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집을 정리하는 모녀, 그리고 집 안에서 발견한 가족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Open Roads 는 딸 “테스” 와 어머니 “오팔” 이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약간의 탐험 요소가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는 스토리 감상 위주로 진행이 되는 게임이다. 스토리의 서론을 간략하게 적어 보자면, 할머니 – 정확히 말하면 테스 입장에서는 외할머니 – 의 사망 이후로 집을 정리하기 위해 각종 방을 정리하며 추억을 되새김질하던 중, 이모의 부탁으로 특정 책을 찾던 와중에 다락방에서 비밀스러운 공간을 발견하고 그 안 할머니의 과거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찾게 되고, 이에 대해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테스 + 테스처럼 호기심이 대단히 많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은 오팔의 생각이 일치하게 되어 결국 오래된 여름 별장을 방문하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하게 된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테스 및 오팔의 대사를 통해 풀어 나가지는데, 공간 속 아이템과 상호작용하다 보면 테스가 대사를 남기는 걸 들을 수 있고, 몇몇 물체들의 경우 엄마를 부를 수 있어 – 말 그대로 물체 하단에 “엄마!” 라는 텍스트와 함께 F키를 누르면 엄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 해당 물체와 관련된 두 인물의 생각 및 추억을 들을 수 있다. 게임의 진행 자체는 스토리에 중요한 대사를 듣다 보면 + 특정 장소 안 목표를 해결하다 보면 진행이 되기 때문에 (즉, 최소한의 상호작용 및 대사를 들어도 게임 진행이 막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대사를 들어야 게임이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 줄기 옆 살을 붙여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가적인 대사를 모두 찾아보는 게 시간 낭비하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게임플레이 자체는 이와 같이 꽤 정적이고, 대놓고 말해 워킹 시뮬레이터에서 보여주는 게임플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렇게 여유로운 게임 진행 양상이 취향에 안 맞는다면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졸음이 몰려올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게임들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다 보니 게임플레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르의 게임에서 주축이 되는 스토리 및 시청각적 요소는 어떨까? 이 두 면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이 게임의 평가에 비추천을 남기게 되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서술해 보자면 : A. 스토리 “가족의 비밀” 및 “어두운 수수께끼” 라고 스팀 페이지에 적힌 것 치고는, 게임 속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 및 진실 자체는 꽤나 담백한 편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게임 속 가족의 비밀은 할머니가 살아있으셨을 당시의 인물과 관련이 있고, 이 수수께끼를 밝혀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갈등 요소는 외부의 사건 및 개입이 아닌, 엄마와 딸 간 소통의 단절 및 왜곡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말로 갈수록 과거에 할머니 및 (넓게 보면) 가족과 관련된 비밀이 밝혀지고 이에 따라 게임의 초기에 머릿속에 맴돌던 불안감이 사라짐 + 어머니와 딸 간 갈등이 풀림으로 이어지는 훈훈한 마무리가 눈 앞에 보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결말의 방향성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억지로 음울한 결말을 내는 것보다는 연관성이 있으면서 갈등이 풀리는 결말이 당연히 더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Open Roads 의 스토리가 부정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엔딩을 보면 무언가 마무리되면서 만족스러운 뒷맛이 남아야 하는데, 정작 크레딧이 올라오면 “이게 끝이라고? 진짜?” 라는 말이 더 쉽게 나오며, 막상 이 허무한 결말까지 가는 과정도 피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느껴졌느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게임플레이 자체가 정적이고 느긋하다고 위에 적었지만, 스토리 전개 자체도 역시 평이하고 어찌 보면 왕도적으로 느껴져서 플레이어의 관심을 계속 사로잡거나 허를 찔러버리는 순간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게임 속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할머니와 관련된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토리나, 오팔이 테스에게서 숨기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서로 간 갈등이 심화되고 풀리는 과정, 이 두 방향 모두 “흥미를 끌 만한 디테일” 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쪽 모두 “게임의 스토리를 확연히 플레이어의 머리 속에 각인할 만한 매력” 또한 없었다. 시각적 연출로 게임을 감상하는 매력을 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스토리가 독특한 소재를 썼다거나 의미있는 반전을 넣은 것도 아니기에, 결말까지 달린 플레이어들의 머리 속에 지속적인 인상을 남기는 구간들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What Remains of Edith Finch 의 특정 가족 구성원들이 죽는 구간이나, The Beginner’s Guide 의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지며 플레이어의 두뇌를 한 대 때리는 듯한 구간처럼,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어떤 면이 제일 기억에 남나요?” 라고 물었을 때, 이 게임은 대답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물론, 평이한 이야기를 썼다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두 번째로 Open Roads 가 만족스러운 뒷맛을 남기기에 불충분했던 이유를 적자면, 게임이 지불한 가격에 비해 스토리가 짧다는 점 및 게임 속 스토리 안에서 더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제대로 서술해 두었다면 스토리에 대한 만족도가 더 올라갔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 불충분이야 대부분의 힐링게임들이 그렇기에 조용히 넘어갈 수야 있으나, 엔딩 이후의 스토리를 더 풀어나가면서 이 부족한 플레이타임을 늘려 나가고 스토리의 잔가지들에 깊이를 심어주고 여운을 더 남겼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본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테스와 아버지가 (가족의 비밀을 밝히는 결말 이후) 직접 만나서 대화의 장을 가지는 장면이나, 아니면 오팔과 이모가 역시 직접 만나서 스토리의 마무리를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인물이 스토리 내에서 그렇게 지엽적으로 다뤄지는 인물이 아닌데도, 생각보다 게임의 결말 부분에서 비중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고 갈등의 해결 또한 미완성으로 그려진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스토리에 기대를 안 하고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으나,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를 원했다면 실망할 수 있을 스토리라 생각한다. B. 시각적 및 청각적 면모 시각적인 면에 대해 좀 더 적기 전에, 청각적인 면에서는 다소 심심한 면이 있으나 게임의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테스와 오팔의 대사는 감정을 잘 살려서 전달이 되어 있으며, 배경음악도 배우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절한 사운드를 통해 분위기 유지를 잘 나타내었다. 시각적인 면은 개인적으로 불호였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의 모든 면이 취향에 안 맞았다는 건 아니다. 게임의 비주얼은 게임 진행시에는 1인칭 시점 + 현실적인 세상 및 오브젝트를 보여 주다가, 두 주연 인물이 대화를 나눌 때는 2D 그래픽 및 만화 속 캐릭터처럼 테스 / 오팔이 보여지는데, 이 인물들이 등장할 때 배경도 만화 속처럼 바뀌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배경 위에 그대로 덧칠한 것 마냥 보여진다. 전자의 경우, 게임 속 세상을 구현한 건 나쁘지 않게 구현되어 있었고, 퀄리티가 낮지 않아서 눈에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다만, 후자의 경우 게임 속 캐릭터들이 표현된 방식 및 그림체는 이질감이 크게 느껴졌다. 단순히 3D 모델링으로 캐릭터들을 구현한 게 아니라 일부러 독특한 아트 스타일을 통해 캐릭터를 표현했다는 건 알겠으나, 게임의 전체적인 배경과 잘 녹아 들어가지 않은 건 둘째치고, 대사를 말할 때 나오는 애니메이션 및 표정 변화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는 성우의 연기력과 매우 대비되는 시각적 방향성이었는데, 연기력 및 감정 전달이 뛰어난 대사들이 어설픈 비주얼과 합쳐지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FMV 게임들을 보며 느낀 감정인) “연기하는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느긋한 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나, 막상 이렇게 호흡이 긴 게임플레이 이후에 기다린 건 밍밍한 이야기 뿐이었고, 게임의 시각적인 방향성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2.7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만약 게임을 더 급하게 진행한다면 이보다도 더 빠른 시간 안에 – 심지어 비추천 평가를 보면 58분 안에 결말을 본 사람도 있다 –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그리 좋지는 않으니, 만약 해 볼 생각이 있다면 높은 할인률을 보일 때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절반 정도는 게임을 진행하며 자동으로 얻어지고, 절반 정도는 부가적인 행동을 해야 딸 수 있는 업적들이다. 게임을 한 번 깨고 나면 챕터 선택이 생기기 때문에 놓친 업적을 따기 위해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하지는 않아도 된다. 스팀 가이드에 업적 공략도 올라와 있으니, 특정 업적을 놓쳤다면 번역기를 사용하여 가이드를 읽고 업적 100% 를 따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