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인 나라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괴혼 시리즈의 개발자로 유명한 타카하시 케이타의 신작으로 몸이 T자로 굳어져버린 중학생 틴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어드벤처 게임이다. 몽글몽글한 비주얼과 쫀득쫀득한 사운드트랙이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T자로 굳어진 몸을 반영한 게임 플레이와 애니메이션처럼 에피소드 단위로 나뉘어진 구성, 그리고 비범한 신체 조건과 잠재력을 지닌 틴의 고민을 담은 스토리가 꽤나 독특하게 다가온다. 여담으로 게임의 제목인 to a t는 '완벽한, 딱 맞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관용구인데 주인공 틴의 입장과 더불어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고려하면 꽤나 의미심장한 제목이기도 하다. (노파심에 딱 한 마디만 더 붙이자면 MBTI의 T와는 딱히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T자로 굳어진 몸이라는 설정을 적극 반영한 다양한 미니 게임이 돋보인다. 항상 팔을 펼치고 있어 번거로울 수밖에 없는 일상 생활을 여러 미니 게임을 통해 풀어낸 모습인데, 세수나 양치질 같은 잡다한 것부터 학교의 체육이나 과학 같은 수업시간까지 다양한 행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QTE에 가까운 단순한 조작의 미니 게임으로 T자로 굳어진 몸을 간결하게 풀어내 실질적인 체감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동시에 T로 굳어진 몸으로 인해 고생하는 틴의 입장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T자로 굳어진 몸이라는 불편한 입장을 효율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낸 셈이다.
다만 굳이 더 불편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도 게임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조작감이 다소 뻑뻑한 데다가 이동에 제약이 많아 틴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여기저기 끼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틴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카메라 구도가 제멋대로 이동하는데, 이 때문에 여기저기 걸어다니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지도로 위치를 파악하기도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최적화도 썩 좋지 않아 게임을 조금만 오래 즐겨도 슬슬 버벅이기 시작하고 후반으로 갈 수록 크고 작은 버그가 많아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는다. 타카하시 케이타의 전작인 와탐(Wattam)도 그랬는데, 이번작에서 그 문제점이 더 심해진 느낌이다.
한편 몸이 T자로 굳어진 틴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는 신체적인 제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과 끊임 없이 쏟아지는 조롱과 멸시,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고뇌를 잘 드러낸다. 각성의 계기와 결과가 조금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양 팔을 벌린 틴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특별한 능력을 깨우치는 전개는 유쾌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주인공 틴의 심리 변화와 주변 인물들의 태도 변화도 그럭저럭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T를 핵심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다르게 속알맹이는 이해와 공감으로 채워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다르게 보면 스토리가 다소 뜬금없고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외계 생명체의 등장으로 틴의 출생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밝혀지는 후반부 전개가 더 그렇다. 이 시점에서 오프닝 보컬곡에서 지겨우리만치 강조했던 완벽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하고 유쾌했던 분위기가 갑작스레 진지해지는데, 이게 다소 어색하고 뻣뻣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늘 실실 웃다가 갑자기 정색하는 걸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무게를 잡으려다가 돌연 얼렁뚱땅 넘어가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간에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애매함이나 어색함이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마치 T자로 굳어져 항상 뻣뻣함을 유지하는 주인공 틴의 몸처럼 말이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타카하시 케이타 디렉터의 성향과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취향을 저격하는 몽글몽글한 비주얼과 쫀득쫀득한 사운드트랙, 컨셉에 대단히 충실한 게임 플레이, 언뜻 보기에 이상한 것 같아도 아무렇지 않게 유쾌함을 유지하는 분위기 등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점도 여전하고, 직관성과 편의성이 딸리는 게임 디자인, 형편 없는 최적화와 너무 잦은 버그, 가볍게 시작했지만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도 여전하다. 따라서 보기보다 호불호가 좀 갈릴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일단은 이해와 공감이 충만한 힐링 감성의 스토리와 독특한 컨셉으로 충분한 재미를 창출한 스토리에 집중해 추천으로 평가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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