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1 리뷰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난 안 할 것 같다고 했는데 결국 후속작이 전편과 똑같이 나왔고, 이상하게도 나는 또 해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그냥 로그라이트라서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아예 다른 장르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로그라이트 특유의 “죽으면 끝이고 다시 처음부터”라는 감각이 아니라, 오히려 타르코프 같은 익스트렉션 슈터에 가까운 루프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차이는 있다. 타르코프는 죽으면 잃는 게 크니까 긴장이 생기는데, 하데스는 죽어도 자원을 잃는 게 없다. 오히려 자원은 쌓이고 대사는 열리고 관계는 진행되고 주술 강화도 되고 스토리도 앞으로 간다. 그래서 이건 게임 오버가 아니라 그냥 “이번 레이드 종료”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끝까지 못 갔다는 게 실패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진행의 일부가 되어버린 구조다. 그리고 기존 로그라이트랑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보통 로그라이트는 그냥 들어가서 그 판에 주어진 랜덤 요소를 즉흥적으로 굴리는 느낌이 강한데, 하데스는 무기와 장비를 미리 챙기고 들어가는 과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무기를 들고 갈지, 어떤 방향으로 빌드를 노릴지, 시작 전부터 선택이 있고 준비가 있다. 그래서 매 판이 완전히 초기화되는 감각이 아니라, 내가 세팅해서 들어가는 한 번의 시도처럼 느껴진다. 성장도 단순히 캐릭터 수치만 오르는 게 아니다. 내가 반복해서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맵과 허브 자체에 나를 도와주는 요소들이 점점 마련된다는 점이 많이 다르다. NPC가 늘어나고, 시스템이 열리고, 공간이 정비되고, 세계가 플레이어의 반복을 전제로 조금씩 확장된다. 캐릭터만 강해지는게 아니라, 세계가 플레이어의 루프를 받아들이면서 같이 진화하는 구조에 가깝다. 예전에 하데스1 코드를 뜯어본 적이 있는데, 겉으로는 랜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의도적으로 설계된 부분이 많다. 첫 번째 트라이에는 특정 은혜가 나오고 몇 번 도전해서 퀘스트가 진행되면 다음 도전에서는 또 다른 은혜가 나오도록 순서가 잡혀 있다. 플레이어가 운에 맡긴다고 느끼면서도 완전히 통제 불능으로 흘러가지는 않게 흐름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스테이지 안에서도 망치나 셀레네 같은 핵심 요소는 두 번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제한해놓은 것도 그런 설계의 일부다. 결국 하데스는 로그라이트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좀 애매해졌다. 죽는 게 패배가 아니라 루프의 종료고, 한 판이 하나의 도전이자 성장이다. 준비와 선택이 존재하고, 랜덤조차 설계된 흐름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라서 이제는 그냥 “하데스식 루프 게임”이라는 장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후속작이 그렇게 나왔는데도 결국 했고, 아마 또 나오면 또 할 것 같다. 싫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게임은 실패를 반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실패조차 진행으로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으니까. 결국 로그라이트라서 하는 게 아니라, 하데스라서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