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평: 약간의 투박함을 감수한다면 즐겁게 떠날 수 있는 굉장한 여정
이 게임은 일반적인 "덱 빌딩"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게임이 어땠는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덱 빌딩, 전투, 전략성 총 세 가지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1. 덱 빌딩
위에서 말했듯이 최근의 일반적인 "덱 빌딩"게임과 완전히 다르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크나큰 성공 이후 그 게임과, 또 같은 방향성을 지닌 수 많은 게임들은 기본 덱 X장에 다른 카드&유물들을 얻거나 기존의 덱의 카드를 지우는 등 덱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플레이 안에 녹아들어있다면, 이 게임은 하스스톤, 궨트와 같은 CCG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여정을 떠나기 전 최소 40장, 게임의 진행상황에 따라 최대 100장에 이르는 덱을 "스스로" 준비해야한다. 또 카드의 코스트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덱에 집어넣기 위해 각 팩션에 맞는 룬을 각 카드에 필요한 코스트에 맞게 최소 5개, 최대 10칸의 룬 칸에 장착해야 사용할 수 있다.
또 레이더, 오라클, 트래블러, 워든, 스트레인저 5개의 팩션 모두 각각의 컨셉이 뚜렷하고, 원한다면 레이더 코스트 5, 오라클 코스트 3, 트래블러 코스트 2와 같이 여러 팩션의 카드를 덱에 집어넣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듯, 최소 40장, 최대 100장의 덱을 직접 구성하고 이 카드는 별로던데? 이 카드는 굉장히 좋더라. 이 카드는 다른 카드와 사용하면 더 큰 시너지게 나겠구나. 이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 카드가 필요하겠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만의 덱을 구성해나가는 재미를 살렸다.
또, 카드를 얻는 방법 또한 특이한데, 아니 특이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다른 "덱 빌딩"게임에 비해 완전히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수 많은 팩을 얻게 된다. 이 팩을 열어 게임에 있는 305장의 카드 중 랜덤한 5장의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얻게 되는 팩에 따라 특정 팩션의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고, 각 카드마다의 희귀도도 정해져있다. 운이 좋다면 반짝거리는 포일 카드를 얻을 수도 있다. (6장 밖에 못먹어봄...)
또 이렇게 카드를 단 한 장이라도 얻었다면 상점에서 같은 카드를 구매할 수 있고, 여러 게임 내 챌린지를 통해 카드를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원한다면 룬도 팩션에 맞는 속성 룬이 아닌 특정 효과 면역, 체력 증가와 같은 빈 룬을 장착할 수도 있다.
이렇듯, 덱 빌딩 과정이 CCG의 그것을 가져왔고, 카드의 코스트를 사용한 룬의 속성 갯수에 따라가기에 덱을 잘 구성하는 것이 성공적인 여정의 첫 열쇠가 된다.
2. 전투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집어넣었든, 무지성으로 카드를 집어넣었든, 40장만 가볍게 챙기든, 100장을 꽉꽉 채워넣든 덱을 완성하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지역은 4개의 층과 1개의 보스로 이루어져있으며, 총 4개의 지역과 탑이 있다.
각 지역에는 각 속성에 맞는 특정한 기믹과 몬스터, 오브젝트가 즐비해있으며, 이들과 전투를 치뤄 그 지역의 최종 보스를 잡으면 그 지역의 여정은 완료된다.
아무튼 이 게임의 전투 또한 다른 게임과는 차별성을 두는데, 카드를 단순히 드래그&드롭하여 사용하는 형태가 아닌 전략 RPG처럼 한 코스트에 한 칸 이동하고, 한 코스트에 한 번 근접 공격하고, 한 코스트에 한 번 카드를 사용하는 형태의 전략 RPG의 형태를 띈다.
모든 적을 죽이면 그 방이 클리어되는 단순한 조건이지만, 여기에 부가적인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다.
퍼즐 방의 경우엔 그 방이 요구하는 조건(폰을 승급시키기, 모든 볼링 핀 쓰러뜨리기, 한 턴에 모든 크리스탈 밝히기 등)을 만족시키면 엄청난 보상을 주는 보물 방을 열어주고, 전투를 할지 말지 선택을 하고, 전투를 하면 위험이 수반되지만 좋은 보상을 주는 상자를 열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한 턴에 3개의 Action Point, AP를 사용할 수 있고, 각 AP를 소모해 한 칸 이동하거나, 한 번 공격하거나, 카드 하나로 엄청 멀리 도약한다거나, 또 카드 하나로 10 대미지를 준다거나, 갖은 상태 이상을 건다거나, 동료를 소환하는 등 많은 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의 전투의 재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 전략성
전투 중 플레이어는 카드 말고도 다양한 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
게임에는 정해진 방식으로 대미지를 주는 오브젝트도 있고, 아무런 능력을 가지지 않는 오브젝트이지만 플레이어의 카드 사용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다중 처치(3개 이상의 무언가를 처치)를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오브젝트를 공격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오브젝트에 일부러 피해를 가해 공격 경로에 있는 적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을 밀거나 당겨 구멍으로 빠뜨릴 수도 있고, 적 주위에 마그마를 깔아 움직이면 피해를 가할 수도, 얼음을 깔아 지나치게 먼 거리를 이동하게 할 수도, 특정 발판에 서있게 해 피해를 줄 수도, 기절을 가할 수도 있다.
또 적의 행동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적이 행동하는 순서는 항상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 가까운 것 부터 먼 순서로 진행되고, 언제나 이 순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적이 이번턴에 행동하는 방식 또한 적에게 마우스를 올려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 한 턴에 할 행동을 잘 정하면 적의 이동, 행동, 공격을 다른 적에게 가함으로써 나에게 유리하게 가져올 수도 있다. 어떤 적이 특정 범위 전체에 대미지를 가한다면 일부러 적을 유인하고 나는 빠져 적에게 피해를 가할 수도 있고, 한 적이 이용하는 오브젝트를 일부러 파괴해 다른 패턴을 유도할 수도 있다.
적들의 개성 또한 명확하지만 그 적이 취하는 행동 또한 뚜렷해서 언제나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슬라임의 경우 최대 2칸 이동&공격 패턴 다음에는 특정 행동을 하는 것이 정해져있기에 일부러 이동할 위치를 함정 위로 유도할 수도 있고, 이번 턴은 피하고 다음 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적의 체력도 단순히 3인 개체가 있는 반면 1*3인 개체가 있다. 체력이 3인 적의 경우 단순히 3대미지만 주면 끝이지만, 1*3의 경우 첫 공격으로 3의 대미지를 주든, 10의 대미지를 주든, 6억의 대미지를 주든(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남은 체력은 2가 된다.
카드의 키워드도 다양하다. 최초 사용시 발동하는 특성, 적 처치시 발동하는 특성,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중 처치시 발동하는 특성, 딱뎀이면 발동하는 특성, 체력이 30% 이하일 때 발동하는 특성 등 더 좋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좋은 어드벤처 게임은 리스크&리워드가 명확하고, 이 게임도 그렇다. 한 여정에서 돌아가지 않을 시 특정한 신단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죽으면 해당 여정에서 얻은 보상을 일부분이 아닌 모든 보상을 잃는다. 만약 어떤 지역의 2층을 겨우 클리어했고, 3층을 갈 자신이 없다면 여정에서 복귀해야한다. 층이 달라질 수록 적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그 수 또한 많아진다. 만약 2층을 클리어했는데 돌아가지 않는다면? 모두 잃는다. 3층이면 좀 달라질까? 아니, 모두 잃는다. 최고층인 4층은? 똑같다. 현재의 덱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자신이 지닌 보상을 전부 잃지만, 플레이어는 그 지역의 특성, 등장하는 몬스터의 특성, 덱에 들어있는 각 카드에 대한 의견등의 지식은 앗아가지 못한다. 뼈 아픈 패배를 뒤로하고 더 나은 보상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게임은 아니다.
카드의 경우 낮은 희귀도에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별로인 효과를 내고, 높은 희귀도에서는 10대미지를 주는 탄을 발사하거나, 일직선에 놓인 모든 적에게 10대미지, 4방향 일직선으로 4대미지, 카드 한장 무조건 복사, 맵의 어떤 구역이든 도약하는 등의 지나치게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카드가 있고, 게임이 진행될 수록 위험도도 같이 증가하고, 보스의 경우 진행 턴에 따라 아레나가 점점 위험해지는 등 시간을 들여 좋은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빠르게 적을 처치하는 것이 강제되기 때문에 낮은 희귀도의 카드는 뒤로 갈 수록 배제되고, 높은 대미지,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높은 희귀도의 카드만 사용하는 것을 게임이 강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카드의 수가 정말 많고, 같은 카드는 일반적으로 4장까지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덱에 집어넣을 수 없는 카드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RPG의 시선을 입각한다면, 더욱 더 강해지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그 만큼 강한 적을 상대한다는 레벨의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어 큰 문제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또 적의 행동이 한 턴에 여러 행동을 한다면 각 행동마다 범위가 표시되는 것이 아닌, 공격 행동은 무조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어디까지가 어떤 패턴의 공격인지 알기 힘들어 약한 공격은 받아넘기고, 강한 공격은 피하는 전략을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 몬스터가 그 때 마다 다른 상태이상을 가하는 경우 이번 턴에는 어떤 상태이상을 가하는지 알기 힘든 문제도 있었다. 이 역시 패턴을 한번 파악해보거나,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반드시 피하면 되니 큰 문제라고 여겨지진 않았다.
게임에 배속 또한 없어 적들이 많은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3번 행동하고 적들이 행동하는걸 한참동안 보아야 한다는 점도 아쉽게 다가왔고, 게임 내에 있는 또 다른 엔딩, 특별한 보상을 줄 것 같은 방의 조건에 대한 힌트를 게임 내에서 접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좋지 않았던 경험이었지만, 그 사소한 문제들이 이 게임이 가진 포텐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이 게임은 말도 안되게 잘 만들어진 엄청난 게임이고, 내가 직접 만든 덱으로 4가지 지역과 탑을 여행하며 특징이 뚜렷한 적들과 오브젝트를 상대하며 실패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승리한 짜릿했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겪어보았으면 한다.
나도 비록 엔딩을 보았지만, 아직 사용해보지 않은 팩션의 카드와 게임 내의 다양한 챌린지, 혹은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한 여정을 계속 떠날 예정이니.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