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임은 결국 캐릭터빨이다. 무슨 뜻이겠는가? 그렇다. 캐릭터가 너무나도 훌륭하다. 영어 몰라서 공략 뒤져가면서 깨고 있는데도 정말 재미있다. 데포니아: 컴플리트 저니는 데포니아, 카오스 온 데포니아, 굿바이 데포니아 삼부작을 하나로 합친 패키지이다. 돌아다니면서 아이템 모아서 조합하고 여기저기 써먹는 게임으로서 '추억의~ 방탈출 게임~ 3인칭 관찰자 버전!' 따위로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다만 무대는 방 하나보다는 많이 넓다. 마우스만 만지작거리면 되는 게임이라 어려울 건 없다. 근데 상황풀이가 하도 해괴해서 공략을 보지 않으면 정말 한 파트 깨는데 8시간 이상 걸리는 것 같다(아니 이 아이템이 어떻게 여기에 쓰이지...?). 대체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인데 퍼즐 풀이 자체도 기상천외해서 공략 보고 진행하는데도 보는 맛이 있다. 뭐 굳이 8시간을 들여서 직접 풀어보겠다면 성취감은 덤.. 그렇지만 난 2챕터에서 자력 클리어를 그만뒀다... 아까 칭찬했듯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정겹게 그려져서 얼마 플레이하지 않아도 데포니아의 세계관 속에 쉽게 동화할 수 있다 = 이건 좀 있어 보이게 포장한 얘기고, 값싸게 얘기하자면 양놈들이 대화하는 건데 듣고만 있어도 재밌다. 다 캐릭터성이 뛰어나서 가능한 일이다. 특히 히로인의 캐릭터가 참 독특한데, '히로인은 매력 덩어리이다.'라는 명제는 너무 뻔한 사실이니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는다. 대신 보증만 해준다. 데포니아는 이 진리의 명제를 또 다시 훌륭히 증명해냈다. 만일 당신의 프로필 이미지가 귀여운 여자아이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은 바로 데포니아 역시 당신의 찜 목록에 구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 최고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즐겁다'라고 말하겠다. 그러나 데포니아를 플레이하는 동안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물론 메인 스토리가 세상을 구해야 하는 임무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을 구해야 한다. 그러니 그 중압감에 있어 플레이어라면 클라이맥스를 심각하게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도 역시 장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심각할 때 심각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건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죠...? 안타깝게도 한글 패치가 아직 없다.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영문학이 아니라 게임 화면을 보고 있는 겁니다." 비주얼만 봐도 돌아가는 상황을 지레짐작하는 것이 가능하고, 선택 잘못했다고 게임 오버가 되는 일도 없는 데다 리얼타임 게임도 아니므로 공략집을 보면서 플레이하면 된다. 고등학생 정도만 되면 구글에 deponia(chaos on ~/goodbye ~) walkthrough 쳐서 나오는 공략집을 큰 무리 없이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히로인을 낚기 위해서) 게임을 클리어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양놈의 문자는 결코 당신의 앞길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HUZZAH -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리! 언어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데포니아로 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