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만든 차 한 잔이 삶을 바꾸지 못할 지라도 깊고 아늑한 숲속의 작은 찻집에서 점원으로 일하게된 여전사 알타의 이야기를 담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차의 재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고 찻집 안팎을 정리정돈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든 차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결국은 차를 만드는 것보다는 서사의 비중이 훨씬 크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형적인 판타지 느낌을 풍기지만, 일부 캐릭터와 사운드가 판타지가 아닌 것들이 조금씩 섞여있어 조금은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후술할 스토리의 핵심 메세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거라고 봐야할 듯하다. 숲 속의 작은 찻집은 대단히 평화롭기 그지없다. 찻집 주변의 풍경이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 시간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차를 만드는 과정이 제법 번거롭고 복잡해 오랜 시간과 충분한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차를 주문한 손님들은 그 누구도 차를 빨리 내오라고 보채는 일이 없다. 심지어 찻집의 주인인 보로는 게으른게 아닌가 싶을 만큼 태평하고 느긋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덕분에 씨앗을 심어 식물을 재배하고, 재료를 수집하거나 찻집 주변을 청소하고, 차를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이 모든 과정을 플레이어가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는 주인공 알타의 사정과 맞물려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타공인의 강인한 무패의 여전사로 이름을 날렸던 알타는 어느 순간 검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극심한 슬럼프를 맞이하게 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자 스승을 찾던 도중 깊은 숲의 찻집에서 차를 만들고 접대하는 일을 맡게 된다. 의도치 않게 찻집의 일을 맡았다보니 항상 퉁명스럽고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하루 빨리 숲을 빠져나갈 생각만 가득하다. 어찌 보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더욱 뚜렷하게 강조되기도 한다. 매사에 호연지기를 유지하는 찻집 주인 보로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기도 하고 말이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편안해 보이지만 주인공 알타는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한 채 속앓이를 반복하고 그녀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를 마시는 손님들의 반응은 어쩐지 미적지근하고 찻집 주인 보로는 그저 조용히 관망만 할 뿐이다. 그렇게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나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은 채 알타는 끊임 없이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친다. 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납득이 안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또한 번뇌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를 마주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원더스탑은 다소 복합적인 면을 지닌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는 편안함과 불편함이 어색하게 공존하고 스토리는 '변화'라는 핵심만 드러낼 뿐 기묘한 불협화음만 드러내니 도무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어쩌면 그래서 게임 바깥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요소도 있고, 도리어 그렇기에 누군가는 여전사 알타의 심리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혹은 태평한 찻집의 분위기를 그리워할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공감하긴 어렵지만, 누군가는 확실히 공감할 만한 게임인 셈이다. 삶에 지친 시점에서 따뜻한 위로보다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좀 더 추천할 만하다. https://blog.naver.com/kitpage/2237995745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