냥을 하면 가죽을 벗기고, 가죽을 벗기면 먼저 가죽을 씻고, 지방이나 나무껍질을 문지르고, 두들겨서 무두질도 하고- 털을 안뽑은 모피 두장을 침대 위에 던져놓고 뒹굴거리기도 하고- 네. 그런 게임이에요. 재밌어요. 플레이어가 느끼기에 '아 이정도 고생을 해야지 먹고살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난이도에, 납득할만한 상호작용들도 매력적이었구요. 지금껏 사냥한 동물들의 모피를 바리바리 싸들고 외국에서 온 상인한테 철갑옷이나 배틀액스를 사면서 피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냄비는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거야? 라는 말을 하면서도, 막상 써보면 냄비뽕에 취해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재밌는 게임입니다. 해볼수있는 것도 많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아요. 단점도 없지는 않아요. 원체 오래된게임이다보니 그래픽도(예전에 비해서 훨씬 나아졌다지만) 구리구리하고, 조작도 쉬프트까지 동원해서 입고, 벗고, 먹고, 마시고, 던지고, 파고, 깎고, 따위의 일들을 하나하나 다 해야하니까요. 그만큼 러닝 커브도 강렬한 게임입니다. 거기에 첫 해를 무사히 넘길정도로 경험이 쌓이면 사실 얼추 게임에 익숙해진 느낌이라, 매일매일 하는 노동을 빼면 딱히 할게 없어지는 게임이기도 해요. 미친척하고 겨울에 스키타고 남동쪽 원정을 나서도 되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떡해야해?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굶어죽고, 사슴 한마리를 본 것에 가슴이 설레서 몽둥이를 들고 쫒아가다가 앓아눕기도 하고, 쓸데없이 키를 잘못눌러서 겨울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대신에 몸을 던져서 감기에도 걸리고, 어려움의 연속이지만은- 처음으로 곰을 때려잡고, 첫 겨울을 나고, 집의 외벽을 전부 엮어낸 다음 천장과 바닥을 깔고, 손도 대지 않았던 버섯에 효능들이 기가막힌 것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처음으로 니예르페즈(예르페즈로 읽던가? 어떻게 읽는지 기억은 안나네요. 배웠던거같은데.) 전사와 싸움에서 이길때 그 느낌은 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이 나니까요. 그거 재밌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변태같은 게임이에요. 처음부터 플레이어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시련을 주고, 꾸득꾸득 기어가게 하지만, 그걸 이겨내는 순간이 정말 즐거워지는 게임이거든요. 감정적인 보상이 정말 큰 게임이에요.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무료버전으로 하셔도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