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평: 전작보다 퇴보한 부분도 있지만...
이전 작 Figment를 꽤 흥미롭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2편도 어느정도 기대했다.
여기서 어느정도 기대했다는 뜻은 스팀 찜하기를 눌렀다는 뜻이다.
언제 나올지 목놓아 기다리고 달력에 빨간 색 색연필로 동그라미 쳐놓고 출시날에 잠도 못자고
그런게 아니고 그냥 찜 해놓고 어느날 출시했다고 메일이 왔고 아 이게 이제 출시했네? → 구매
이전 작인 Figment가 동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깔끔하게 끝맺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의아했다.
그리고, 이전작의 다음 이야기라고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게임 중 등장인물을 아예 다른 인물로 교체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점이 없을 정도로 전작과의 스토리적 연결되는 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충은 알고 계시죠? 라며 억지로 시작한다는 느낌을 피하기 힘들었다.
Figment를 해봤으니 어떤 식으로 게임이 진행될 것인지는 이해가 갔지만,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Figment가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보스의 수도 더 줄었고, 따라서 보스의 음악도 줄었다. 또한 플레이 타임도 짧아졌다.
그럼 별로인 게임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었다.
이번 Figment 2: Creed Valley는 이전 작에서 실패했던 점을 잘 보완했다.
Figment 2: Creed Valley는 Figment의 동화에 가까웠던 스토리보다는 우화에 가까워졌다.
분명 시작 부분에 플레이어를 게임 세계에 끌어들일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게임이 말해주려는 스토리나 교훈을 명백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했다. 유치하다면 유치할 수도 있고 뻔하다면 뻔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우화였다.
(이 점은 보완한 점이 아니고 다른 점에 가깝다)
스테이지 설계 또한 이전 작보다 훨씬 나아졌다.
Figment의 설계 특히 마지막 스테이지의 레벨 설계는 별로였다. 같은 장소를 반복 방문하게 하고, 길었던 스테이지 전체를 한 보스를 쫓게 하고, 똑같은 퍼즐에 동선만 끔찍하게 길어지고, 퍼즐 설계의 미흡함까지 합쳐진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테이지였던 반면, 이번 게임은 여러 스테이지를 한 보스를 쫓게 만든 대신에, 각 스테이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서로 다르고, 각 스테이지마다의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도 주어서 지루함을 느끼기 힘들게 잘 설계되었다.
음악의 사용도 나아졌다.
이전 작도 게임의 음악이 게임 전반적으로 비중이 있었지만, 이번 작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스테이지의 음악 사용은 이전 작과 동일하지만, 보스가 아닌 한 스테이지에서 파인애플 피자가 최고라거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둥 세계의 진실을 까발리는 명랑한 노래도 있고, 이전 작의 노래를 Reprise한 노래도 나왔다.
그리고 보스의 음악 진행도 진일보 했다.
이전 작의 보스는 보스가 노래를 부르면서 공격을 피한 뒤, 2~30초의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노래를 들어야하는 무간지옥이었지만 이번 게임에선 보스가 어느 정도 노래를 부르고, 패턴을 피하고, 다시 노래를 부르고, 패턴을 피하고를 반복해 완성된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게임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보스의 수가 적어졌고, 또 모든 보스 곡들이 메탈릭한 밴드 노래였던 점은 아쉽긴 했지만, 언급했던 것 처럼 음악의 사용이 이전 작보다 훨씬 매끄러워져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시점의 플레이도 등장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만 등장하긴하지만 고정된 탑 뷰로만 진행되던 시점이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회전하고, 무려 컷신이 나오는 등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또 재밌었던 부분이다. 마지막 스테이지의 진행은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사실 게임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유치하긴 했다.) 보스의 특성 때문에 두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노래가 너무 지루하지도 않았고, 시점도 새로웠고, 풀 3d 인게임 컷신도 있었고, 이전 작의 노래를 Reprise하는 등 이전 작 보다 훨씬 뮤지컬 게임에 가까워진 진행을 보여주었다.
한글화의 수준도 훨씬 나아졌다.
사실 Figment의 한글화는 뭐 사실 없는 것과 다름없었지 않나. 그래서 영어로 플레이를 했고, 이번 작도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속는 셈 치고 한글로 플레이를 했지만 이상하다? 왜 멀쩡하지? 어딘가가 고장나있진 않을까? 하고 계속 조마조마하게 했고,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플레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다.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번역이지만, 한 명이 작업한 번역 치고는 굉장히 잘 번역된 게임이었다.
다시, 이 게임은 이전 작도 그랬지만 여전히 Must Play급의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난 이 게임에서 특히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이 시리즈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전작과 비교해 분명히 퇴보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난 그 부분을 단지 제작팀의 실수가 아니라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이전 작을 플레이하고 "흠 괜찮았네, 6/10"라고 생각하며 시리즈에 대한 인식만 심어줬다면, 이번 게임은 다음 게임을 찜하고 기다리고 달력에 빨간 색 색연필로 동그라미 칠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이다.
물론 잠을 설칠 정도는 아니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