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4X '전투'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임. 내정과 외교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병력을 양성하고 유지하는 패널티가 적음. 그리고 적의 병력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우리 병력을 키우는 것이 자원 및 연구, 외교 모든 것에서 어드밴티지를 주기 때문에 다른 4X처럼 짱박혀서 연구와 내정만 짜내면 그대로 뚝배기 깨지는 게임임. 또 무조건 건너띄고 고티어 유닛만 뽑아서도 안됨. 포위전술이 기본이고, 중,저티어 유닛도 레벨이 뒷받침되면 상당히 강해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포위당해서 겨우 뽑은 고티어 유닛이 살살 녹으면 적에게 경험치까지 넉넉하게 상납하면서 말려버림. 글라디우스를 해봤다면 이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디테일만 더 세심하게 손본 느낌이라 적응하기 쉬울 것임.
장점은 바로 그 때문에 다른 4X에서 전쟁과 전투 때문에 짜친 유저라면 정말 속이 뻥뚫리는 걸 느낄 수 있음. 템포, 전개, 흐름 자체가 상대적으로 시원시원하고, 게임이 단순한데다, 힘싸움에 특화된 전술 AI도 생각 이상으로 긴장감을 높여줌. 체력 빠지면 후퇴하고, 경계, 매복으로 선빵 후려치고, 적 유닛이 상성상 강한 것 같으면 좋은 위치로 빠지기도 함.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을수록 적의 물량이 늘어나는데 이런 작은 디테일이 상당히 크게 다가올 것임. 그리고 기본적인 외교는 깔려 있는 게임이라서 단순히 강대강 힘싸움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게임도 하다보면 재밌는 구도가 꽤 많이 나옴. 레벨 시스템 때문에 단순 소모전이 아니라, 유리한 교전을 해야하는 구도라서 단순한 4X 전투치고는 제법 머리도 잘 굴려야 되서 적을 쓸어버렸을 때의 재미도 상당함.
단점은, 4X에서도 거의 모든게 생략되어서 유저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밸런싱이나 전술의 디테일 때문인 것 같음) 팩션을 3개(인간, 사이버, 목소리)로 압축하고 지도자의 역할을 빌드오더의 유불리를 주는 형태로 제한시킨게 안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거임. 승리조건이 결국 질좋은 병력을 펌핑해서 스노우볼링 굴리는게 전부고, 도시 확장이 너무 제한적이라 "정복"의 재미, 전략적 승리의 재미가 부족함. 때문에 팩션과 지도자의 개성이 다 죽어버리고, 매판매판이 몰개성적임. 비슷하게 팩션이 압축된 비욘드 어스만 해도 내정/외교 승리 개념 때문에 개성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각 친화력(순수, 우월, 조화) 고유 승리 조건이 있어서 내가 선택한 팩션에 몰입할 지점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음.
개인적으로는 DLC까지 다 질렀는데, 원래 4X 특유의 짜잘하게 신경쓸 건 많은데 AI나 시스템 한계로 짜게 식은 경험이 있는 내 입장에서는 제폰이 차라리 더 나은 부분이 많았음. 병력구성의 디테일, 중립 세력 활용이나, 유닛 빌드 짜는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는 중인데 너무 호불호가 갈리고, 은근히 DLC 팔이가 있는 게임이라 크게 할인할 때 사는걸 추천함. 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