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편린에 살아숨쉬는 작은 픽토그램
사실 이 게임에 대해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이고 단순한 2D 플랫포머 퍼즐에 캐릭터마저도 미니멀한 픽토그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경을 활용하여 도시 곳곳이 가진 다채로운 분위기로 게임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정말 칭찬해 마지않는 게임입니다. 퍼즐 역시 마냥 단순하고 재미없는 것도 아닙니다. 상당히 짜임새 있는 구성과 몇 가지 기믹 때문에 머리를 써야해서 재미도 있고 난이도도 적절한 퍼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배합형 객관식' 느낌의 기믹으로 각 블록들의 문을 연결시켜 정확한 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연결된 선들은 캐릭터가 지나간 이후에 수정할 경우, 퍼즐이 초기화됩니다. 뚫린 문을 이용해 다른 평면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전류를 이용해 막힌 구획을 열거나, 페인트를 이용해 특정 평면만 초기화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믹들이 그다지 창의적인 기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스팀에서 데모를 지원하기 때문에 퍼즐의 재미는 게임에서 직접 느껴보는 편이 더 좋을 겁니다.
The Pedestrian(보행자)라는 게임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게임의 기본 컨셉은 '표지판 속 픽토그램'을 살아숨쉬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게임은 '카페 앞의 칠판'이나 '노트메모가 꽂힌 게시판' 등 각 배경에 어울리는 설정의 평면에도 녹아있어, 우리가 도시를 모험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완벽한 배경 활용의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음 퍼즐로 이동할 때 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을 스윽 훑으면서 이동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단순히 좌우뿐만 아니라 앞뒤로도 이동하여 공간감을 부각시키고, 잠시 퍼즐에서 벗어나 주변을 살피게 하는 등 배경 분위기를 각인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이 방법 때문에 우리는 2D 퍼즐을 풀면서도 3D 모험을 하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더 나아가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전류를 통해 문을 열거나 기차를 움직여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등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 점이 게임의 분위기를 또 한 번 바꾸는데, 기존의 픽토그램은 3차원과는 분리된 2차원 세계로서 존재했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3차원에 간섭함으로 단순히 배경 분위기를 살리는 걸 넘어 3차원에도 주인공이 실존한다는 의심이 생깁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끝맺음은 좀 뜬금없었습니다. 이렇다할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게임도 아니라 더욱 이해가 안가는 마무리였죠. 그래도 꼬리만 떼고 먹으면 맛있는 물고기라는 점과 배경활용의 훌륭한 모범사례여서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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