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밌게 했습니다. 귀찮을 수 있는 부분은 싹다 자르고 몬스터를 조지며 모험한다는 컨셉 자체에 충실한 게임으로 과거 아이스윈드데일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 인피니티 엔진에 기반한 고전 CRPG 걸작의 단순 복사본은 아닙니다. 첫째로 이 작품은 기존에 없었던 최신 D&D 5th룰을 훌륭히 컨버젼해서 깊이 있는 전략성과 전투의 재미를 부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게임의 전투 재미는 턴방식 명가인 엑스컴이나 디비니티 시리즈 못지 않으며 독창성이 분명합니다. 대응행동과 집중, 긴 휴식과 짧은 휴식의 분배에 의한 리소스의 관리 등은 지나치게 로그라이크적이진 않으면서 모험이란 주제에 적절히 부합하며, 게임의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아이덴티티입니다. 두번째 칭찬할 점은 전장을 3D로 구현하여 단순 고저차를 넘어 비행과 벽에 매달림 요소, 광원에 의한 시야 확보 요소까지 전략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는 2차원적인 전장에 머물렀던 기존의 RPG들의 한계에서 명백히 진보한 부분이며 전투 환경의 구성에 있어서 리리안의 디비니티 시리즈의 환경 역동성에 비견될 만한 성과를 보여줍니다. 세번째로 놀라운 부분은 맵 메이커 기능으로 실질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작자들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즉 이 게임은 하나의 완결된 예술품이라기 보단 유저들에 의해 열린 툴(tool)이란 것으로 기본적인 툴셋을 가지고 던전마스터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네러티브를 만들어가는 CRPG 전통에 가장 부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부족하나마 이 게임이 가지는 단점, 어색한 그래픽과 모델링, 짧은 볼륨 등에 대한 변명이 되기도 하지요) 사실 이러한 장점들은 상당 부분 리리안 스튜디오에서 얼리엑세스 중인 발더스게이트3와 겹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교집합 부분들이 이 장르의 미래 방향성이 되지 않겠나 싶은데 제작사의 규모와 역량을 감안한다면 발더3 쪽이 더 완성도 높게 해당 요소들을 구현 할 가능성은 있겠습니다만 발더스게이트3는 아직 완성되려면 한참 멀었고, 이 게임은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턴방식 CRPG의 미래는 아직까진 이 게임이 맞을 것 입니다. 소규모 인디 게임사로서 놀라운 성취입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