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호의가 호구 취급으로 이어졌을 때의 웃픈 비애
영업을 위해 작은 시골 마을에 방문했다가 끝없는 주민들의 부탁으로 인해 고생하는 가엾은 판매원의 이야기를 담은 캐주얼 어드벤처 게임이다. 서양 카툰을 보는 듯한 강렬한 개성의 비주얼과 평화로우면서도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배경 음악이 이목을 끌어당기는 가운데 다소 고전적이면서도 더럽고 거칠고 기괴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인데, 번역은 대체로 깔끔한 편이나 어색한 사투리와 불편한 줄바꿈은 살짝 거슬린다.
작은 시골 마을은 정말이지 아수라장이자 아비규환이란 표현이 모자라지 않을 만큼 개판 오 분 전이다. 온 동네에 징그러운 벌레와 야생 동물이 설치고 마을 사람들의 행색은 어딘가 나사가 잔뜩 빠진 것 같으면서도 역겹고 추악하기 그지없다. 예의범절도 엉망이라 가뜩이나 사투리도 심한데 욕만 좀 덜한다 뿐이지 입버릇들이 한결같이 더럽고 거칠다. 지나가다 흘러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에서 강렬한 디스나 섹드립 및 패드립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서양식 화장실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호불호는 좀 갈리겠으나 취향만 맞다면 정말 쉴 틈 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끔찍한 곳에서 가엾은 주인공은 시종일관 마을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쉴 틈 없이 구른다. 작디 작은 체구로 작은 시골 마을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시답잖은 부탁을 묵묵히 잘도 들어준다. 자기 한 몸 던져가며 온갖 고난과 고생과 고통을 감내하고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가히 살신성인의 경지라 할만하다. 그런 와중에 거의 모든 캐릭터와 생물, 사물마다 상호작용이 존재해 이것저것 툭툭 건드리고 다니는 재미는 확실하다. 상호작용이 다 떨어져도 맞는 리액션이 워낙 찰지다보니 지나가면서 툭툭 건드릴 맛이 나고, 게임의 진행 여부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풍경이 달라져있어 이걸 구경하는 재미 역시 상당하다.
작은 마을을 한 방향으로 순환하듯 빙빙 도는 게임 디자인은 특이하면서도 깔끔하다. 주민들의 절묘한 배치로 동선에 제약을 두며 특정 방향으로의 이동을 강요하는 방식인데,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긴 하지만 그 대신 자연스러운 게임 진행을 유도하기도 해서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동선 설계에 참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고, 어떤 면에서는 참 이상적인 게임 설계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밖에 최소한의 이동 및 상호작용으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온전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는지 퍼즐이나 미니 게임의 난이도가 다소 낮은 편이기도 하다.
다만 의외로 편의성은 다소 떨어진다. 조작감은 괜찮으나 2회차 플레이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실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한 번 끝까지 플레이해도 챕터 셀렉트나 스킵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무조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만 한다. 멀티 엔딩이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라 2회차 플레이의 필요성은 낮지만 남은 도전과제를 회수할 때 이 점이 특히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일부 도전과제는 설명도 괴랄하게 돼있어 공략이 없다면 해금 조건을 추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도전과제용 게임으로는 추천하기 힘들다.
화장실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게임이며, 보기와는 다르게 깔끔한 게임 디자인으로 충분한 완성도까지 챙긴 수작 어드벤처 게임이다. 끊임 없는 주민들의 부탁으로 인해 고생이 고생을 낳는 주인공의 웃픈 처지가 점점 극명하게 드러나는 스토리 역시 매우 인상적이며, 어찌보면 게임이라는 매체의 불문율과도 같은 '모든 NPC들이 주인공에게 일거리를 몰아주는 구도'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소 고전적인 코미디라 취향을 조금 타긴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자극적이면서도 단순명쾌한 개그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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