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가 왜 국민신화 취급을 받는지 제대로 느꼈던 레전드 게임이자, 나의 인생 게임들 중 하나. 2003년에 처음 출시되어서 플레이했을 때, 그 충격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지금 보면 각종 버그들이 많고,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턴제 전투는 빈약한 느낌이고, 시대가 바뀌어서 해상도를 조정하는 것에 추가 프로그램까지 필요한 게임이 되어버렸으며, 출시 당시부터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영어의 압박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게임이기는 하다. (프로그래밍 문제인 것 같은데, 지금도 번역된 텍스트를 나오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ㅠㅠ) 그러나 눈에 띄는 단점들을 완전히 상회하는 장점들이 수두룩한 게임이다. 영화의 이야기가 벌어지는 타임라인으로부터 1000여년 전이라는 설정과 "제다이 내전", "만달로리안 전쟁" 등의 떡밥들을 많이 풀면서 독자적인 서사와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여 스타워즈 뽕 치사량이 폭발하여, 팬들은 물론이고 스타워즈를 모르는 유저들까지도 만족할 수 있는 독립적인 서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스타워즈는 만달로리안 드라마를 내보내기도 했고, 설정들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결말을 모르고 처음 하면 지금 봐도 충격적인 이야기의 반전, 행성을 돌아다니는 스페이스 오페라적인 요소들과 매우 다양한 이벤트들, 광선검 들고 제다이(혹은 시스)가 된다는 뽕맛(?), 그리고 2010년대 RPG 게임들 최대의 화두였던 "대화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가 구현되어 있으며(!!!), 이 덕분에 개성이 강한 동료들과의 대화와 이야기 전개에 따른 관계 변화 등이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고(요즘 시대의 선택지처럼 많지는 않지만, 남성과 여성 주인공 모두 연애도 가능하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공화국을 구하는 제다이 기사가 될 수도, 다크 사이드에 사로잡힌 시스가 될 수도 있는 멀티엔딩도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RPG 팬들과 스타워즈 팬들의 가슴을 동시에 웅장해지게 만드는 각종 스킬들을 활용한 전투, 장비 업그레이드, 빌드, 레벨링 뽕맛이 끝내준다. 즉, 서사와 게임성 모두 시대를 한참 앞서간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바이오웨어의 황금기이자 최고점을 상징하는 것이 매스 이펙트 시리즈였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전에 그 고점을 향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던 시절이 이 게임을 만들었던 2000년대 초기였던 것 같다. 게임성만 따지면, 행성을 옮겨다니며 여행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느낌, 행성들에서 벌어지는 엄청 다양한 이벤트들, 매력적인 동료들과의 재미있는 대화들 등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프로토타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 점들이 많이 보이며 수많은 양덕들을 양산했다. 비교적 최근에 폴른 오더와 서바이버가 잘 만들어졌는데, 20년이 지난 이 게임에 비교하는 팬들과 기자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레전드 작품. 시대를 엄청 앞서간 만큼, 스타워즈 팬들의 게임에 대한 기준치를 심각할 정도로 높여버린 작품이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게임과 비교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온 스타워즈 게임들은 폴른 오더와 서바이버가 잘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 게임과 비교당하며 끝없이 저평가당했다. 그나마 같은 해에 나왔던 제다이 아카데미가 잘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스타워즈 게임은 확실히 2003년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메이크가 예정되어있고, 개발사에 의하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직도 리메이크 작품이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부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가 된 이 게임을 망치지 않기를 바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