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그렇듯,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쉽사리 추천을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우주선의 조작법부터, 무역, 채광, 스테이션건설까지 알아야할게 너무 많다. 게임이 출시되고, 게임을 즐기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는데, 복귀할 때마다 잊었던 조작법들, 시스템들을 기억해내는것도 어려운데, 처음 접하는 사람입장에서는 게임을 즐기기보다 공부를 하는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이는 튜토리얼이 불친절했다는 점도 한목한다. 튜토리얼은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게 아니라, 튜토리얼 전용 스테이지가 따로 있다. 마치 내가 이게임을 하기위해서 공부하고 연습하는 느낌을 준다. 튜토리얼을 다하고나면 성취감보다 공부가 끝난 후의 피로감이 더 크다.
이게임을 즐기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특정 지점에서 모드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즐기기 어려운 수준의 컨텐츠가 많다. 우주복이 대표적인데, 조작이 어려울 뿐더러 특정 스토리를 진행하기위해서는 무조건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뛰어들어야한다. 조작은 더럽게 안되는데, 목표는 불친절해서, 뉴비입장에서는 내가 못해서 안되는건지 , 버그인지 감도 안잡힐때가 있다.
이게임의 불친절함과 불편한컨텐츠는 가끔 안좋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나는 게임을 진행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적이 있는데, 내 우주선을 스테이션에 정박해놓고 스테이션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처음보는 구역이 있어서 들어갔다. 알고보니 그곳은 npc의 대형함선의 한 공간이었고, 내가 그곳에 가자, npc는 우주선을 출항시켜버렸고, 나는 내 우주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주복을 입은 상태로 우주정거장까지 돌아가거나, 세이브를 로드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찌어찌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는데 굉장히 지치고 허탈한 경험이었다.
이 게임의 결정적인 문제는, 안정적이지 못한 프레임이다. 나는 나름 준수한 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 특정상황에서 프레임이 30이나 그 아래까지 떨어지는게 다반사다. 얼마나 프레임이 널뛰기를 하는지, 가끔 이제 할만하다 싶어서 프레임을 확인하면 고작 60프레임이다.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을 봐도, 프레임이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 게임의 제작사인 에고소프트는 17인정도밖에 되지않는 소규모 개발사라고 하니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사운드트랙을 제외한 모든 확장팩을 보유하고있는 나로서는 신규함선이나 구역 추가할 시간에, 멀티쓰레드를 강화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럼에도 내가 이 게임을 끊지 못하고 돌아오는 이유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게임만 줄 수 있는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이게임은 엄밀한 의미의 심리스 오픈월드는 아니다. 지역간 이동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게이트를 타고 이동을 하거나, 텔레포트를 하거나, 어떤행위를 하더라도 게임을 시작하고나면 로딩화면을 볼일은 없다. 모든것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내가 이쪽에서 무역을 하는동안, 저쪽에서 npc들도 무역을 하고있다. 함선을 스테이션에 정박해놓고 있으면, 쉬지않고 다른함선들이 들락날락거리는걸 볼 수 있다. 또는 갑자기 게임에 프레임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우주어딘가에서 큰 전투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이건 마치 내가 이 우주의 세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우주선과 스테이션의 매커니즘이 비교적 잘 구현되어있다. 물론, 스테이션은 모듈형식으로 되어있어 종족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다보면 다 그게그거다. 그렇지만 여러 형태의 스테이션이 있고, npc의 함선이든 내 함선이든 거기에 목적을 가지고 정박하고, 무언가를 하고, 출항을 하는 과정, 이를 위해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은 다른 게임에서는 얻을 수 없기 힘든 경험일것이다. 물론 이게임은 스타시티즌이나 스타필드처럼 우주선의 내부가 자세히 구현되어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종족별로, 함선 크기별로 받아들일 정도의 수준으로 내부가 구현되어있다. 적어도 함선을 타고 우주뽕 느낄정도는 된다는 소리다. 또한 스타시티즌처럼 생색을 내지는 않지만, 우주선마다 랜딩기어 비스무리한것이 있고, 정박/출항시에 펴지고 접혀진다. 이걸 따로 버튼으로 조작하지 않다보니 티가 나지 않는것 같다. 나도 내 우주선을 정박시켜놓고 멍때리고 있는데 다른 우주선이 옆에 정박하는걸 보고 눈치챘다.
그리고 이 게임은 동시에 여러대의 함선을 운용할 수 있는데, 각각의 함선에게 명령을 하면 알아서 작업을 한다. 단순히 특정 지역을 공격하는 행위부터, 자동으로 무역을 하기도 하고, 채광도 하고, 할 수 있는일이 무궁무진하다. 캐리어에 소형 전투기들을 탑재시켜놓고, 동시에 출격하는 장면을 보는것도 장관이다.
이 게임은 스테이션을 짓고 운용할 수 있다. 결국 스테이션 운용의 목표는 함선 제작이다. 함선 제작까지 필요한 여러 재료들을 제작하는 각각의 스테이션들을 짓고 운영하다 보면, 꼬물꼬물 지도위를 움직이는 내 함선들이 귀엽게 느껴지고, 내가 마치 작은 회사의 사장이라도 된듯한 기분이 든다. 그 긴 여정의 끝에 내가 직접 제작한 함선을 타고 우주를 거니는 만족감은 정말 크다. 다만...이 게임에서 스테이션을 짓기 시작하면 장르가 바뀌게 된다. 다른 컨텐츠는 오픈월드 시뮬레이션의 느낌으로 진행된다면, 스테이션을 짓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게임은 실시간 전략/경영 시뮬레이션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물론 전처럼 우주를 탐험하는게 안되는건 아닌데... 우주보다는 지도화면을 쳐다보고 있게 된다...
어쨌든, 나는 이런이유로 이 게임을 그럭저럭 즐겼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이 게임에을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만약 우주와 행성을 오가며 탐험을 하고싶으면 노맨즈스카이를 하면 된다. 스테이션별로 생산하고, 운송하고, 이런것들이 재밌으면 새티스팩토리를 하는게 더 만족감이 클지도 모르겠다. 우주선 뿅뿅거리면서 싸우는걸 하고싶으면 스타워즈 스쿼드론을 하면 될것같다. 나는 다필요없고 우주뽕만 느끼면 된다하면 스타시티즌을 하면 된다. 하지만 황량한 우주에서 아둥바둥 살고, 나만의 함대를 만들고, 그 와중에 우주뽕도 느끼고 싶으면 그땐 이게임보다 좋은게임은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