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남자의 초대장을 받고 한 낡은 호텔을 방문하는 여자, 그리고 호텔 안 각종 퍼즐을 해결하며 수수께끼의 종결점을 마주하는 이야기. Lorelei and the Laser Eyes 는 게임의 제목부터 이게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지만 결말까지 가면 그나마 제목이 어느 정도 이해 되는 게임으로, 전체적인 장르는 퍼즐 + 어드벤처에 속한다. 게임의 서론은 다음과 같은데, 숲 속에 있는 한 외딴 호텔로 초대장을 받은 주인공은 그 안에서 의문의 말만 내뱉는 기이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호텔 속 자물쇠를 풀고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의 겉을 두르고 있는 스토리와 비밀들이 점점 풀려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말은 이렇게 적긴 했는데, 사실 이 게임의 스토리가 완전히 이해되는 방식으로 보여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게임 속 스토리 읽기보다는 퍼즐 풀이에 집중한 –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열심히 쳐다본 – 입장에서는 게임 95%를 완료했는데도 “그래서 이거 스토리가 뭐지?” 라는 생각으로 결말에 진입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풀어내는 걸 게임 내 대충 보여주는 건 아니다. 의외로 게임 속 존재하는 문서들을 읽어 보면 떡밥 풀기 및 세계관 설명을 적절하게 해 주기도 하고, 게임의 분위기가 좀 초현실적이라 그렇지 오히려 스토리 결말 자체는 약간 예상 범위 안 / 규격 안의 이야기 결말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게임의 이야기에 대한 만담은 나중에 하고, 실제 게임플레이의 경우는 퍼즐을 풀어가며 여러 개의 자물쇠 및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게임인데, 한 가지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볼 수 있는 문장 중 하나가 “종이와 펜을 준비하세요” 이다. 퍼즐의 난이도가 어려워서 그런 것보다는, 자료들의 교차 검증을 머리 속에 하는 것 보다는 직접 특정 숫자 및 알파벳을 적어 가며 풀어 나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약간 “구식” 퍼즐 해결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 그리고 포토샵이나 메모장을 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이런 퍼즐 해결 방식에 큰 거부감이 없는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종이에 뭘 적어가며 퍼즐을 푸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게임의 특징들 및 아쉬웠던 점들을 집자면 : A. 게임플레이 및 퍼즐의 성질 > 게임의 설명을 보면 “비선형적 미스터리” 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틀린 말은 아니다. 처음 호텔에 들어가게 되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호텔 안 자유롭게 풀어 두는 데 제약을 두지 않는다. 물론 게임 내 퍼즐들의 종결점은 하나로 동일하지만, 호텔 안에 흩어져 있는 자물쇠를 푸는 순서는 꽤 느슨한 편이며, 이 때문에 여정이 플레이어별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게임들의 단점은 “한 번 길을 잃고 무슨 퍼즐을 풀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ㅈ된다” 라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몇 번 정도는 “지금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 건가?” 라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던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퍼즐 게임에서 재미있는 건 플레이어가 헤매다가 “아 알았다!” 라는 말이 나오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가, 이 게임이 보여주는 비선형적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게임 진행 방식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차적 해결을 좋아하고, 퍼즐게임에서 퍼즐 외부의 요소로 헤매는 걸 싫어한다면 이 게임이 잘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내 진행 방식이 “난해하다 / 게임 외적 정보를 요구한다” 에 속하지는 않고, 오히려 이곳저곳 들쑤시고 여러 퍼즐들을 번갈아며 진행하는 걸 막지 않기에 이런 지유로운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 그렇다면 실제 퍼즐들은 어떨까? 맨 위의 문단에서 종이와 펜을 준비하라는 말을 보고 겁을 먹을 수도 있는데, 의외로 퍼즐들이 매우 맵지는 않았다. 게임 내 많은 퍼즐들은 위에서 말했듯이 자료의 교차 검증 및 유추 / 단일 아이디어를 통한 해답 방식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 내 편지 안에 “1962년으로부터 1년 후” 라고 적혀 있으면, 가까운 자물쇠에 1963을 입력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게임을 진행할수록 하나의 공간 안에서 모든 퍼즐을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에서 읽은 문서를 토대로 퍼즐을 풀어야 하는 경우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면에 있어서 게임은 꽤 친절한 편인데, 중요한 자료들 및 문서들은 게임 내 메뉴에 등록이 되고 – 주인공이 읽으면 “기억 복구” 라고 화면 좌측 하단에 뜨면서 언제나 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2개 이상의 자료를 번갈아 보기 및 원하는 장소에서 정보 다시보기가 어렵지 않다. 또한, 앞의 문장에 적었듯이, 매우 어려운 지식 및 심층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퍼즐들을 풀어야 하는 단서들은 직관적이면서 눈 앞에 보이는 걸 그대로 생각하면 정답을 발견할 수 있고, 직접 플레이를 하다 보면 나처럼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가 “아니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고??” 라고 탄식이 나오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 게임 속 퍼즐들에 대한 두 가지 특징을 더 적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Lorelei and the laser eyes 는 자신만의 규칙 및 언어를 가진 퍼즐 게임 – 예를 들자면, 소코반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 내에서는 게임 별 장애물의 특징 및 물체를 미는 메커니즘이 소소하게 다르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말하는 모습을 보인다 – 보다는, 보편적인 지식 및 최소한의 상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퍼즐들로 이루어진 게임이라, 독특한 메커니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으나 방탈출 카페와 같은 퍼즐 게임을 기대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외부 지식은 아날로그 시계 읽기 / 디지털 숫자 생김새 / 몇몇 간단한 수학 개념밖에 없으며, 다른 게임이었으면 “아 구글로 찾아보라고 ㅋㅋ” 라고 말하는 정보들도 의외로 게임 내 잘 알려주는 편이다. 방탈출 카페에 들어가게 되면 한 두개의 정보들을 보고 감각적인 추론 /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위에서 언급한 “기본 상식” 들을 결합해 퍼즐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처럼, 이 게임도 외부 정보의 개입을 최소화하였지만 그렇다고 술술 풀리는 정도는 아닌 퍼즐들을 풀어야 한다. 두 번째 특징은, 게임 속 퍼즐들을 푸는 순서가 눈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플레이어가 눈치를 챌 수 있고 퍼즐을 확실히 풀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선형적인 게임 진행 특징상, 플레이어는 여러 퍼즐들을 볼 수 있지만 이들을 보자마자 모두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호텔에 입장하면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 문들을 볼 수 있는데, 해당 포스터에 관한 정보가 풀리기 전에는 플레이어의 순수 재량으로는 풀 수 없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포스터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들을 보고 “아, 이거 아까 그 퍼즐에 쓰는 거구나!” 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두 개의 특징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규모가 크고 퍼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탈출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는지라 게임플레이가 취향을 저격했다고 생각한다. > 여담이긴 하지만, 게임 속 퍼즐들의 배치가 약간 악랄한 게, 게임 시작 시 변수들로 인해 플레이어별로 (넓은 의미에서 게임별로?) 퍼즐의 형태가 다르다. 이게 뭔 말이냐? 퍼즐의 기본적인 풀이 방식 및 저택의 구조는 다 같은데, 몇몇 퍼즐의 경우 – 예를 들자면, 위에서 말한 영화 표지판 옆의 자물쇠들 – 은 사람마다 보이는 힌트 및 해답이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이 게임의 최종 관문은 플레이어별로 해답 및 관련 변수가 다르게 설정이 되어 있어서, 무지성 공략 참조로는 풀 수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퍼즐 자체가 매우 어려운 건 아니라 + 퍼즐들의 해결 방식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건 아니므로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데, 이런 퍼즐 생성 방식을 게임에 결합한 게 신기해서 적어 놓았다. B. 스토리 및 그 외 특징들 > 스토리는 여러모로 “난해하고 핵심을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 느낌”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스토리에 대한 떡밥 투척 및 이를 보강하는 문서들이 게임 내 존재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모든 게 명쾌하게 풀리느냐? 라고 하면 그건 아니다. 사실 이런 스토리 전개를 초현실적 게임들에서 한 두번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넘어가긴 했는데, 뭔가 마지막에 확연히 풀리는 스토리를 더 좋아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게임 내 텍스트가 생각보다 적은 편이 아니라, 긴 글을 읽는 걸 싫어한다면 역시 게임에 대한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게임 개발 관련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일부러 추상적이고 미묘한 개념들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쌓아 갔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완벽하게 모든 게 해결되는 스토리의 반대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 그래도 게임 내 비주얼 및 연출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이 때문에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흑백의 색감 속에서 붉은 색을 간간이 집어넣어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게임의 순간들, 게임을 플레이하다 나오는 호텔이라는 울타리 밖의 공간 및 이 곳에서 나오는 연출들, 그리고 호텔을 헤매는 중간중간 나오는 기이한 남자와의 만남 및 만담들까지, 시각적으로 제작진이 원하는 걸 다 때려 박은 느낌이라 정말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하였다. 엔딩에서 나오는 스토리의 흐름이 난해할 수 있어도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연출들은 마음에 들었으며, 게임의 고요하면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분위기의 조성을 충분히 다 하였다. 같은 개발사의 전작인 Sayonara Wild Hearts 와는 극도로 대조되는 색상의 배치인데, 두 게임 모두 시각적 방향성이 뚜렷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며 화면을 감상하는 재미를 잘 잡아 두었다고 생각한다. > 전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운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사실 이는 장르의 차이 + 퍼즐 게임에서 요란한 음악이 나오면 그건 또 정신이 산만해지기 때문에 잔잔한 음악을 택한 걸로 예상되기는 하는데, 적절한 배경음악 수준의 사운드는 있으나 위에서 말한 비주얼과는 다르게 인상이 깊거나 매력적인 음악은 딱히 없는 편이다. 그래도 게임의 큰 단점으로 적을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C. 아쉬웠던 점들 > 게임 중간중간 “미로 구간” 들이 나오는데, 미로를 돌아다니며 퍼즐 및 퀴즈를 풀어야 한다. 사실 미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닌데, 첫 번째 미로는 화면이 깨지는 연출 때문에 탐방이 좀 힘들고, 다른 미로는 1인칭 시점 진행이라 나 같은 길치는 길을 잃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게임을 돌아다니다 보면 미로 도면을 얻을 수 있고 주인공이 이를 기억하기는 하는데, 생각보다 이 미로 지도를 볼 일이 매우 많아서 메뉴를 왔다갔다 하다 보면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핸드폰에 찍어 놓거나 다른 화면에 띄워 놓고 참조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걸 권장한다. > 메뉴 탐방 및 키 배정이 직관적이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자물쇠를 열려고 할 때, 자물쇠 화면에서 뒤로 가기를 누를 수 없고 무조건 자물쇠를 푸는 시도를 해야지 이 화면에서 나갈 수 있다. 자물쇠의 경우도 좌우 방향키로 숫자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한칸씩 시계 방향으로 자물쇠 숫자가 회전하는 것이기에, 키보드로 하나하나 누르고 있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일시정지 메뉴 – 정확히 말하자면 캐릭터의 상태창 및 문서를 보는 메뉴 – 내 문서를 탐방할 때도 열심히 방향키를 눌러서 확인해야 하기에 귀찮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적응되기는 하지만, 불편한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 한글 번역의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 오역 및 번역이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몇 개만 꼽자면 : 1. 지름길 문제 중 하나에 “북동쪽” 이 “북서쪽” 으로 번역된 부분 2. 레스토랑 메뉴 중 맨 마지막 페이지의 메뉴가 퀴즈에 등장하는 단위와 차이가 나게 번역이 되어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3. [약간 스포이기는 하지만] 엔딩 부분에 “죄책감” 으로 번역된 단어를 보고 연상되는 걸 눌러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원문은 Responsible, 즉 책임을 가져야 할 사람 / 원인을 담당하는 사람 이다. 의미가 어느 정도 겹치기는 하지만 좋은 번역이라고 적기는 애매하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초현실적 분위기 + 눈을 바로 사로잡고 독특한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퍼즐보다는 다방면으로 뻗어 나가는 방탈출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게임플레이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은 게임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의 게임 치고 억지 퍼즐을 집어넣은 부류를 많이 봐서, 아이템 조합보다는 순수 퍼즐을 풀며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게임의 분위기도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진실 발견 100% 까지 15시간 정도 걸렸고, 넉넉하게 10 ~ 20 시간 사이의 플레이타임이 걸릴 거라 생각한다. 짧은 게임은 절대 아니지만, 정가가 싼 편은 아니라 가격이 부담되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할 때 사는 걸 권장한다. 여담) 게임 내 “달러” 가 수집품으로 존재하는데, 게임 속 모든 달러 (총 100달러) 를 모으면 게임 내 모든 부가적 수집품을 구매할 수 있으므로, 과소비로 인해 특정 컨텐츠를 놓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또한, 이런 부가적인 수집품은 메인 스토리 진행과는 연관이 없으니, 역시 과소비로 인해 특정 퍼즐의 진행이 막히는 것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