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º 20XX.02.01 매애애애 좋은 아침이다 이제 이 교단에서 은혜를 받은지도 어언 50년이 됐다 오늘도 어린 양 교주님께서는 빼먹지 않고 설교를 하신다 참 대단하신 분이셔 교주님 말씀으로는 레벨업이라는 다른 차원의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데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은 교단에 도움이 되니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20XX.02.12 매애애애 오늘은 저녁에 일기를 쓴다 며칠 전에는 설교가 끝난 이후, 교주님께서 성지를 어떻게 관리하시나 좀 살펴봤다 농부처럼 밭에 씨앗도 심으시고 물도 주시고, 비료도 관리하시고 작물을 수확하신다 그렇게 얻으신 일용할 양식들을 추종자 창고에 열심히 넣으시며 "아오 한국인이라고 스타듀밸리 할 때처럼 효율적으로 심는 내 자신이 싫다"라며 궁시렁 거리셨다 교주님은 아는 게 참 많으신 것 같다 역시 존경스러운 분이다 20XX.02.15 매애애애 좋은 아침이다 어제는 추종자 몇 명을 같이 데려가면서 이교도의 수장을 잡는 중요한 날이라서 다음 날에나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 친구 뀨잉뀨 와 뀨뀨뀨 신도와 같이 하루종일 헌신을 드렸는데 무릎이 많이 아팠다 나도 이제 많이 늙었구나 싶었다 20XX.03.10 매애애애 오늘 새벽에는 잠이 안와서 어슬렁 어슬렁거리다가 무덤 앞에서 칼을 들고 계시는 교주님을 만났다 내일 축제를 위해서 준비중이라고 하시길래 도와드리려 했더니 아직 나는 특성을 못 얻었다 뭐다 하시며 다음에 도와달라고 하셨다 역시 배려가 넘치는 분이시다 그리고 새벽감성이어서 그랬을까 교주님께 무릎이 요근래 너무 아프다고 투정을 부렸다 보통은 며칠 자면 없어지지만 교주님과 함께 있으니 어린아이 같아지고 싶었다 교주님은 치료소로 인도하시더니 동백꽃으로 치료를 해주셨다 며칠이나 걸리던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한 순간에 통증이 사라졌다 거듭 은혜에 감사인사를 드리고 주거지로 돌아왔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이 여전히 오지 않았다 밤을 샜다 20XX.03.11 매애애애 오늘은 축제날이다! 모든 교단원과 같이 교주님과 만찬을 즐기는 날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즐거운 기분은 여전하구나 모두가 기뻐하는 표정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더 좋다 아아 어쩜 이리 완벽한 교단이 있을까 식사가 끝나갈 무렵, 교주님께서 내일은 버섯 특식을 준비한다고 하신다 나 포함 다른 성도들도 교주님의 무한한 사랑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다 너희의 무한한 신앙을 위해서다" 라고 하시며 마음을 다독여주셨다 20XX.00000.0000X 교주님께 충성을 교주님을 위한 노동을 교주님을 위한 기도를 교주님을 위한 식사를 교주님을 위한 교주님을 위한 교주님을 위한 (몇 페이지가 찢겨져 있다) 20XX.10.07 매애애는 얼어죽을 그래 이제 다 이해했다 니 놈이 지껄이던 레벨업이건 특성이건 게임이건 이제 다 알았다고 왜 나는 내가 번제 대상이 되어서야, 양 따위를 의심하기 시작한거지? 진작이 사원 단상 아래에 숨기고 있던 그 종이를,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보려고 하지 않은거냐고 나는 지금 감옥에 갇혀있지만, 너가 아무리 재교육을 해도 나는 절대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낱 데이터 쪼가리라는 것을 다 밝혀 낼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일상과 노동과 노력이 너의 한낱 즐거웠던 스타듀밸리와 로그라이크 던전게임이었다는 것을 모두에게 말할 것이다 이 더러운 주교녀석아 ... 20XX.XX.XX 날씨가 참 좋구나 이제 조금만 있으면 도전과제를 올 클 할 수 있었는데, 그 노인네 녀석이 이 게임을 다 알아버릴 뻔했다 멍청해서 다른 녀석들보다 오래 살려뒀건만 귀찮아서 번제의식으로 번제시켜버렸다 다른 추종자들이 부럽다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스포일러 없는 게임 얘기를 해보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게임은 참 잘 만들었다 미니 스타듀밸리 느낌에, 아이작 같은 미니 로그라이크 게임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성전을 관리할 때는 플레이어가 성장하면서 귀찮을 수 있는 요소들을 자동화하는 시스템도 잘 넣어놓았고, 이에 필요한 자원들과 가장 중요한 추종자들을 얻기 위해 던전에 들어가며 스토리를 파헤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개성이 없냐 그건 또 아니다 추종자들의 충성심 레벨업이나 설교 등 여러 방법으로 얻은 헌신이라는 자원을 모아서 던전에 들어갈 때 사용할 장비와 특성들을 해금하는 방식이라서, 자신이 추종자들을 어떤 방법으로 육성해서 어떤 장비와 특성을 사용해서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보스들을 물리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스타듀밸리에 더 몰입하는 사람은 성전을 꾸미는데 필요한 장식품을 해금하고 우선적으로, 안정된 자신만의 자동화농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즐길 것이고 아이작에 몰입하는 사람은 던전에 필요한 자원을 파밍하고 스킬트리와 장비를 해금하며 숨겨진 스토리들을 빠르게 보는 방향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게임 볼륨 자체도 이쯤 되면 끝났겠지 해도 추가로 컨텐츠들이 계속해서 열리기 때문에 질릴 수가 없.. 아 오늘은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그것을 쓸어담는 날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다 서둘러 가봐야겠다 훗날 이 일기를 읽을 새로운 교주들을 위해 계속해서 적어나갈 생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