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다는 발전했지만 3이 되기엔 아쉬웠던, 옥토패스 트래블러 2.5 옥토패스 트래블러0는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전작에서 느꼈던 익숙한 향이 반갑고,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지점들이 게속 눈에 밟힌다. 전작인 옥토패스 트래블러2보다 확실히 낫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또 시리즈 특유의 재미는 잘 살린 묘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8인 체제로의 전투 시스템 확장 + 어마어마하게 많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숫자이다. 먼저 8인 전열/후열 구조가 도입되면서 팀 빌딩의 선택지가 대폭 늘어나고, 전투 상황에 더 다양한 선택지가 부여된다. 옥토패스 시리즈는 약점 공략 - 브레이크 그로기 - 극딜로 이어지는게 일반적인 전투 패턴인데, 기존 4인으로 할 수 없었던 약점 공략을 전열/후열을 스위칭해가면서 할 수 있어 기존작보다 더욱더 공격적이고 변칙적인 운용이 가능해졌다. 연타 기술로 무장한 전열이 브레이크를 걸고, 후열이 모아둔 bp로 극딜을 하는 식의 운용도 가능하고, 전열에 강한 캐릭터를 세워두고 후열이 버프를 주는식(레이메-굿윈의 경우처럼)으로도 파티를 꾸릴 수 있다. 몇가지 예시를 들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8인 전투 체제가 이전작의 4인 전투보다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확장된 8인 전투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압도적인 숫자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굉장히 큰 장점이다. 직업군이 겹치는 캐릭터에서는 게임 후반부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좀 더 좋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저런 캐릭터들을 돌려 써가면서 파티를 구성해보는 재미가 게임 중반부 까지는 꽤 유효하고(후반부에는 당연히 정예 8인이 확정된 상태라서 논외), 꼭 쓰지 않더라도 해당 캐릭터가 합류해서 같이 싸워준다는 서사적인 의미에서도 그냥 저냥 만족스럽다. 그리고 최종 갈데라전에서는 모든 파티원들이 총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합류가 아주 무의미한 것도 아니게 된다. 옥토패스 시리즈의 전통의 강점인 비주얼과 사운드는 여전히 좋았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스퀘어 에닉스와 팀 아사노가 꾸준히 밀고 있는 HD-2D의 강점이 잘 살아있고 일러스트 역시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이건 호불호와 별개로 꾸준히 만족감을 주는 부분이며, 시간이 많이 흘러 3D가 뉴노멀이 되어버린 JRPG 시장에서 2D 도트류의 JRPG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옥토패스 시리즈는 매력적인 타이틀일 수 밖에 없다. 사운드는 BGM도 좋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을 아주 꽉꽉 채워서 잘 살린 부분이 좋았다. 나는 기술을 쓸 때 외치는 대사들이나, 부스트업 max시에 짤막하게 외치는 라인들을 특히 좋아했는데 갈데라 전에서 부스트 max 대사가 변경되는걸 보고 놀랐던 경험이 있다. 일어를 잘 몰라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아쉬웠지만... 시스템 적으로도 진일보한 부분들이 있다. 성화신 업그레이드를 통해 워프 범위가 마을에서 시작해 던전/필드까지 확장되는 것, 맵에서 획득하지 못한 보물상자의 개수가 몇개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 퀘스트 마커를 통한 길 안내 + 순간이동 안내 등 전작에 비해서 편의성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다. 호불호가 갈릴 마을 빌딩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경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을을 개발하기 위해 억지 노가다나 노력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어서 플레이에 허들이 걸리지 않는 반면, 세이브 포인트, 훈련소, 상점등을 편의시설들을 쉽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상점에서의 리롤 가챠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구현했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 어차피 후반이 되면 리프는 남아돌기 때문에, 하드한 재화 소모처를 하나쯤 만들어주는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다만 “3이 되기엔 아쉽다”는 부분도 여러 지점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부분들에서 그런 약점들이 눈에 띄었는데, 출시 초기 평가가 박했던 것은 이러한 영향이 아닌가 싶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캐릭터 도트다. 배경 쪽 완성도는 좋은데, 캐릭터 도트는 전작 대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그 차이가 오히려 더 도드라진다. 시리즈에서 중요한 얼굴에 가까운 영역이라, 체감상 감점이 크게 남는다. 전작인 옥패2를 한 사람이라면 역체감이 아주 심하게 들 것이다. 랜덤 인카운터의 피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의 평가를 깎기에 충분했다. 많은 JRPG들이 심볼 인카운터 + 턴제 전투를 섞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는 추세이긴 하지만, 랜덤 인카운터 방식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 방식은 원하지 않는 전투로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 만큼, 그 피로를 줄여줄 장치가 함께 설계되었으면 한다. 옥패0는 그 장치가 충분하지 않아서, 이동 구간이 길어지는 게임 후반부에 가면 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고문으로 느껴질만큼 불쾌한 경험이었다. 진행 순서에 따라 들쑥날쑥한 난이도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부’ 권역의 스토리를 끊기지 않게 보려고 끝까지 밀고 나면 과성장 상태가 되고, 이후 명성/권력 쪽으로 넘어갔을 때 보스가 너무 쉽게 정리되는 구간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역전 무기처럼 강력한 장비가 비교적 쉽게 풀리는 구간이 겹치면, 성장과 난이도의 균형이 한 번에 기울어지는 체감도 생긴다. 스토리는 다소 취향을 탈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변옥편 이전의 부/명성/권력 보스들은 별다른 서사적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각 3권역의 스토리와 위시베일 재건 서사는 파편화되어 잘 연결되지 않고(이건 기억하기에 전작인 옥패2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로라나나 사잔토스등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세탁기가 제대로 안돌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변옥편에 진입하고 나서는 처음에 다소 날림으로 죽여버렸다고 생각했던 엘리카 공주 등 망자들의 이야기가 꽤 좋았고, 세라피나-흑기사-갈데라까지 이어지는 최종 빌드업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아쉬운점은, 게임 극후반부에 가면 패시브 - 극의 서포트를 자유롭게 풀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밸런스를 고려했겠지만, 머리속으로 생각하기에 좋은 조합들이 꽤 생기는데 패시브 슬롯의 제약이 너무 심해서 활용하기가 어렵고, 결국 좋은 극의 서포트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채용하게 된다. 다소 하드하게 허들을 넣더라도 패시브 슬롯쪽에 해금요소를 넣어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파티 빌딩이 더 재밌었을텐데 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남는다. 호불호가 꽤 갈릴만한 타이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에 훨신 가까웠고 굉장히 재밌게 했다. 턴제 JRPG 게임을 좋아한다면, 2D 도트 게임에 매력을 느낀다면 한번쯤은 플레이 해볼 만한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다면 0보다는 2를 좀 더 추천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