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트로 약 50시간, 체스닷컴 며칠 깔짝거려본 유저입장에서 리뷰 작성해 봄. 그냥 직관적인 재미로 따지면 한 발라트로의 50퍼센트 정도는 되는 것 같음. 체스의 특성을 살리면서 너무 딥하지 않은 캐쥬얼한 플레이를 지향하다보니 평범한 덱빌딩 로그라이크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듯. 적들이 잘못하면 내 덱(기물들)을 상대가 '직접적으로 박살'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희박한 확률을 뚫어 강력해지는 것' 보다는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사고방식을 바꿔야 클리어의 조건이 보였다. 발라트로는 더 많은 점수를 내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느낌이라면, 갬보난자는 최소한의 손해로 상대를 죽여 다음 대국을 준비하는 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갬빗'으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체스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공격력 뿐 아니라 보급을 신경써야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전쟁 전략을 하는 기분도 있다. 그러니까 발라트로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덱빌딩'보다는 '생존'에 가깝다는 것.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강점은 RPG특유의 '내가 점점 강해지는 재미'를 느끼는 것에 있다고 보는데, 애초에 '내 덱'이라 불릴만한 것이 없이 상황에 따라 다 버리고 새 전략을 채용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장르적인 재미가 아쉽다고 느껴지긴 한다. 발라트로라는 명작이 없었더라면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겠지만, 딱 봐도 디자인을 아주 많이 참고했기에..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듯. 발라트로는 트럼프 카드 52장을 들고 그 덱을 자유롭게 편집해가며 강력한 도파민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그에 비해 갬보난자는 빌드를 연구하고, 그 고점의 뽕맛을 느끼고싶은 욕구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게 얼리억세스가 아니라면.. 개발진들이 자기들 스스로 '이 게임의 완성도'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체스로 발라트로 같은 거 만들어볼까?" "그냥 분위기나 그런 건 다 베끼고.. 이 정도면 됐다. 그냥 돈 빨고 다음 게임으로 가자." 요런 느낌이 느껴지긴 한다. 로그라이크는 운빨로 개사기템을 먹고 사기를 치는 재미도 중요한데, 뭐 전설템을 먹는다고 해서 "와!!! 미쳤다!!!" 이런 도파민은 하나도 없고,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구성을 해야한다. 그리고 '무르기'가 없다보니.. 한 번 삑사리 나서 기물을 잃었을 때 허탈감이 너무 심하다. 체스닷컴에서도 AI상대로 연습할 때 무르기를 하면서 배우는 게 굉장히 많았었는데. 게임적인 시스템으로 살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체스 플레이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사실 무르기라는 시스템이 있는 중에, 한 대국이 끝나면 다시 자기가 만들어 놓은 '덱'을 처음부터 쓸 수 있게 해서 8X8의 풀필드에서 과감한 희생을 써가며 상대의 거대한 군세를 박살내는 게임이 훨씬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상대의 블런더를 기다려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짱쎄서 저 미친놈을 박살내는 게임'이 훨씬 취향이다. 하지만? 할인으로 만원따리에 이정도 재미면 충분히 추천할 만 하다. 발라트로를 너무나 크게 오마주 해서 그들에 비해 부족한 고민과 부족한 창의력에 쓴소리를 하고싶어졌을 뿐. 참, 플레이어들을 위한 팁을 좀 주자면, '유령 발판'을 통해서 영구적인 기물을 생성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게임이 편하다. 유령기물은 황금발판을 밟으면 유령상태가 사라지므로, 유령발판 하나, 황금발판 하나를 기물의 동선에 맞게 설치해두면 붕괴시간 동안 제한적인 스톨링이 가능해진다. 그 외에도 유령기물을 활용해 기물을 생성하는 방법은 많으므로 '기물 파밍'에 신경쓰면 죽을 일은 거의 없어진다. 단, 승리플랜을 창고 생성에 의존하면 창고를 잠그는 보스에게 털리므로 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