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아베르노 시티, 나 혼자 지키기엔 너무 버겁다.
게임명 'The Precinct' 한글 번역으로 '관할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좀 더 가까운 의미로 '아베르노 시 경찰서' 정도가 되겠다. 플레이어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살해 당한 아베르노 시 경찰서장의 아들인 '닉 코델 주니어'로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이제 막 부임한 주인공은 그의 파트너 '켈리'와 함께 경찰 업무에 관해 배우고 도시 치안을 유지하며 도시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 쓰게 된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등장하는 인물들은 뭔가 뒷 내용이 뻔히 예상되는 진부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중에 얘가 배신하겠거니, 얘가 사실 뒤가 구린 놈일지도 모른다느니, 합리적 의심을 갖고 스토리를 밀다 보면 어느새 게임이 끝난다. 스토리 라인은 인디게임 답게 짧다면 짧지만 스토리가 형편없지는 않으니 나름대로 할만한 수준이다.
이 게임에서 칭찬할 부분들은 게임 플레이의 완성도와 분위기이다. 1980년대 범죄가 만연하던 미국 동부 도시 느낌을 잘 살린 거리 디자인과 구획들은 마치 뉴욕 시 뒷골목이나 고담을 연상케 한다.
도시를 돌아다니다 범죄 발생 신고를 목격하거나 911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달려가 범인들을 제압하고 위반 사항들을 알맞게 체크한 뒤 호송하는 과정들이 너무 늘어지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류의 경찰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극 사실성에 매몰되어 허구한 날 주차 딱지나 떼러 다니거나 무단횡단자, 쓰레기 무단 투기자에게 벌금을 뜯고 다니는 것과 달리, 게임이 진행될 수록 강력 범죄와 차량 추격전이 골고루 일어나 플레이를 늘어뜨리지 않는다. 추격전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지원요청만 적절하게 해준다면 범인 완전 검거도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칭찬은 여기까지! 아직 이 게임은 갈 길이 멀다.
전반적인 매커니즘과 게임 플레이는 재밌으나 디테일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AI의 멍청함이다. 플레이어의 파트너로 근무 내내 따라다니는 켈리는 설정상 아베르노 시 관할서에서 30년을 근속한 베테랑 경찰이지만 플레이어를 제대로 보조해 주지 못 한다. 폭행 사건이 일어나 두 명의 범죄자를 잡아야 할 경우 내가 한 놈을 열심히 따라가 검거해놓으면 켈리는 옆에서 따라오며 멀뚱멀뚱 서 있다가 뒤늦게 저 멀리 도망가는 중인 다른 한 놈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내가 추격 중인 범인을 켈리가 검거하러 달려가면 나는 또 다른 한 놈을 검거하러 달려가 두 명 모두를 잡으려 애썼지만, 추격 거리가 길어져 켈리로부터 멀어져버리면 한 놈은 십중팔구 놓쳐버리게 된다. 파트너가 이 모양이니 경찰 버디 무비를 표방하는 스토리 속에서 켈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될 리가 없다.
지원요청 AI도 문제가 많다. 차량 추격전에서 그나마 도움이 되는 지원들은 순찰차 추가, 헬기 지원 정도다. 도로 봉쇄, 로드 스파이크는 범인이 그쪽으로 지나가주길 기도해야 하는 수준이고 애시당초 지원 나온 경찰들이 범인을 효과적으로 추격하지 못 한다. 따라서 운전 실수로 내 차가 범인으로부터 멀어져버리면 쌓아놓은 지원 토큰도 짤려버리고 순찰차고 헬기고 뭐고 다 멀찌감치 범인이 달아나는 걸 구경만 한다. 범인을 다 잡아놓고 호송차를 부르더라도 범죄자들을 뒷좌석에 고이 모셔놓고 다음 행동이 없어 도로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헛웃음이 나온다.
이러한 부분들은 다행히 개발진도 인지하고 있고 추가 패치를 준비 중이라 하니 답답하고 멍청한 경찰 AI들이 어떻게 개선 될런지는 두고 봐야겠다. 개발사의 전작 "American Fugitive"를 재밌게 즐겼기에 훨씬 좋아진 완성도로 보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결론
+ 경찰 시뮬레이션 장르 중에선 가장 늘어지지 않고 적당히 재밌는 게임 플레이
+ 작지만 적당히 넓고 있을 구역 다 있는 적당한 맵 크기
+ 80년대 버디 무비를 연상케 하는 도시 디자인과 그래픽
- 플레이어를 보조하지 못 하는 멍청한 AI
- 키보드 유저를 고려하지 않은 운전/조준 조작감
- 그래픽에 비해 부족한 최적화와 프레임 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