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하기엔 좋지만, 파고들긴 아쉬운 예전에 친구와 멀티플레이를 하려고 구매한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입니다. 함께할 때는 활과 지팡이의 투 원거리 조합으로 저난이도만 즐겨서 그런지, 난이도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몹들의 패턴이나 여러 요소에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빠지고, 혼자서 도전과제를 위해 근접 무기를 들고 고난도에 도전하다 보니 게임의 문제점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철저하게 히트 앤 런을 강조하는 구조입니다. 고난도 구간에 들어서면 플레이어의 기초 체력은 40~60 수준인데, 몹들의 공격력은 20 이상이라 두세 번만 맞아도 그대로 사망합니다. 결국 회피 위주의 플레이가 강제되죠. 그렇다고 회복수단이 많이 나오는것도 아니며 유물로 얻는 회복 효과 역시 미미해 체력이 굉장히 중요한 스탯이 되어버립니다. 그 와중에 몹들의 체력과 개체 수는 점점 늘어나고, 맵은 좁아지다 보니 근접 무기를 들었다면 ‘공격 → 회피 → 공격 → 회피’ 만 반복하는 답답한 패턴에 갇히게 됩니다. 또한, 게임이 강조하는 플레이스타일이 차징이라는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무기에는 기본 공격 외에 차징해서 사용하는 특수 공격이 존재하는데, 히트 앤 런을 해야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무기의 성능이 대부분 차지와 퍼펙트차지에 몰려있습니다. 차지 공격은 일반 공격보다 부가 효과나 특수 능력이 많이 붙어 있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격을 띠지만, 실제 전투에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난전 속에서 차징을 시도하면 그 순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난도에서는 차징이 아닌 기본 공격과 회피 위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스킬 또한 차지와 퍼펙트 차지가 존재하며, 그냥 공격하는 것과 차지 후 공격하는 것의 차이는 거의 세 배에 달합니다. 물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이지만, 앞서 말했듯 난전 상황에서는 차지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외에도 빌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로그라이트 게임은 유물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게임 역시 유물 간의 상호작용으로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불·번개·독·스턴·정령·유령 등 다양한 속성의 유물이 존재합니다. 유물은 하나만 있으면 매우 약하고, 비슷한 속성이 여러 개 모였을 때 비로소 강력해지는데, 이 게임은 유물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원하는 유물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번개는 세 번째 기본 공격에 연쇄 번개, 번개 발생 시 보너스 낙뢰, 낙뢰 발생 시 번개 위습 소환, 낙뢰 발생시 정전기, 번개가 번개 폭풍으로 진화하는 등 연계 효과를 가진 유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물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아니라 순차적으로만 발동되기 때문에, 번개 관련 보너스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정작 ‘번개 발생’ 유물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낙뢰 추가 효과 유물을 획득해도, 번개를 낙뢰로 변환시킬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참고로 번개 카테고리의 유물은 약 13개이며, 전체 유물의 수는 142개입니다. 이 142개 중에서 원하는 유물을 집어야 하니 빌드를 맞추기가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저난이도에서는 아무 유물이나 주워도 클리어가 가능하지만, 고난이도에서는 보통 ‘회복–크리’ 빌드로 공략해야 하기에 유물을 찾는 과정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왜 로그라이트 게임들은 자신들이 만든 모든 콘텐츠를 유저가 플레이하길 강요하는 걸까요? 모든 유물 획득, 모든 적 처치, 모든 치장 아이템 수집, 모든 무기로 최고 난이도 클리어, 모든 무기의 시련 클리어 등, 이 게임의 모든 요소를 전부 완료해야만 도전과제를 100%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앞서 말했듯 고난도에서는 빌드가 고정되어 무기를 바꿔도 (근접무기가 발악을 해야 한다는 점만 빼면)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습니다. 게다가 무기 시련에 ‘차지로 2000마리 처치’ 같은 조건은 왜 넣어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난도에서 몹 수만 늘려 노가다를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단점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고난도나 도전과제를 위해 플레이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즐기는 멀티플레이 로그라이크 게임으로는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무기도 9가지나 되고, 저난도에서는 원하는 무기 빌드로도 무난하게 클리어가 가능하며, 최대 4인까지 멀티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스탯석은 인원수대로 나오지만 한 명이 독식할 수도 있어, 함께 멀티플레이를 하면 서로 아이템을 차지하려고 달려드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점을 잔뜩 써놓고 추천하는 것이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멀티 로그라이크이며, 친구들과 함께 즐길 때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에 추천으로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