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대지를 구원하기 위해 죽음의 세계를 넘나드는 마법사
온 세상에 퍼진 독으로 인해 파멸의 위기를 맞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 세 용사의 여정을 담은 매트로배니아 스타일의 액션 플랫포머 게임. 80년대 게임을 보는듯한 픽셀 그래픽과 8비트풍의 사운드트랙, 고전적인 인터페이스, 살짝 경직된 듯한 조작감으로 대놓고 레트로를 지향하고 있는 게임이다. 여기에 매트로배니아로써의 탄탄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세 명의 주인공을 번갈아 활용하는 게임플레이와 반복적인 죽음을 통해 스펙을 올리는 시스템이 인상적. 한편 한국어 번역은 내용 이해에 큰 지장은 없지만, 디테일이 아쉬울 때가 좀 있다. 무엇보다 게임의 제목이 '지구의 눈물'로 번역돼있는데, 이보다는 '대지의 눈물'이 좀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의 주인공은 마법사 알거스와 전사 아리아스, 도적 큐리 3인방으로, 셋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 모닥불에서 캐릭터를 적절히 교체해가며 진행해야 한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어차피 차후 자유롭게 캐릭터를 교체하는 아이템이 등장한다.) 캐릭터를 교대해가며 진행하는 게임의 재미는 괜찮은 편. 다만 사망 시 죽음의 세계로 진입하는 건 마법사 알거스 뿐이고, 전체적인 스토리상의 비중 또한 알거스 쪽이 훨씬 크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 성능도 아리아스나 큐리보단 알거스 쪽이 좀 더 안정적이다. 결국 알거스를 중심으로 게임이 돌아간다고 봐야하는데, 세 캐릭터의 비중 분배를 고르게 하는 대신 한 명의 핵심 주인공과 두 명의 서브 주인공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나쁘지 않은 판단으로 보인다. (게다가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 숨겨진 동료가 둘 더 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몬스터들의 힘이 강해져 세 캐릭터의 스펙을 올려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죽어서 에피메테우스를 만나 자원을 활용해야 하니 죽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역시도 차후에 죽지 않고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되긴 한다.) 일단 로그라이크/로그라이트 계열의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그 쪽의 요소를 적당히 차용해온 모습. 한 번 죽으면 무조건 게임의 가장 첫 구역에서 시작하지만, 승강기를 통해 이미 지나온 중요한 지점으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데다가 레벨 디자인이 워낙 절묘해 죽어가며 진행하는 것의 불편함은 최소화되고 재미는 잘 살리고 있다. 여기에 알거스와 에피메테우스의 만남은 스토리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니, 게임플레이와 스토리의 좋은 연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독특한 요소 이외에 전반적인 게임성은 전통적인 메트로배니아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탐험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스펙을 키우며 각 구간의 끝에 마주하게 되는 고르곤과 보스전을 치른다. 이는 메트로배니아의 아주 정석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레벨 디자인이 굉장히 절묘하고도 치밀한데, 능력 획득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지형이나 장치 작동에 따라 변화하는 지형 등이 세심하게 배치돼있어 도중에 죽더라도 이후 플레이에선 보다 쾌적한 진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특정 조건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면 해금되는 흑기사 모드과 몬스터 모드의 경우 흑기사/몬스터의 능력 배분과 더불어 이 절묘한 레벨 디자인이 다른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해 본편과는 다소 다른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다만 고전적이면서도 정통파에 가까운 매트로배니아를 의도한 때문인지 전체적인 게임의 구조 또한 다소 고전적인 경향은 있다. 곳곳에 숨겨진 비밀 통로나 트릭은 단서가 다소 부족한데다가 그나마 있는 단서마저도 파편화돼있어 이를 바로 파악하긴 어렵다. 결국 100%를 목표로 플레이한다면 공략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그런가하면 의도치 않게 조작이 먹히는 순간도 종종 발생하고, 일부 불필요하다싶은 기능도 없잖아 있다. 이는 게임의 단점이라기보단 고전적인 메트로배니아의 숙명적인 한계로 보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어떤 식으로든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도입하고자 하는 최근의 매트로배니아 게임들과는 다르게 다소 고전적이면서도 정통파에 가까운 매트로배니아 게임이다. 따라서 아주 명확하게 레트로 감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만 감안한다면, 크게 흠 잡을 구석 없이 굉장히 탄탄한 게임성을 지닌 메트로배니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레트로 게임을 선호하거나 메트로배니아 계열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야말로 눈 감고 추천해줄 수 있을 수작.
P.S! 본 게임은 아스탈론 시리즈의 에피소드 2에 해당하는 게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일단 아스탈론 시리즈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같은데, 혹시......?
https://blog.naver.com/kitpage/222431438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