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답습하는 절체절명의 부랑자
수 년 간 부랑자로 살아가던 도중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여하려다 죽음을 겪은 뒤 온갖 험난한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믹 카터의 이야기를 담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다. 1990년대 게임을 보는 듯한 어두운 색감의 투박한 픽셀 그래픽은 레트로 감성을 잘 드러내며, 스릴러와 미스테리에 걸맞는 낮은 음색의 긴박한 사운드가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포인트 앤 클릭 스타일에 지극히 충실하면서도 일부 편의성을 개선한 인터페이스 및 게임 디자인 또한 돋보인다. 본디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으잌님이 제작한 유저 한글 패치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우선 기존의 포인트 앤 클릭 스타일의 어드벤처 게임의 한계를 개선한 듯한 특유의 인터페이스 및 게임 디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소를 조사해 아이템을 습득하고 보유한 아이템을 적절한 곳에 활용하는 게임 플레이는 여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캐릭터 간의 대화 장면에 있다. 다른 캐릭터와 대화를 시도할 시 대화 선택지가 화면 하단에 아이콘 형식으로 나열되며 한 번 감상한 대화는 아이콘이 비활성화되는 대신 해당 아이콘이 상징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서 보여준다. 덕분에 같은 대화를 여러 번 볼 필요 없이 핵심적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인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가하면 '죽음'이라는 요소를 남다르면서도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루는 게임이기도 하다. 특정 상황에서 주인공이 사망할 시 대략 5초에서 15초 정도 이전 상황에서 되살아나는데, 사망 이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는 모습을 보여 플레이어의 추리를 돕는 한편 헤매는 시간을 줄여 게임의 템포를 지나치게 늦추지 않는다. 보통 이러면 플레이어가 분명 여러 차례 다시 진행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믹 카터가 사망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상황의 위기감을 제대로 고조시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엄청나다. 스릴러나 서스펜서 장르의 불안이나 긴장으로 인한 흥미 유발이 아주 훌륭한 게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사망과 시간 회귀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상에서 충분히 묘사하고 있어 개연성과 설득력 또한 충분히 갖춘다. 이는 곧 게임 플레이와 서사의 연계가 대단히 뛰어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서사의 구성 및 완급 조절도 매우 일품이다. 9개로 나뉘진 챕터는 각 챕터의 분량이 대체로 균등하게 나뉘어있고 고무줄을 늘였다 줄였다 하듯 적절한 완급 조절을 보이며 전후 챕터 간의 연결도 아주 잘 이루어져 있으며, 스토리상의 각종 떡밥을 알맞은 타이밍에 제시하고 또 회수하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나간다. 시작부터 마치 세상의 모든 불운을 짊어진 듯한 믹 카터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더 극심한 고난이 쉴 틈 없이 몰려오면서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듯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연이어 맞이하며, 후반부에 접어들며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과 더불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격정적인 클라이막스, 그리고 편안한 마무리로 서사를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반전이 조금 부족하긴 해도 특유의 연출과 스토리 자체의 임팩트가 상당해 스릴러 작품으로써는 아주 이상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자잘한 상호 작용으로 해금이 가능한 몇몇 도전 과제가 존재하며 9번 넘게 죽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도전 과제가 따로 준비돼있다. 말이 9번 넘게고 스토리 상 반드시 죽어야 하는 순간이 딱 9번이라 사실상 노 데스 클리어나 다름이 없는데, 다행히 저장/불러오기 기능이 잘 갖춰져있어서 2회차 플레이 때는 아주 쉽게 도전 과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워낙 암울하고 심각한 분위기의 게임이라 그런지 분위기를 환기시킬 만한 유쾌한 장면이 드물고, 패러디나 오마쥬 같은 건 더 보기 힘들다. 그 대신 욕이나 비속어의 등장이 잦아 주의를 요한다.
공포, 미스테리, 스릴러, 서스펜스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의 계보를 새로이 이어나가는, 그래서 수작의 반열에 능히 오를만한 훌륭한 게임이다. 기존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의 불편함을 다소 개선한 특유의 인터페이스 디자인, '죽음'과 '시간 회귀'라는 요소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룬 게임 플레이, 불운과 불행이 연이어 발생하는 암울한 스토리, 몰입도와 개연성을 모두 챙긴 서사의 완성도 등, 강점은 두드러지고 약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서사의 비중이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으로 강력히 추천하며,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2025년 최고의 서사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선정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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