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사건은 문라이트 신드롬에 이어 스다 고이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해준 작품으로, PS1으로 출시되었던 게임의 리메이크이다. 가상 지역인 도쿄 24구(실제 도쿄는 총 23구)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마인 우에하라 카무이를 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며, 스다 고이치 특유의 4차원적인 난해함이 듬뿍 묻어있는 시나리오가 이 게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카무이 사건을 담당하는 흉악범죄 2과에 소속된 주인공(이름은 자유롭게 지을 수 있지만, 상사인 쿠사비 테츠고로는 시작부터 엄청난 별명을 붙여 준다.) 시점인 트랜스미터 편과, 누군가의 의뢰로 이 사건을 쫓게 되는 저널리스트 모리시마 토키오의 시점인 플라시보 편이라는 이중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 구성이 상당히 독특한 것이, 이 두가지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어느 한 편만 플레이해서는 전체 이야기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단순히 시나리오를 나눠놓은 것이 아니라서, 플라시보를 제쳐놓고 본편만 죽 플레이하면 도대체 밑도 끝도 없는 스토리 진행에 챕터간 연결조차 거의 되지 않는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형사과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갑자기 어떤 소년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누군가가 회사 임원을 협박하고, 갑자기 암흑의 거대조직간 싸움이 되는 등 - 약간의 힌트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거의 옴니버스로 느껴지거나 혹은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게 아닐까 싶은 수준. 하지만 플라시보 편은, 대부분 기자의 방에서 컴퓨터 화면속의 활자들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절묘하게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빈틈을 얽어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양 편에서 서로 자신의 입장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가운데, 황당무계함을 그럴듯함으로 납득가능하게 전환시키는 이러한 진행 구조는 가히 이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묘미라 할 만 하다. 충격을 극대화해보고 싶다면 트랜스미터 편을 다 플레이한 후에 플라시보 편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는 마치 하드보일드 소설의 등장인물같은 일러스트를 가지는데 비해, 반대편에서 보는 에피소드에서는 완전 애송이이거나 낡아빠진 아저씨처럼 그려지는 부분도 이런 특이한 구성과 잘 어울리는 표현법이라고 느꼈다. 리메이크가 되면서 그래픽과 사운드가 향상되었으며, 불편했던 조작이 개선되고 퍼즐의 답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등 편의성도 보강되었다. 또한 추가된 에피소드를 통해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실버 사건', '실버 사건 25구', '꽃과 태양과 비와' 세 작품간의 관계를 확실하게 연결지어 주었다는 점도 팬들에게는 기쁜 점이라 할 수 있다. 실버 사건 25구는 이미 리메이크가 예정되어 있으며, 아마 그 다음 차례는 꽃과 태양과 비와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세기적 세기말의 난해함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