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눈물이 스며든 가시덤불 숲의 비극
북유럽 설화에서 모티브를 딴 판타지 풍의 세계를 배경으로 괴물에게 잡혀간 누나를 구하기 위해 처절한 여정을 감내하는 소년 울리의 이야기를 담은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이다. 아름다움과 오싹함이 공존하는 세계관의 풍경과 이목구비가 뚜렷한 주인공 울리와 누나 릴리모, 그리고 뚜렷한 개성의 괴물들의 외형이 매력적이며, 우아함과 웅장함을 극대화하는 배경 음악 또한 대단히 뛰어나다. 그 밖에 한국어 번역의 퀄리티는 의역이 조금 많긴 해도 아주 괜찮은 편.
게임 플레이의 측면에서 이 게임의 가장 뛰어난 점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카메라일 것이다. 주인공 울리의 움직임이나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카메라의 시점이 변화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이를테면 플레이어가 직접 울리를 조작할 땐 서서히 울리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울리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카메라의 시점이 바뀌고, 스토리가 전개될 땐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끔 구도를 잘 잡아준다.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시점 변화가 효과적으로 다가올 만큼 레벨 디자인 또한 아주 적절하게 짜여져 있다.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괴물이나 요정, 각종 현상 등 설화를 모티브로 한 요소들이 시기적절하게 나타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챕터와 챕터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 공포 구간과 쉬어가는 구간의 배분이 좋아 완급 조절이 능숙하고, 주요 괴물과의 보스전이나 위기 상황을 전후로 이야기책을 통해 괴물이나 현상에 대한 부연 설명을 자연스럽게 심어둔 점도 인상적이다. 스토리의 내용 자체는 설화나 동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아 반전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극적이고 전개와 강렬한 연출을 통해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인 모습이다. 다만 우아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고전 설화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니만큼 은근히 잔인한 장면도 자주 나오는 편이다. 특히 울리가 사망하는 데스 신이 아주 가차 없는 수준이라 게임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류의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 늘 그렇듯 조작감은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이따금씩 캐릭터가 뜻하지 않게 버벅이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등 조작이 손에 착 감기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비주얼의 퀄리티가 상당한 만큼 사양을 많이 타는 게임이라 어느 정도 주의할 필요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컴퓨터 본체에서 저주받은 임금님의 낮은 신음과도 같은 괴성이 들리곤 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제발 이런 어드벤처 게임에 '한 번도 죽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하기' 같은 정신 나간 도전과제 넣는 짓 좀 하지 말자.
이른바 잔혹동화라 불리는 성인 지향의 잔혹하면서도 애절한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전반적인 완급 조절과 난이도 배분, 그리고 카메라 시점 전환이 아주 좋아 게임 플레이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리틀 나이트메어(Little Nightmares) 시리즈와는 어느 정도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면서도 확연한 차이점을 드려내는 게임이라 비교해보면서 즐기면 더욱 흥미롭다. 조작감이 조금 아쉽고 난이도가 마냥 쉽지만은 않긴 하지만, 고전 설화를 모티브로 한 우아하면서도 잔혹한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아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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