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스토리 텔링이랑 맵 디자인이 진짜 수준급이다. 공포게임에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눈이 즐거웠음. 이런 종류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975년. 스코틀랜드 해안의 Beira D 석유 시추기에 재난이 들이닥쳤습니다. 현실과 논리가 모두 희미해진 붕괴하는 시추기에서 선원을 기괴한 공포로부터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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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스토리 텔링이랑 맵 디자인이 진짜 수준급이다. 공포게임에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눈이 즐거웠음. 이런 종류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바다는 말이 없다. "Still Wakes the Deep"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1975년 스코틀랜드 해안,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석유 시추선에서 탈출하려는 주인공과 동료들의 사투를 다룬 1인칭 생존 호러 게임입니다. 게임의 특징과 진행 방식은 나약한 주인공이 조그마한 용기와 평범한 동료들과 협력해 침몰해가는 시추선에서 사투를 벌이며, 정해진 경로를 따라 서사가 진행되는 일방향적인 구성입니다. 전체적으로 재난 현장의 분위기를 체험하며 나아가는 '워킹 시뮬레이션'의 느낌이 강합니다. ☠️ 스포일러 주의 ☠️ "Still Wakes the Deep"은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시추선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동료들이 기괴하게 변이되어 공격해오는 '바디 호러 크리처물'의 공포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바디 호러 크리처물로서의 공포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한 느낌입니다. 바디 호러 장르의 핵심은 어제까지 농담을 주고받던 동료가 기괴하게 변했다는 사실과,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압박감입니다. 즉, 평범한 인간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형태로 변해가는 과정이나 그 결과물이 주는 원초적인 그로테스크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또한 그러한 공포를 잘 알기에 주인공의 동료들을 괴물로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동료가 괴물이 되었다'는 공포와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위협, 이 두 가지 모두 놓친 듯합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동료들과 친하게 지냈더라도, 플레이어에게는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일 뿐이며 이마저도 한두 번 대화해 본 사이일 뿐입니다. 정작 플레이어와 협력하며 친밀감을 쌓았던 인물들은 인간으로서의 인간다운 최후를 맞이하고, 식당에서 스쳐 지나가며 인사 정도만 나눴던 인물이 괴물이 되어 등장하다 보니 공포보다는 아이러니함만이 남습니다. 플레이어가 등장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유대감과 친밀감을 쌓는 과정이 부족하다 보니,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는 괴물들을 마주해도 '동료가 변했다'는 충격보다는 '주인공이 평소 알던 사람이 괴물이 되었구나' 정도로만 인식되어 긴장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또한, 괴물로부터 숨을 수 있는 노골적인 안전지대가 너무 많으며 설령 들킨다 하더라도 대놓고 안전지대로 몸을 피하면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순찰을 도는 괴물의 모습은,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 단순히 '장애물'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에 더해 괴물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걸맞은 위험한 연출과 데드씬의 부재는 이러한 인상이 더 커집니다. 벽 너머에서 들리는 비명과 이성을 잃어가는 청각적인 요소는 훌륭하게 구현했으나, 정작 붙잡혔을 때 마주할 끔찍한 최후와 그 과정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할 연출이 부족하며, 잡히더라도 단조로운 화면 하나로 모든 데드씬을 대체하다 보니, 괴물에게 붙잡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게임이 꽤 괜찮은 공포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Still Wakes the Deep"의 진정한 공포는 '바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발버둥을 무심히 삼켜버리는 바다의 적막함과 폭풍우 속 압도적인 파도의 위협을 시각, 청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점차 차오르는 물의 압박 속에 거대한 시추선은 맥없이 침몰해가지만, 동료를 집어삼킨 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잔잔해지는 모습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를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전달합니다. 이에 더해 재난에 맞서는 주인공과 동료들의 모습은 공포 앞에서의 '인간찬가'를 보는 듯하여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상에서의 위험과 책임으로부터 도망쳐나온 나약한 주인공이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 벌벌 떨면서도 위험한 구조물을 기어가는 모습과 매번 하기 싫다고 너나 하라는 식으로 투덜대면서도 결국 맡은 바를 끝내 해내고야 마는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다하려는 동료들까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이 한데 모여 재난을 이겨내려는 과정은 잘 만든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방향성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줬다면 훨씬 좋은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의 방식은 개발자가 정해진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일방향 게임이지만, 이 해양 재난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좀 더 인간적인 '딜레마'를 쥐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모두를 구할 수 없을 때 누구를 구할 것인지, 혹은 자신을 두고 가라는 동료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같은 선택지 말입니다. 재난 앞의 처절한 고민을 플레이어 스스로 헤쳐나가도록 방향을 제시했다면 훨씬 깊이 있는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공포 게임 특유의 분위기는 두렵지만, 제작자가 준비해둔 안전장치를 통해 비교적 안전하게 '해양 재난 호러'를 즐기고 싶은분에게 추천합니다.
미드 본 느낌이였다 깔끔하니 재밌었음
무난한 재난 영화 한 편 다 본 기분
같은 시추선이 나오는 7광구보다 훨씬 재밌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