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우산에 담긴 전설을 믿지 않아
자원의 고갈로 인해 황폐해진 세상을 배경으로 가정을 파괴하고 딸을 납치한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에 나선 머레이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가토 로보토(Gato Roboto)의 개발사 doinksoft의 후속작이기도 한데 픽셀 그래픽의 게임이란 점을 제외하면 딱히 세계관이 이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전반적인 분위기나 게임 플레이도 다소 차이가 크다. 그래도 느와르 풍의 스토리와 더불어 총우산이라는 독특한 무기를 활용하는 게임 플레이는 나름 인상적인 면이 있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건브렐라는 총과 우산의 기능을 합친 무기인데, 적의 원거리 공격을 막거나 반사하고 공중에서 천천히 활강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돌진할 수 있어 이동할 때의 조작의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여기에 우산을 활용한 방어 및 반사와 강력한 화력의 샷건을 활용해 적을 터트리듯 처치하는 전투의 재미도 나름 출중하다. 확실히 조작의 재미 하나만큼은 딱히 부정하기 힘들 만큼 흥미롭다. 다만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탄환 변경을 자유롭게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흠이다.
레벨 디자인 및 난이도 배분도 나쁘지 않다. 우산총의 특성을 잘 활용한 기믹과 장치가 곳곳에 잘 배치돼있고 이동 동선 또한 적절 구성돼있다. 맵이 따로 없긴 하지만 어차피 대부분은 단방향 구성이라 지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 총 세 가지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이게 단순하게 우산총의 화력과 적의 체력을 조정한 수준이라 좀 싱겁긴 해도 나쁘진 않다. 다만 일부 저장 지점의 배치가 길게 형성돼있는 구간이 있어 게임 진행이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순 있다.
유감스럽게도 스토리의 완성도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암울한 세계관에 더해 극한의 불행을 겪은 주인공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빌런으로 어두운 느와르 분위기를 잘 형성한 건 좋았지만, 가벼운 장면과 무거운 장면이 무분별하게 뒤섞여있어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를 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개성과 사연을 잘 드러내긴 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의 맥락이나 인과관계 서술은 다소 미흡한 감이 있다. 그래서 스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좀 날림으로 만든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잡담이나 개그의 비중을 줄이고 배경 설명 및 인물 묘사에 조금 더 힘을 실었더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총우산이라는 특이한 무기를 활용한 조작은 충분히 흥미롭고 레벨 디자인이 썩 괜찮아 한 차례 엔딩을 감상하고 끝낼 용도로는 추천할 만하다. 다만 모든 엔딩이나 모든 도전과제를 목표로 한다면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딱 일본 동인 쪽에서 나올 법한 수준의 게임이고,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즐길 만한 플랫포머 게임을 찾는다면 그래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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