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치명적일 정도로 전투가 재미가 없습니다.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극단적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머스킷 보병들이 번갈아가며 서로 총 쏴대는 느낌으로 턴 돌아올 때마다 적 아군 서로 두들기는 게 메인 흐름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매 전투가 지루해지고, 던전에서 혹여나 전투 조우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요소는 긴장감을 주는 포인트가 되기보다 귀찮고 짜증나는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심플한 게 좋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몇몇 스킬 중 하나를 골라서 장착한 뒤 투입하는 등 전술적인 선택점이라도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과장 없이 모바일 게임에서 볼법한 전투 구성이에요 지금은. 던전 탐색 방식도 지나치게 단순화 되어서 쉽게 지루해지고 짜증나게 됩니다. 던전의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기보다는, 일방적인 부정적 요소들을 버티면서 나아가는 식으로 되어 있는 듯 싶습니다. 최소한 어떠한 결과값이 나옴에 있어 플레이어의 판단과 선택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음 좋겠는데 그런 점이 부실합니다. 미숙한 TRPG 마스터가 무조건 파티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 선언을 하고 주사위 굴려대는 걸 보는 기분입니다. 아이템 획득도 바닥에 굴러다니는 폐지를 줍는 느낌이지, 던전 심부에서 간신히 무언가 쓸만한 걸 얻었다는 기분이 그닥 들지 않습니다... 맵에 자원 배치를 너무 단순하게 해뒀어요. 유령 안개 농도라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긴장감을 준다기보다는 귀찮은 요소로 작용합니다. 웬만하면 닼던을 가지고 와서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닼던은 던전 내에서의 활동 제한을 횃불이나 식료품 등의 보급에 따라 가해지도록 설계해두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수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는 그 선을 알아서 추측하고 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요. 원정에 실패하면 패널티가 크기 때문에 판단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긴장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후퇴에 어떠한 패널티도 존재하지 않고, 탐색 한계를 나타내는 유령 안개 농도는 일정 기간 마땅한 변수 없이 차오르기만 합니다. 플레이어가 판단하고 결단할 여지가 별로 없어요. 그냥 던전 들어간 다음 일정 기간 내에 탈출점까지 뛰거나, 그게 안될 거 같으면 패널티 없이 귀환하면 그만이니까요.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라 솔직히 실망이 크긴 한데... 그래도 일단 열심히 제작하셨단 느낌이 묻어나서 응원차 평가는 추천으로 해뒀습니다.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 평가로 보이지 않겠지만, 집계는 일단 추천으로 되겠지요. 출시 이전 다키스트 던전과는 별개의 게임성을 가지고 나올 거라는 설명에서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냥 닼던하고 똑같이 나왔으면 그나마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닼던하고 달라서 재미가 없다, 라는 평가가 아닙니다. 개발 일지에도 콕 집어서 닼던하고 다른 계통이니 닼던의 재미를 생각하고 오면 재미없을 거라고 써두셨던데, 닼던과의 비교를 떠나서 그냥 전투가 재미가 없는 거에요. 전투보다 다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서 만든 작품이니 그와 같은 접근을 하면 안된다, 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이런 류 게임의 가장 기본이 전투 시스템이니까요. 전투 시스템을 좀 포기하는 대신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라는 방향으로 제작된 게임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